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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듯 처절했던 역사의 기록화
"동백꽃 지듯 처절했던 역사의 기록화" 내용보기
송창식의 노래에,서정주의 시구에,최영미의 시구에 남아 있는 선운사 동백은 꽃 피는 봄, 설레는 가슴들에 와 닿는 그리운 소식이다. 몇 번인가 선운사에 간 적 있지만 막상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을 본 적은 없어 너무 일러 꽃망울 맺힌 것만 보거나 이미 꽃 진 자리 처절한 흔적만 몇 번 보았을 뿐이다. 대신 강요배의 란 화집을 책꽂이에 꽂아 두고 보곤 한다. 역사 의식 짙게
"동백꽃 지듯 처절했던 역사의 기록화" 내용보기
송창식의 노래에,서정주의 시구에,최영미의 시구에 남아 있는 선운사 동백은 꽃 피는 봄, 설레는 가슴들에 와 닿는 그리운 소식이다. 몇 번인가 선운사에 간 적 있지만 막상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을 본 적은 없어 너무 일러 꽃망울 맺힌 것만 보거나 이미 꽃 진 자리 처절한 흔적만 몇 번 보았을 뿐이다. 대신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란 화집을 책꽂이에 꽂아 두고 보곤 한다. 역사 의식 짙게 밴 강요배의 그림들은 위의 시들에서와는 다른 동백꽃을 가슴에 새겨준다. 나는 일상의 기록으로서 역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곤 하는데조세희 선생의 책을 읽으며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나는 사진이 갖는 기능 가운데서 내가 힘 빌어야 할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기본 과제 해결에 그렇게 열등할 수 없는 민족인 우리가 버려두고 돌보지 않는 것, 학대하는 것, 막 두들려버리는 것, 그리고 어쩌다 지난 시절의 불행이 떠올라 몸서리치며 생각도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다시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즉 재소유시키는 기능이었다.”라고 사진집 <침묵의 뿌리에서="">밝힌 적 있다. 그러기에 나는 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화창한 봄날 동백을 그리며 강요배 선생을 떠올린 것일 게다. 그의 그림 속에는 고야나 케테 콜비츠의 그림들처럼 근대화의 뒤안으로 사라져 버린 역사의 현장이 재구성되어 있다. 아파트라는 주거 양식이 보편화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회화가 대중들에게 퍽 가깝게 다가오는 경향이어서 회화의 장식적 기능이 좀 강해진 듯하다. 결국 인테리어를 하는 데 유용할 듯한 그림들이 대중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거실 벽에 걸어두기에는 음산하기 짝이 없을 그림들이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없거나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기록하는데 인색하고 따라서 역사에서 배울 줄 모르는 망각이 습성화 된, '역사의 섬’에 갇힌 우리에게 있어서, 역사란 ‘여인천하’ ‘태조 왕건’같은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하는 욕망과 암투의 대상일 뿐이 아닌가 싶은 뼈아픈 자성 때문에 나는 “잊혀져 가는 비극성을 새롭게 조망하고 그것에 역사의 맑은 바람을 쐬려 한다”는 강요배 선생의 그림들이 더 좋다. 동백은 통째로 처절하게 떨어진다. 그 속에서 선생은 제주 인구의 10%에 가까운 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 4,3 사태를,처절한 날들의 생목숨 버려야 했던 민중들의 모습을 본 것이었을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의 입장에서 선이며 색이며 구성이 어떻고 하는 것들보다 그림이 갖는 의미에 매달리는 것이 과연 회화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일단 접어둔 채 말이다.
l******r 2002.05.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