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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최후의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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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가 올해에는 휴교령을 내려야 할 정도로 유난스러웠다는 고국의 소식을 이곳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들으면서 나는 잠시 아득해진다. 온갖 꽃들이 다투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날의 화려한 빛깔과 소란스러움을 순식간에 덮어버리는 그 거대한 먼지의 장막이 기억의 저편에서 빠져나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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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가 올해에는 휴교령을 내려야 할 정도로 유난스러웠다는 고국의 소식을 이곳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들으면서 나는 잠시 아득해진다. 온갖 꽃들이 다투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날의 화려한 빛깔과 소란스러움을 순식간에 덮어버리는 그 거대한 먼지의 장막이 기억의 저편에서 빠져나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뉴질랜드라는 사실을 재빨리 상기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뉴질랜드는 먼지의 나라가 아닌 것이다. 몇 달 전에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다 가신 장모님이 한국에서 전화를 주시면서 “여기오니 먼지 때문에 못살겠다. 웬 먼지들이 이렇게 많다냐?”라고 푸념을 하시는 것을 보더라도, 확실히 뉴질랜드는 먼지 공해로부터는 자유롭다. 그리고 그것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잔디밭과 정원을 가꾸는 문화의 덕택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깨끗하고 먼지 없는 나라인 뉴질랜드가 세계 수위를 달리는 천식 환자들의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묘한 역설을 느낄 것이다. 한국의 장판 문화와는 다른 뉴질랜드의 카페트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한 이 역설의 중심에는 ‘먼지’라는 것에 대한 개념적 혼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고 하찮은 것들로서의 먼지들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들과 구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지프의 어메이토의 매혹적인 책 『먼지 ― 작은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의 역사』는 바로 ‘먼지’라는 것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혼동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조지프 어메이토는 이 책에서 일상생활에서 작고 하찮은 것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먼지의 어제와 오늘을 추적한다. 일상의 동반자로서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의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을 하였던 먼지들은 르네상스 이후 작은 것들을 다루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그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과학기술의 급격한 진보가 이루어진 산업혁명 이후에는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작은 것들의 영역은 무한히 확장되었다. 그래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었던 일상의 먼지는 이제 특수화되고 개별화된 존재로 바뀌었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의학, 유전공학, 미세공학 등의 연구 대상으로 낱낱이 분화된 작은 것들은 각 분야별로 관리되고 통제된다. 문명의 기반은 작은 것들에 대한 통제에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여기에 근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가 수 백 년 전 중세 시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렇게 작은 것들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리고 광대한 넓이로 확장되었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그것을 따라갈 정도로 기민하지도 못하고 넓지도 못하다는 점에서 그는 해답을 찾는다. 언제나 모든 사물을 두들겨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추는 인간의 상상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현대인의 사고 속에는 언제나 두 왕국이, 즉 인체로 정의되는 작은 것들과 과학기술에 의해 창조되는 작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이리하여 ‘먼지’라고 불리는 작은 것들은 유례없는 약속과 원초적인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최후의 변경’이 된다. ‘최후의 변경’이라는 그의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거기에는 묵시록적인 전망이 깔려 있다. 그것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고엽제 살포를 비롯하여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세계적 확산, 그리고 전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른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작은 것들이 인류와 지구상의 생명에게 미칠 수 있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또한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조지프 어메이토의 『먼지 ― 작은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의 역사』의 진정한 책읽기가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은 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상깊은구절]
이제 둔감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가장 작은 것들이 가장 위대한 사회의 아킬레스 건일 수도 있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참’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기에 작은 입자들이 현세의 낙원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하늘로부터의 위협보다 훨씬 거대하다. 이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무한소의 사물들이다. 먼지 입자든, 바이러스든, 이탈된 양성자든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확장하여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들을 발명하도록 강제해 온 적들이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이 문명이 선호하는 모든 가치들 ― 질서, 쾌락, 건강과 같은 ― 이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지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c*****t 2002.05.1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