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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유니콘의 뿔을 집어 들고서
"부러진 유니콘의 뿔을 집어 들고서" 내용보기
'내가 그렇지 뭐' 어쩌구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을 수 없다. 이 무기력증은 한참 매력을 느끼던 이에게도 정을 한번에 휙 떼어 놓곤 한다. 친구나 후배 놈들이 그러면 죽빵이라도 날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의기소침하고 소심해 지는 때때로의 심정은 나도 똑같다. 문제는 뱃심이다. 발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말을 꺼내놓고 보면 스스로 자꾸 구멍을 파게 되고 뱃속은 텅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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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지 뭐' 어쩌구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을 수 없다. 이 무기력증은 한참 매력을 느끼던 이에게도 정을 한번에 휙 떼어 놓곤 한다. 친구나 후배 놈들이 그러면 죽빵이라도 날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의기소침하고 소심해 지는 때때로의 심정은 나도 똑같다. 문제는 뱃심이다. 발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말을 꺼내놓고 보면 스스로 자꾸 구멍을 파게 되고 뱃속은 텅빈 한숨만 내보낸다. 그럴 땐 정색이 약이다. 굳어진 남의 얼굴을 보고 또 '내가 그렇지 뭐'하면 그는 참 답이 없는 거다.

 

여기, 현실을 피해 환상과 기대에 몸을 던진 세 식구가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윙필드 가족에겐 그야말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에 진배 없다. 눈에 빤히 보이는 미래의 불행을 타개하기 위한 아만다 여사의 모습은 희극적이면서도 눈물 겹다. 영화관과 거리를 방황하는 톰은 덫에 걸린 생쥐마냥 있는 힘껏 투덜대 보지만 세상의 비정한 파편이 되어 갈 뿐이다. 스스로가 유리 동물 중 하나처럼 소외되어 있는 로라는 '내가 그렇지 뭐'의 극적인 형상화이다. 그녀가 가진 신체적 장애는 열패감으로 절뚝거리는 마음의 불안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부끄럽고 좌절하기 쉬우며, 문자 그대로 바스라질 것만 같은 연약함은 긴장된 분위기를 아슬아슬하게 이끌어 간다. 

 

극에는 시종일관 상징적인 시적 표현과 매개체가 등장한다. 작품을 연기로서 감상할 때는 많은 해석을 요구하겠지만 스크립트로서 읽기엔 조금도 복잡하지 않다. 사소한 듯한 몸짓도 캐릭터를 형성하는 중요한 구성이라는 걸 발견하다 보면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1944년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이유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불운하게도 환상은 현실을 위한 답을 내어 주지 않았다. 양립할 수는 있을 지언정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못하는 거울의 힘 없는 투영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뿔이 부러진 유니콘은 희망이 아닌 절망의 상징이었고 그렇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말이 되었다.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그게 삶이라는 또 하나의 클리셰는 무거운 존재가 되어 많은 이를 짓누른다. 결국 현실 도피는 '내가 그렇지 뭐'의 대답이 될 수 없다. 재수 없어도 끝없는 자뻑의 기운으로 스스로를 굳게 믿는 것, 유리동물원을 나서는 이들의 다짐이 되길 바래 본다. 



w******1 2009.10.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