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프로이트적인 냄새에 도취했다. 18세 소녀인 도라(Dora)에게 개입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짧은 분량만큼 완성도 면에 있어서도 완벽하다고 볼 순 없다. 그도 그런 것이 치료를 시작한 지 단지 3개월 밖에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클라이언트가 일방적으로 치료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학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하기 위하여 클라이언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 책을 저술했다. 그러면서 그는 클라이언트와 마지막으로 만난 지 4년이 경과하고 있으며, 그녀가 도심에 살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출판의 그녀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사족을 달았다. 클라이언트의 비밀 보장의 원칙과 학자로서의 사명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의 노고 덕에 도라의 사례는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질 수 있었고, 프로이트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조금 더 세심한 비판을 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도라의 사례를 분석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그녀가 꾸었다는 2개의 꿈이다. 프로이트는 이 꿈을 그녀의 경험과 연결시켜 해결함으로써, 현실에서 발현되지 못한 그녀의 욕구, 욕망이 꿈으로 전이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K씨네 가족과 그녀의 가족 사이에 존재하는 남녀 교환의 문제를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그는 도라가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한 나머지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였으나, 동시에 아버지가 지니고 있는 매독이 자신과 어머니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증오하고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 그녀는 아버지가 K 씨 부인과의 관계를 은폐하기 위하여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K 씨네 가족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아버지의 완전범죄(?)를 위해 동조했다고 보았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견해에 따르면 도라에게 히스테리를 불러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성병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그녀로 하여금 모든 남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만들었으며, K 씨가 자신을 연인 마냥 대하는 태도 속에서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더 나아가 남성에 대한 자신의 혐오증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이 교환 관계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를 여성의 주체성으로 파악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K 씨에 대해 그녀가 성적으로 정복당하고 싶은 욕구를 품고 있으나 이를 억압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분석 속에는 남성으로서의 프로이트 자신에 대한 고민이 없는 듯 하다. 남성으로서 그는 도라가 지니고 있는 성적인 지식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알고자 하며, 도라가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식의 암시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프로이트는 자신이 도라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망각한다. 자신이 일으키고 있는 역전이를 외면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분석에 완벽성을 기하려 노력한다. 분석 기간이 짧았다는 사실, 도라가 자신의 치료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의 깨어진 완벽성이 결코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려고 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 역시 자기 자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론에 있어서 항상 완벽성을 추구하던 프로이트였기에 도라에 대한 개입 실패를 받아들이는 일이 그다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적지 않은 부분 과학적이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추측에 의존한 접근이 엿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여느 책보다도 이 책은 흥미롭다. 지나친 완벽성이 존재치 않기 때문에 인간 프로이트에 대해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사례 분석은 라캉의 영향을 받은 많은 페미니스트들로 하여금 프로이트에게 결여되어 있는 여성적인 부분을 비판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