|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루키가 직접 붙인 이 책의 원제라고 한다. 일본판에는 짧지 않은 저 제목이 큰 글씨로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단다. 다시금 한 작가의 판권을 장악한 대형 출판사의 뭐라도 덧붙이고 바꿔야하지 않을까 안달하는 심정이 표출된 듯한 이 책은 군더더기를 치렁치렁 달고 한국판으로 출판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니 특정 작가를 제목에 꼭 끼워 넣는 상업주의적 센스가 가미된 여행 가이드북 제목 같은 것을 수필집에 붙이다니, 전처럼 맥락마저 상실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역시나 실망스럽다. 양을 늘려보기 위해 역자 후기에 곧 읽게 될 문장들을 미리부터 잔뜩 인용한 느낌이 들어 다시 한번 실망한다. 번역에 대한 느낌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만 술 한 잔 못하는 번역가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번역하는 일은 어쩌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우선은 양적으로 충실한 “먼북소리” 같은 여행기에 비한다면 대륙과 그 크기가 비교되는 섬처럼 소박하다. 수필집과 사진집의 중간 형태를 띠고 길지 않은 두 편의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다. 위스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위스키 이야기만 늘어놓았으리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러리라는 생각에 손대기를 미루어왔던 것이 후회스럽다(이게 다 오해를 촉발하는 저 제목 때문이 아닌가!). 이것은 위스키를 생산하는 섬들과 사람들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에 등장하는 몇 개의 (싱글 몰트, 아이리시)위스키 이름 중에 들어본 것이라고는 ‘제임슨’ 밖에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루키가 묘사한 그 맛과 향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일 테다. 고집스럽고 마니아적으로 위스키 만드는 사람들이, 백설기처럼 따뜻하고 물렁물렁 부드러울 것 같고 갓 페인트칠한 듯 깨끗한 하얀 집들이 말을 걸어온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루키가 자신이 먹어본 위스키들의 맛과 향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텐데.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은 곧 그의 인생이라는 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가 되어보는 수밖에 없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한가한 날 투덜거리며 집에 페인트칠을 하는 지루할 정도의 평온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 벽을 쓰다듬어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하루키 책을 읽고 언젠가 아일랜드와 아일레이 섬을 내 발로 밟아볼 날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
|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1987)는 고독해서 차라리 아픈 하루키의 젊음이다. 너무 젊어서 그리운 청춘의 초상이다. 하지만, 오래되어 가물가물한 빛 바랜 이야기다. 그 짙은 폭발 직전의 감성이 요즈음은 어떤지, 안부가 궁금하다. 책의 사진 중 잠깐 비추인 그는 좀 말랐다. 자신의 노출을 절제하는지라, 풍풍한 흑백 인터뷰 사진만 보았는데, 비록 말랐어도 실제의 그를 평범하게 넣어 준 몇 컷은 의외의 소득으로 값져 보인다. 나이 쉰(50), 자신의 명망에는 조금도 관심없을 아일레이 섬사람들의 몸 냄새를 좇는 중년의 그에게는 아직도 소년의 호기가, 청년의 열정이 잔뜩 묻어 난다. 그러나 서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덤덤하지도 않다. 이 책은 사실 위스키에 주연급을 매겨 예찬을 퍼부어 준 책이 아니다. 그저 몰트와 이탄과 해풍이 하루키의 눈을 거쳐 종내는 몰트 위스키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정갈하게 담은 아일레이 발(發) 르뽀다. 퀴퀴한 겻내와 비릿한 바닷내, 지르르한 몰트 위스키의 코리코리한 냄새가 잔뜩 담긴 이 책은 이제 『향(香)으로 쓴 고전(古典)』이 될 만하다. 로스크레아에서 만난 노인(바에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몰트를 마시고 나간)은 하루키도 잠시 잊고 아일레이 섬을 정신없이 함께 떠 돌던 내게, 문득『이 사람(하루키)이 얼마나 재간있는 세상의 염탐꾼이며 멋진 이야기꾼』인지 깨닫게 해 준다. 무미 건조하게 흘러갈 아일레이 발(發) 르뽀(?)에, 계속 해풍을 실은 해초의 냄새가 불어오고, 우주의 중심에는 몰트(위스키)가 있고 그 중심에는 보모어 증류소로 통하는 이 골목쟁이가 있는 그 사람들의 못된 똥고집이 잔뜩 묻어 난다. 세상의 시간도, 자신의 시간도 잠시 접어 멈추어 둔 채 중년(50)의 하루키는 그 들의 고집스런 몰트 위스키를 조용히 골라 마신다. 그 어느 무엇이 고소하고 달콤하며 매혹적이지 않으랴. 그것이 그저 물이었던들. 『만일, 우리들의 이야기가 위스키라면(原題)』,묘하게 잘라 놓은 제목은 기행으로 끝나 버릴 위기의 이 책에 최후의 일침을 놓는 듯, 평생 자신의 이야기만을 해 온 초로가 된 작가의 겸허함마저 보이는 듯 하다. **요오코의 사진들은 일반적인 구도에는 결코 아랑곳하지도 않으며 대부분 노출이 길어 보인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무엇하나 또렷한 것이 없으며 구체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이토록 강렬한 냄새가 묻어 나오는 것은 그녀도 역시 조급함을 벗었기 때문인가. |
| 술! 없어서도 안되고, 있어도 항상 문제를 빚는 술이란 존재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좋아한다. 10대와 20대의 선을 무엇이라 규정할수 있을까? 그건 술을 떳떳이 마실수 있는 나이와 그렇지 않은 나이. 그렇게 나누면 될까? 이렇듯 술은 우리네 삶과 끈끈하다. 그 생활 필수품(?) 술에 관한 이야기를 유명작가인 하루키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기행문 형식을 빌어 책을 만들었다는데 그냥 무관심할수 없었다. 그러나 기대는 처음부터 접어두었다. 그 작고 얇은 책과 훑어보면 사진이 가득한 속지를 본다면 누구도 내용은 그저그럴것이라 지제짐작 할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부담은 덜어주고 가볍게 시작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한 장점을 업고 나도 위스키 성지를 여행하기 위해 늦은밤 책을 펴들었다. 그러나 가벼운 책과 가벼운 내용이 의외로 나를 매료시켰다. 영국 사람들의(정확히 아일랜드 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삶의 향기가 상상을 자극하는 아일레이 섬의 위스키 향과 어우러져 내 주위를 서서히 둘러싸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다. 술의 향기만 맡아도 어지럽다는 사람들의 말을 코웃음 치며 믿지 않았던 나였건만... 난 한술더떠서 술얘길 읽고 취하고 있던 것이다. 믿을수 없었지만. 하루키는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그저 그곳을 여행하고 싶고 그가 마셨다는 술을 한잔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낀다면 난 만족한다고... 하루키는 그 목표를 100%당성한 영민한 작가이면 난 그의 장단에 놀아버릴수 밖에 없는 무력한 독자였다. 오랫만에 가벼우면서 향기있는 글을 읽을수 있는 기쁨을 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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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니...글쎄 술을 전혀 하지않는 나로서는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선뜻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고 그리고 책겉표지에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독자까지도 위스키 향을 음미하고 싶을 거라는 문구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하루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너무 술술 읽힌다. 내용도 많지 않고 글씨들도 큼직하기 때문일까 2시간만에 다읽어버렸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과 너무나 간결한 이야기들은 읽는 동안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조차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은 내 눈앞에 그곳의 경치를 보여줬고 거기에 쓰인 이야기들은 내가 꼭 그곳에 가서 위스키를 마셔야 할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어떤 맛일까? 퍼브의 소란스러움과 그속에서 완전히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일랜드의 여름 햇살과 아이리시 위스키는 또 어떨까? 등등 이책을 읽으면서 난 끊임없이 짐을 싸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위스키의 향을 느끼고 싶었다. 정말로 난생처음 그곳에 가서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친구들이 이것을 본다면 믿지 못할 것이다. 술 한방울 입에도 대지 않는 내가 그곳에 가서 위스키를 맛보고 싶어한다니... 하지만 정말로 가고싶다. 하루키의 말처럼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혹시 그곳에서 마신다면 나도 어쩌면 술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인상깊은구절] 그렇지, 머리로만 이러니저러니 생각해선 안 되는 거야. 이런저런 설명은 필요 없어. 가격과도 상관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글 몰트는 햇수가 오래될수록 맛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거든. 증류를 해서 더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덜해지는 것도 있어. 그건 다만 개성의 차이에 지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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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라면 한 번쯤 눈이 멈춰지는 제목이다.
아내가 사진을 찍고 남편이 글을 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입에서 침이 마르질 않았다. 굴에 싱글몰트를 살짝 부어 마시는 그 씬은 정말이지... 아후~
여행에는 각기 추구하는 바가 있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으로 펴낸 이 "위스키성지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가치있고 가슴에 남을 여행임에는 틀림없다.
와인 애호가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포토밭을 헤메이 듯 브랜드 위스키에 진부해진 입맛과 이탄과 해초향이 그리운 싱글몰트 신봉자들에게는 어쩌면 가이드 북이라 할 수 있겠다.
1시간이면 읽어 내릴 수 있는 분량에 그곳 풍경 사진까지.... 그리고 하루키가 표현한 그 맛은 내게 "언젠까 가고 말꺼야~!"라고 희망을 갖게한다. |
| 하루키 일상의 여백, 세라복을 입은 연필, 슬픈 외국어,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라디오, 먼 북소리... 이렇게 읽고 나선, 회사가 바쁜 시기에 들어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론 그간 하루키 외의 책들을 몇 권 읽기는 했다. 메마른 생활,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어 스트레스가 한결 한결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을 때, 또다른 하루키의 책을 인터넷 검색을 하여 찾은 책이다. 그간 읽은 작품 중에서는 가장 짧고, 소재가 분명했다. 이런 내용이 뭐 재미있겠냐 싶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그의 글의 매력은 주병 상황, 분위기에 대한 적절하고 때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절묘한 묘사에 있다. 또한 작가로서 별나기 보다는, 건강한 일상생활, 여행을 즐기고, 마라톤을 즐기는 그의 삶 그 자체가 교훈이다. 그의 작품이 보다 많아 지기를 은근히 기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은 여행기, 수필 등을 제외하고는 그의 소설작품을 읽지는 못했다. 이 또한 감동이 있을 것이란 예상에 빨리 책을 잡지 못하는 심정이기도 하다. 직장생활, 사회생활의 고용의 불안감이 점차 높아만 가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비록 생산성이 많은 책은 아닐지라도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떠올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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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슬픈 외국어], [하루키의 여행법]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하루키의 여행기는 특유의 감성과 경쾌한 위트로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우천염천]에서 그가 밝힌 바와 같이 음식 묘사에 '은근히' 강한 편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런 그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떠나 그곳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아이리시 위스키를 음미한 감상기를 털어놓았으니 그의 골수팬이 아니더라도 그의 글을 읽고 어느 싸구려 위스키라도 한잔 하고픈 충동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듯 싶다.
최고의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들의 잔잔한 자부심, 어느 펍(Pub)을 가더라도 충실한 위스키 리스트와 맛깔스런 음식, 눈이 시릴만큼 울창한 수목과 바다의 풍광, 그 고요함 속에서 음미하는 한 잔의 위스키. 이러한 것들이 그의 글과 그의 아내의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온다.
유난히 그의 소설과 수필에서는 맥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그 묘사가 리얼하여 어느 독자는 책을 읽다말고 맥주를 사기 위해 밖으로 뛰쳐 나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나 역시 그에 버금가는 충동을 느끼고 바에 가서 아이리시 위스키를 한 잔 주문해서 마시기도 했다. 역시나 위스키를 구별하지 못하는 나의 모자란 미각을 탓해야 했지만, 그의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술은 그 술이 태어난 곳에서 마셔야 가장 멋진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왠지 마음이 뒤숭숭한 요즘,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다시 끄집어내 읽고 있자니 아일랜드의 푸르름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책이나 영화에 쉽게 영향을 받거나 지나치게 충동적이다 싶은 분들을 제외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You need cube? (얼음을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No thanks. With just water, please. (아뇨, 물만 좀 주시면 돼요)" 하고 대답한다. 주인은 "뭘 좀 아는군"하는 얼굴로 싱긋 웃는다. 그리고는 큼지막한 잔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더블쯤 되게 넉넉히 따라 준다(트리플쯤 될 듯도 하다). 술잔 옆에는 물이 담긴 작은 주전자가 딸려 나온다. 물론 수돗물이다. 어설프게 미네랄 워터 같은 걸 내놓진 않는다. 수돗물 쪽이 신선하고 훨씬 맛이 좋으니까. |
| 이책을 읽을때쯤은 뭐랄까. 일본어 번역투인지 하루키만의 문체인지 모를 그 특유의 문장들... 에 꽤나 익숙해져 있던 때였다. 똑같이 흉내는 못내겠지만. 한단락정도만 읽어보아도 그만의 글이란걸 알아볼 수 있을정도로... 아무튼 조금은 질려(?)있을 그럴때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의 글에대한 흡입력도 조금은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던 때였던데다가, 당시는 고등학생이었던 탓에(지금은 대학생이지만;) 위스키-같은 양주는 맛볼일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술에대한 그의 평가에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사진속 초록빛 풋풋한 풀내음에 감탄을 했을 뿐이었다. 이제와서야 가끔가다 술자리에서 양주를 마실 때가 있으면 이 책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술을 잘 못하는 탓에 그저 독한 알콜향에 술의 향기조차 느끼지 못하는 나지만, 싸구려 양주를 마시며 싱글몰트란 어떤 맛일까를 멍하게 상상해 보는 내모습을 발견하고,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나에게 있어 하루키는 이제 그저 막연히 동경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저 글을 통해 오감을 자극시켜주는 멋진 작가일뿐이다.그리고 그것은 위스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
| 요즘 들어 짧은 내용으로도 그럴듯하게 꾸미고 편집해서 제값을 받아내고야 마는 출판사들이 마음에 안들기도 하지만, 하루키의 책이니까 봐준다. 하루키의 책은 하루키라는 이유만으로도 점수를 주게 되는 것이다. '위스키 성지여행'은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드는데 왜 이렇게 바꾸어야만 했을까..하루키의 수많은 책들이 원제와는 다른 제목을 달고 나오는것도 불만 중의 하나다.) 그동안 읽었던 하루키의 여행기처럼 그만의 독특한 여행철학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의 여행기를 읽고 있노라면 늘 나도 떠나고 싶어진다. 혼자든 누구와 함께든... 위스키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술이 그다지 안받는 체질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위스키가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그의 표현력이 좋았다. 위스키의 향과 맛이 손에 닿을듯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꼴깍, 꼴깍..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무언가 한가지 테마를 정해서 하는 여행이든 글을 쓰기 위해서 나가는 여행이든 하루키의 여행은 자유로와 보인다. 하루키는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닌 느끼기 위한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의 고생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자기자신만의 여행.. 그런 모습이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는 즐거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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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여행을 즐겨하지도 않으며, 더군다나 양주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물론 맥주나 정종은 즐겨 마시지만. 또 기행문도 즐겨 읽는 편이다. 여행을 가려면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여행기록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루키의 삶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에 찌들어 있는데 그는 어느덧 또 여행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런 멋진 여행기록을 읽고 있노라면 하루키처럼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솔직하고도 귀여운 문체의 글을 읽으면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도 어서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휘말린다.
이 책을 잡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루키가 쓴 것이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가 위스키의 '위'자도 모르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어렵사리 책장을 넘기다보니 그것이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 하루키의 감수성은 여행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위스키를 좋아하든 마시지 않든 상관없이 호소력이 있는 것 같다.
이국적인 풍경, 귀엽고 솔직한 문체, 아름답고 선명한 사진, 위스키의 분위기,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들.. 뭐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참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위스키 맛은 아직까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지만, 그 위스키 맛을 느끼는 하루키의 심정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멋진 여행을 더불어 할 수 있게 해 준 하루키에게 감사한다. 또 그의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위스키는 산지를 떠나지 않는다' 등의 말들은 너무 멋졌다.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위스키를 마시면서 내가 늘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저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 풍경이다. 내게 있어서 싱글 몰트의 맛은 그 풍경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바다에서 부는 거센 바람이 파릇파릇한 풀섶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언덕을 뛰어오른다. 난로에는 이탄이 부드러운 오렌지 빛깔을 내며 타고 있다. 알록달록 산뜻한 빛깔을 띤 지붕마다 흰 갈매기가 한 마리씩 내려앉아 있다. 그러한 풍경과 결부되면서, 술은 내 안에서 본연의 향을 생생하게 되찾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