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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 인간은 온갖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일까?
"[12/60] 인간은 온갖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일까?" 내용보기
급진주의자라고 하는 저자들의 약력에 호감을 느꼈고, 우리가 몰랐던 혹은 우리와 동시대를 관통했던 생물학, 유전학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는, 예전에 생물학과 관련한 두 명의 유명인이라며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 하우스'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
"[12/60] 인간은 온갖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일까?" 내용보기

 급진주의자라고 하는 저자들의 약력에 호감을 느꼈고, 우리가 몰랐던 혹은 우리와 동시대를 관통했던 생물학, 유전학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는, 예전에 생물학과 관련한 두 명의 유명인이라며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 하우스'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추천받았을 때, 제가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던 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책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황우석 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보여 준 광풍과도 같았던 열기입니다.


 우리 몸의 주인이 실은 내가 아닌 '유전자'라는 주장에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순전히 자신의 유전인자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선택을 할 뿐이고, 인간의 몸은 그저 그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도킨스의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부수고 또 부수어 끝까지 남은 '흙'을 집의 주인이라고 말하지 않듯, 모든 물체를 끝까지 분해해서 남은 가장 기본 입자를 그 물체의 본질이라고 하는 환원주의는 받아들이기 거북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흙을 포함한 다양한 재료들이 어울러지고, 또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집'이라고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고 자연스러운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유전자가 인간을 이루는 가장 기본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해도, 인간이란 '유전자들의 합'으로 정의될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유전자, 세포, 뇌라는 제목이 그냥 지어진 게 아니라는 걸 봅니다. 저 순서가 지난 100년 동안 생물학계를 관통해 온 연구의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연구라기보다 국가, 학계, 거대기업 등이 지속적인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하는 게 옳겠습니다. 바로 저 시점에 우리는 황우석사태를 맞이했었습니다. 생명공학이야말로 향후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창출할 새로운 기회라고 떠들며,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고, 학계와 언론계가 대대적인 찬양을 하고, 기업들이 뒷돈을 대기에 바빴습니다. 그 어디에도 황우석이란 사람이 발표한 논문의 진위나 논문을 쓰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연구자로서의 윤리, 도덕과 같은 것을 따져 묻는 이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이 새로운 길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 믿었고, 그 길에 함께 서기를 원했었습니다. 아주 작은 비판이라도 '신성모독'을 대하듯 따돌림을 당하거나 테러를 당해야 했습니다. 온 나라를 미친 듯이 몰아치던 그 광풍은 결국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대통령마저도 속여 넘겼고 온 국민을 우롱하던 그 사기극의 전말을 밝힌 시사프로그램은 고소/고발을 당하고, 담당PD들이 방송사 내에서 억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실을 말함에도 '국익'을 내세워 그 입을 가리려고 한 이들은, 아마 줄기세포를 통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돈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 어떤 것이든 다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이 사회 곳곳에 내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윤리니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개념들이 이윤에 묻히는 세상이 과연 우리가 온당히 살아가야 할 사회인지, 우리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사회인지 의심하고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몸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그저 수학, 의학, 생물학 등 과학적 분석으로 해석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입니다. 물론, 그 복잡함마저도 언젠가는 모두 해석해 내겠다고 과학자들이 덤빌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분석하고 수치로 환원된 것들이 역으로 생명을 이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그런 연구와 해석의 동인이 이윤을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비 지원없이 가능한 작업이 아니겠지만, 아마도 수익이 되지 않는 연구결과는 모두 사장되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또 다른 증거를 우리 몸에서도 찾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선의로 헌혈을 하는 것과 돈을 받고 피를 뽑는 건 엄연히 다른 행위입니다. 돈을 받는 순간, 선한 의지는 사라지고 상품만 남게 됩니다. 인류를 위한 연구에 나의 DNA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 댓가로 돈이 오간다면 우리는 인간에서 상품으로 전락합니다. 그렇다고 연구결과로 얻는 이득을 과학자들이나 거대 회사들이 독점하는 건 정의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형태가 되든 이런 연구에 발을 담그게 되는 순간, 결국 우리 몸은 상품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상품이 되지 않도록 과학을 외면하고 내 몸을 지킬 것인가, 과학발전에 공헌하는 길을 가면서 윤리와 정의가 조화롭게 적용이 되도록 노력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은 것 같습니다. 


마침 책을 읽고 감상문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시점에,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바둑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3국을 내리 알파고가 승리하며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처럼 혹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할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할 날이 머지 않은 듯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뇌와 신경이 움직임, 근육의 이완 등등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모아 놓으면 인간이 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 낸 인간과 자연에서 탄생하는 인간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s*****2 2016.03.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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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물학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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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부부터 생물학의 발달은 눈이 부시다.눈이 부시다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로 생물학과 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의학은 범위를 넓혀가며 미래에 대해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눈이 부신 발전과 약속, 환호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 것? 지금까지 생물학이, 의학이 그려낸 미래는 그대로 실현이 되었는가? 또는 그렇게 실현시킨, 실현시키고자 하는 약속은 의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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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부부터 생물학의 발달은 눈이 부시다.

눈이 부시다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로 생물학과 생물학을 기반으로  의학은 범위를 넓혀가며 미래에 대해 약속을 하고 있다그러나  눈이 부신 발전과 약속환호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 지금까지 생물학이의학이 그려낸 미래는 그대로 실현이 되었는가또는 그렇게 실현시킨실현시키고자 하는 약속은 의심할 만한 것이 아닌가?

 

과학의 다른 분과들이 그랬듯이 생물학의 발달도 환원주의에 기대고 있다연구 대상을분석할  있을 만큼 분할하여 분석하고그것을 전체에 대해 적용하는 환원주의는 살아 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에는 원칙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하다하지만 환원주의는 생물학에도  적용되었고현대 생물학의 주류는 바로  환원주의를 성공적으로 적용된 분야이다 분야란 유전학유전체학줄기세포학그리고 신경생물학이다바로 로즈 부부가 비판적 분석 대상으로 삼은 분야다.

 

로즈 부부는 유전학유전체학줄기세포학신경생물학의 20세기 이후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개괄의 목적은 생물학의 역사를 통해서 생물학나아가 과학이 약속이 단순한 것이 아니며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다른 이념이나 운동과 연관되어 그릇된 결과를 가져올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이를테면 유전학이 필연적으로 관련될  밖에 없었던 우생학이 그렇다우생학이란 히틀러의 나치에게만 해당되던 돌발적이고 역사적인 것이 아님을 미국을 비롯한 서구북유럽까지 포함하는 나라들에게서 보편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또한  망령은 유전체학과 함께 다시 도래할  있음을 저자들은 경고하고 있다이는 줄기세포에서도 마찬가지이며모든 것을 뇌와 신경물질의 작용으로 환원시키고 있는 신경생물학에서도  다를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나는 사실 생물학에서의 환원주의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내가 환원주의적 방법론을 이용해서 생물학을 하는 입장이어서가 아니다비록 그런 입장이긴 하지만 환원주의적 방법론이 생물학과 과학을 대하는 전체 사고를 규정짓지는 않는다는 것이  경험이자 생각이다생물혹은 생물계를 전체 사고 대상으로 삼는 사고 방식과  생물의 특정 분자에 집중하는 방식은 서로 넘나들  있다고 본다물론  수준이 아직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수준 때문이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현대의 과학이(이는 생물학만의 문제가 아니므로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과학 자체로서 존재하지 않고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어 가는 현상은 안타까운 현상이다돈이 나오는 연구에 연구자들이 몰리고 쪽에서는 허황된 약속과 완전하지 않은 연구 결과가 마구 쏟아지고나아가 연구 부정까지 이뤄진다(황우석의 예가 빠질  없다). 아주 작은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도 개탄스러우며혹은 부럽기도 하다더더욱 문제는 이러한 방향성을 되돌릴 방법이 별로 없다는  있다비록 저자들은 가끔의 성공 사레를 제시하고는 있지만그것은 능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반작용적인 것이며 성공이라는 것도 현상 유지에 그치는 것이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다양하고도 서로 모순되는 생각들이 자꾸 스쳐간다.

 책이 다루고 있는 현대 생물학의 모순적이고 불편한 모습들에 공감을 하다가 부정하게 된다아마도 내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바로  한가운데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현장의 인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래서  내용에 공감할 수도 있고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중간에  책을 내려놓지는 못했다이들이 쓰고 있는 내용은 분명 해석하는 방향에서 주류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바라보는 현상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며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부신 발달만을 얘기하고일부 분야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나오고 번역되는 과학교양서는 어쩌면 사고의 불균형적인 발달만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당연히 그런 책들이 필요하지만이런 책도 필요하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15.12.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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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물학은 인류의 미래에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가져다줄 것인가?
"현대 생물학은 인류의 미래에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가져다줄 것인가?" 내용보기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책을 읽고 현대 과학은 생명과학이 주도하고 있고, 생명과학은 거대한 조직을 가지고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의 생명기술과학으로 변모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기술과학의 발달은 우리 개개인의 유전자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유전자 치료에서 신약에 이르는 과정으로 이어져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를 실현시켜 줄거라 믿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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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책을 읽고 현대 과학은 생명과학이 주도하고 있고, 생명과학은 거대한 조직을 가지고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의 생명기술과학으로 변모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기술과학의 발달은 우리 개개인의 유전자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유전자 치료에서 신약에 이르는 과정으로 이어져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를 실현시켜 줄거라 믿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질병 관련 유전자를 발견해서 그 기능을 탐구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상품화하여 수익을 얻는 생명공학 회사들의 과장 광고와 이에 대한 신문 기사에 의해 갖게 된 환상일 뿐 아직은 유전자 정보에 근거한 유전자 치료나 개인 맞춤의료가 의료의 혁명을 일으킬 정도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학이 진보이고 그 진보는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이로움을 준다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때 과학이 정치와는 무관한, 독립된 영역으로 간주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과학의 연구 방향을 국가가 제시하고 과학 예산을 통제하며 우선 순위를 지시하여 공공 연구 자금 지원이라는 미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거대한 DNA 바이오뱅크, 신경과학을 대표 주자로 하는 생명기술과학은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지적 재산권을 보장하는 시대에 유전자가 엄청난 돈이 되었습니다. 생명기술과학의 일부 연구자들은 과학자이며 동시에 사업가, 기업가, 자본가로 불려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연구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가, 정치가 집단들은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과학 기술들이 인류에 장미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출범할 당시 엄청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인간의 유전체 해독이 완성되면 인류의 기원이 밝혀지고 유전체 약학을 통해 예측과 개별 맞춤형 의료의 문이 열리게 될거라고 확신했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에 대한 열광 분위기에서 DNA 바이오뱅크가 특정 질병의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급기야 DNA 바이오뱅크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영국으로, 스웨덴 북부에서 퀘벡과 통가, 노르웨이까지, 그리고 미국의 수십 개 주와 DNA를 연구하는 다른 모든 나라에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예상과 다른 HGP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적잖이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결과는 유전자 중심주의를 이론적으로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HGP 이후 유전자 염기 서열분석가들이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듯이 특정 질병과 인과적으로 연관되는 유전자가 수십 개, 심지어 수백 개로 많은 유전자가 연관되고 이들 유전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생화학 경로로 인해 특정 유전체 프로파일에 대한 맞춤 의약품의 가능성은 아직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HGP 결과, 가장 복잡한 뇌를 가지고 있으며 진화의 정점으로 추정되었던 인간의 유전자 구조가 침팬지, 쥐, 심지어 초파리와도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단백질 합성의 암호를 담고 있는 유전자는 약 2만 여개에 불과해 초파리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프로젝트 초기의 예상과 달라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바이오뱅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전자 수가 당초 예상과 다르게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 조건에 포함된 유전자는 오히려 너무 많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예상보다 질병과의 관계가 휠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결과는 보잘것 없었습니다. HGP의 핵심 인물이며 유전학자이고 서열분석가인 에릭 랜더는 인간 유전체 염기 해석의 완성은 조립 방법에 관한 안내 책자 없이 부품 목록만 만들어낸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HGP와 바이오뱅크가 밝힌 것은 생물학적 복잡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명체의 발달이라는 맥락 안에 위치하지 않으면 DNA 서열은 무의미하고, 진화라는 맥락 안에 두지 않으면 인간과 침팬지의 염기서열이 거의 같다는 사실에서 알게된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체 서열 분석 이후 유전학의 개념이 바뀌면서 언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될지를 통제하는 세포의 조절 과정이 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세포의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DNA가 아니라 유전체가 담겨 있는 세포이고 이러한 과정을 후성유전학 연구를 통하여 현란한 일련의 조절 과정, 환경의 영향을 받아 DNA 단편을 켜거나 꺼 성체의 표현형에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전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진행되고 있는 진화와 발달의 대통합은 당연 서열분석가들이 밝혀낸 유전적 복잡성의 발견에 토대를 두고 유전자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점점 유전학과 진화 이론의 종합은 더더 강력해지는 추세로 흘러갑니다. 이제는 행동 패턴을 포함하도록 생물학 영역 바깥으로 진화 이론이 확장되었습니다. 오늘날 진화 이론의 변종들이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진화 윤리학, 진화 정신과학 및 의학, 진화 미학, 진화 경제학, 진화 문학비평 심지어 진화 우주론까지 있습니다. 진화 간판을 달고 진화라는 잣대로 사회과학 및 인문학을 봅니다.다윈의 원래 표현 방식 속에 녹아들어 진화 이론을 떠받쳤던 사회적 가정들은 진화 이론 그 자체의 진화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평합니다. 그러니까 사회생물학자이며 진화심리학자인 에드워드 월슨이 분명하게 선언했던 것(사회과학을 생명과학과 통섭하게 하는 것)과 다르게 사회과학을 생명과학에 종속하게 하는 것이며 곧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생물학과 물리과학에 종속시킬 것을 요구하는 일원화된 인식론이라고 저자 힐러리 로즈와 스티븐 로즈는 비판합니다.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은 인류의 미래에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가져다줄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져 이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다윈의 진화론에서부터 인간유전체계획(HGP)을 거쳐 최근의 신경과학 열광주의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비판적으로 세세하게 이야기합니다. 생명과학의 역사 속 그 많은 사건들의 배경과 진행 과정, 그 이후까지 이면에 숨은 속사정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소개할 수 있는지, 또 그 사건 안에 관련되어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에 놀라고, 이들의 생명과학 역사 속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하여 저자의 평가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앞표지 바로 뒷장에 소개된 힐러리 로즈와 스티븐 로즈 부부에 대해 살펴보고서 이들이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생각하면서 찬찬히 읽어보기를 권하며, 이 책을 끝까지 읽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으며 내용을 이해하기가 여간 녹록치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최근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가 쓴 '본성이 답이다','오래된 연장통' 책을 읽고서 바로'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책을 읽게 되어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을 읽어 혼란스러웠고 생물학의 진화론으로 인간의 본성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까지도 설명하려는 시도와 연구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HGP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굉장한 성과를 낸, 성공한 국제적인 생명과학 프로젝트로 여겨 비판이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고민없이 그저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요란한 신문기사를 읽고 HGP의 성과물로 개인 유전자에 근거한 맞춤의료의 시행이 코앞에 있다고 기대하며 마냥 좋게만 보고 있었는데 HGP을 하게 된 배경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전례없는 과장광고였고 기관들 간의 경쟁의식, 수익 전망, 기술적 탁월성, 과학의 오만이 서로 만나 빚어낸 허상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부풀려진 허황된 불로장생 꿈에 현혹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HGP 이후 이제 개인 유전 정보는 상업적 대상이 되었고 유체학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 DNA 정보를 입수하고 보관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여 바이오뱅크의 관리 및 과학과 윤리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중심에 두고 줄기세포 연구 방향을 설정해야하는구나, 이제는 윤리적 사유보다 연구 가치에 대한 도구로 변형되고 있음을 직시해 이에 따른 문제점을 알아봐야한다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하며 고민없이 과학 기술의 장미빛 전망만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던 자세를 반성하였습니다. 유전자, 세포, 뇌로 대표되는 유전체학, 재생의학, 신경과학 곧 현대의 생명과학을 역사적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조망을 할 수 있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서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뜻밖에 많은 인물들과 생명과학자들을 책에서 만나게 되어 신문과 여러 책에서 보아 업적만 조금 알고 있을 뿐 눈치채지 못했던 과학자들의 개인적 야망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면면을 알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도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현대 생명과학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옮긴이들의 말에 동의합니다. 서점 앞자리를 차지하여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나 에드워드 월슨 등의 극단적인 환원주의에 근거한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뇌과학 대중서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그래서 균형적인 시각까지는 아니라도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고민이라도 해 볼 수 있게 많은 사람이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 세포 뇌' 책도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b****0 2017.07.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