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콘래드의 600쪽자리 전기, 라고 말하면 질릴지 모르겠다. 그가 쓴 소설도 방대하고 까다롭거니와, 너무 두툼한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게 다가올 것이다. 순전히 콘래드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책을 장만했다. 책장을 열자마자, '전기물'이란 위대한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 책은 어떤 걸작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그 자체로 하나의 뛰어난 문학 작품이다. 어떻게 콘래드는 뒤늦은 나이에 영어를 배워 영문학의 위대한 전통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까, 라는 개인적 호기심을 저자 제프리 마이어스는 남김 없이 충족시켜줬다. 풍부한 도판 사진들, 제프리 마이어스의 깔끔하면서도 명료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문체는 우리의 옷 소매를 이끌고 일백년전의 영국으로 데려간다. 매직 카펫 라이드. 제프리 마이어스의 양탄자는 신선하고 재치있으며 놀랍다. 마이어스는 콘래드의 행적을 따라 전 세계를 누비며 콘래드와 친교를 나누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콘래드의 서신과 일기 등을 충실하게 수집했다. 그의 열의와 재능으로 보건대 FBI나 CIA 등에 들어갔더라면 대활약을 했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보너스. 골즈워디, 그래함 그린, 앙드레 지드, 뛰어난 번역가 콘스탄스 가넷 등의 사생활과 성생활이 생생하고 흥미롭게 드러나 있다. 그것도 천박하지 않게. 나는 제프리 마이어스에게 매료되어 아마존과 반즈앤노블에서 그의 저서들을 훑어보았다. 그가 쓴 오웰과 헤밍웨이의 전기를 주문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