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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수학알바를 하며 청춘을 보내는 주인공, 어느날 사고로 어머니를 잃는다. 어머니가 없는 아파트의 서재에서 어느날 우연히 어머니의 이름이 제목으로 적힌 책을 발견하게 된다. 책에는 한창 연애중인 젊은 어머니가 일기처럼 담겨있었다. 책은 자라는 나무처럼 점점 두꺼워져서 아예 책상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도, 연애에서 원치않은 임신과 그로 인한 어머니의 고민까지 나아가는데.. 그리고 '나'는 그 임신이 자신이고 자신을 낳기 위해서 어머니가 결혼했다는 숨은 과거를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책이 읽힐 것이 두려워('나'의 결점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책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짧지만 사람의 인생을 담은 자라나는 책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의 심정은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최근에 인간도서관이라는 게 있다는 걸 봤다. 책 대신에 등록된 사람의 시간을 빌려주는 일종의 경험도서관이라 이 책에서 나오는 발상하고는 좀 다르지만, 인간을 책에 담는다는 그 발상이.. 의외의 끌림이 있다. 인류학에서는 종종 구술사적인 연구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책으로 남기기도 한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역시 환상적으로 묘사된 본문의 책과는 좀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짧고 굵으니 흩어볼만 한 책인 것 같다. |
| 젊은 작가, 실제의 내 나이보다 어리고 컴퓨터 문학이라는(내용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발상의 근원 - 작가의 작품 발표 또는 첫 창작 지면의 형태 - 의 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제명하에 대대적으로선전이 된 송경아를 (어쩌면) 우습게 보았던 듯, 하지만 작가의 몇몇 작품은 매우 신선하고 창조적이다. 표제작인 「책」은 소재도 소재려니와 문장을 이끌어나간 솜씨가 여간하지 않다. 작가의 여타 작품에서 보여지던 치기어린 묘사나 부엉부엉 넘어가는 억지 환상이 보이지 않아, 소재가 허공에 방방 떠있음에도 읽는 내가 방바닥에 붙여놓은 배를 떼어내지 못하도록 한다. 또다른 작품 「실연」도 좋다. 바로 며칠전 실연을 당하고아직 그 실연의 그림자에 푹 싸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 아이가 밤을 지새며 하는 행동과 그 실연의 행적이 스스럼없이 교차하면서도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은 어지럼증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여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이식된 것처럼... 물론「이차돈 초상기」나 「우리나라는 어디 있니?」와 같은 작품은 예전의 다른 작품에서 느낀 시껍다는 표현으로 표장된 자괴감으로 멀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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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책을 읽는다. 「책」이라는 표제 소설을 포함한 송경아의 '소설『책』'이다. 「책」은 교통사고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해 혼자 남게 된 '나', 혜진의 이야기이다. 혜진은 어머니의 사십구일재되는 날, 책장 정리를 하다가 "고풍스럽게도, 갈색 장정에 금박으로 <김숙희>라는 책 제목이 새겨져 있는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은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책으로의 변신 또는 책으로의 윤회는 이렇게 쓰여 있다 :
그 책은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쓴 책이라거나, 어머니에 관한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죽음 후에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어머니는 한 권의 책으로 변해 내 방 책장 속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처음 책장을 넘길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말투, 눈길, 희망, 걱정, 그 모든 것이 책 속에 들어가 있었다. (16쪽)
그녀는 어머니를 사후의 세계로 보내고 나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된 책을 얻는다. 그리고 이 어머니 텍스트는 그녀를 독자로 얻는다. 저자가 죽어야만 독자가 태어날 수 있는 것! 어머니 생전의 모든 삶이 담겨 있는, 어머니 그 자체인 책읽기를 통해 그녀는 어머니의 고백 ─ 혹은 그녀 자신의 관음과 만난다. 특히 어머니의 연애 기록은 자신이 혼외정사로 태어난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에까지 연결되는, 충격적인 삶의 재발견을 가져다 준다. 어머니를 읽음으로 해서 자기 자신을 다시 읽는 격이다.
책이 기록이고 저장의 기능을 한다면 이전 세대의 지성과 감성과 그리고, 사적인 비밀을 담는 문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이전 세대와 이전 시대와의 은밀한 만남을 의미한다. 책은 읽혀짐으로써 고백의 기록은 은밀한 관음의 해독과 번역 작업을 거친다. 숨겨지고 감추어진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인, 책의 가상현실은 안일한 현실에 대한 무지하고 반성 없는 독자들의 인식과 안주를 거침없이 파괴한다. 책은 친절한 문화의 전달자로 교육자의 몫을 하면서 동시에 죽비를 매섭게 내리치는 수행의 인도자 역도 하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의 죽음을 본 후에 자기 자신의 죽음도 맞이한다. 책을 읽기 전의 독자와 책을 읽은 후의 독자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출생의 비밀을 일러 준다. 비밀을 알게 된 독서후의 독자는 다른 사람으로 깨닫는다. 존재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지는 셈이다. 책은 인간 의식의 변혁을 꾀하는 혁명가요, 비밀을 폭로하는 누설자이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된 텍스트를 읽고 나서 그녀의 책에 대한 생각은 인간의 존재론과 인간 관계론으로도 심화된다. "인생이 하나의 책"이라는 것. 어머니 삶이 담긴 그 책은 어머니에 대한 회상일 수 있고 추억일 수도 있고 슬픔의 망각을 위한 '어머니 새로 쓰기'일 수 있다. 어머니의 책, 즉 어머니의 삶이 지닌 파란의 주름과 결을 더듬어 어머니를 생생하게 부활시키고 자신의 삶을 갱신시킨다. 어머니가 죽은 뒤에 오히려 어머니와의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는 달리 어머니책의 독서 후 애인과의 관계는 헤어짐으로 조정된다. 그녀는 애인까지를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 읽히기를 거부하고 "해독되기를 거부하는 코드, 읽히기를 거부하는 책"이 되길 원한다. 읽기는 사람 읽기이고 관계 읽기이며 '사람 얽기'였다. 읽히기 거부는 얽히기 거부이므로 타자와의 관계 단절을 야기하며 관계를 변화시키고 때로는 파괴했다. 인간 대 인간의 소통으로서 읽기는 책 읽기의 대화성에 다름 아닌 것.
어머니가 책이 되었다는 말은, 책은 어머니라는 말로 바꿔볼 수 있겠다. 책은 저자 자신의 죽음을 통한 거룩한 모성애로 창조적 독자를, 그래서 결국은 작가를 낳는 데에 이르른다. "갈수록 두꺼워지는" 어머니책에 대한 언급들은 불러오는 산부의 배를 연상케 한다. 그대로의 자기 생이 읽혀지는 것을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본래 이름을 감춘 남의 이름으로 자기 생을 읽히기 바라는 작가의 길을 택한다. 점점 불러오는 어머니책의 자궁은 작가의 산실이 되었다.
"책, 수많은 책들. 전부 내 삶에 관한 책들을 쓰는 거야. 위조본, 복사본, 파본, 앞의 반은 똑같고 뒤의 반이 틀린 두 개의 책,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문체가 다른 책들, 한 장이 다른 책, 단어 하나가 틀린 책, 글자 하나가 틀린 책, 판본이 다른 책, 장정이 다른 책, 수많은 책을 쓸 거야. 그래서 어떤 게 진짜 나-책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34쪽)
어머니의 삶 - 어머니의 책을 통해 인간 삶의 감춰진 진실을 찾아 헤매이던 그녀의 독서론은, 작가론으로 사유의 계단을 한 발짝 올라 딛고 서서 창작에의 열정을 내비치며 매듭짓는다.
그리고 나…… 나는 글을 쓴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머니의 삶, 나의 삶을 변형한다. 영원의 기록에 대항해 의미 없는 기록을 만들고 변조한다. 모든 순간이 영원에 대한 권리가 있듯이 모든 삶은 사라질 권리가 있다. 삶의 일회성을 위해서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책을 쓰는 일이다. (35쪽) [인상깊은구절] 그리고 나…… 나는 글을 쓴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머니의 삶, 나의 삶을 변형한다. 영원의 기록에 대항해 의미 없는 기록을 만들고 변조한다. 모든 순간이 영원에 대한 권리가 있듯이 모든 삶은 사라질 권리가 있다. 삶의 일회성을 위해서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책을 쓰는 일이다.김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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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 책을 지금에서야 읽어 본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꽤나 유명했던 책인데 그때에도 새로운 작가의 탄생이라는 부제아래 각종 메스컴을 탓던 책으로 기억된다.
이 책이 나온지 벌써 5년인 셈이다. 우선 송경아 의 책은 제목 부터가 책이다. 그래서 조금 우습기도 하고 아이러니 하기 도 하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인데 스스로가 제목 자체가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이러니 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은 흥미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어머니의 일기장이 남아 죽은 자가 산자를 만나러 다시 온다는 발상이 그러하고 또한 일기장을 통하여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것이 독특하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일기장에 기록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누워 있다는 것도 완전한 자유는 아닙니다. 모든 행동으로부터 봉쇄되어 있는 인간에게 자유란 있을 수 없습니다. 대신 누워서 나는 내가 겪어온 모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던 모든 멜로디,맛본 적이 있던 모든 음식들,살갗에 번갈아 닿아왔던 깊고 차가운 물과 따뜻하고 냉소적인 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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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란 무엇인가? 나는 신세대인가? 나이상으로는 아직 신세대이지만 N세대는 아니다. 이제 그 세대를 거쳐 나는 나의 세대속으로 들어왔다.
신세대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시대를 통찰하거나 생각하는 모습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관철하는 세대가 아니다. 가령 신세대를 잘못 호도하는 것을 보지만 이는 아니다. 신세대 역시 자신만의 이야길 하되 세상과 어우러지기도 하고 꿈꾸기도 한다.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즐겨 먹는 다고 해서 다 신세대는 아니다. 나는 나이상으로는 신세대일 수도 있지만 생각상으로 볼 때는 신세대가 아닐 수도 있다. 송경아의 신세대를 읽고 나니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인상깊은구절] 지금은 겨울입니다. 나는 방바닥에 배를 댄채,고개를 끄덕거리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오디오를 타이머로 맞춰 놓았으니 음악은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꺼질 것입니다. 겨울이라지만 방바닥을 데우는 난방은 몸을 데우는 정도를 넘어서서 불에 달군 철판처럼 화끈거리며 숨막힐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