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이언 랜킨(Ian Rankin)"이 1991년에 발표한 "존 리버스(John Rebus)"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숨바꼭질(Hide and Seek)" 입니다. 첫 데뷔작 "The Flood"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 된 "매듭과 십자가"의 처참한 실패이후, 제2의 "존 르 카레"를 꿈꾸며 집필한 스파이소설 "Watchman"과 "Westwind"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이언 랜킨"은 그나마 평이 좋았던 "매듭과 십자가"의 캐릭터 "존 리버스"를 다시 불러내서 이 작품 "숨바꼭질"을 출간하면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시리즈 중 하나가 된 "존 리버스"시리즈를 이어가게 됩니다. 노숙자들이나 마약중독자들 같은 부류가 오가며 숙식을 해결하는 한 건물에서 한 청년이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현장으로 출동한"존 리버스"경위는 벽에 오각형의 별이 그려져 있는 방 바닥의 다 타버린 두 개의 초 사이에 두 팔을 벌리고 다리를 오므린 상태로 죽어있는 청년의 시체를 보며 묘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직감합니다. 온 몸이 멍투성이인 청년 손에는 마약 한 봉지가 쥐어져 있고 마약 투약에 쓰인듯 한 주사기들이 병에 담겨져 있었지만, 검시 결과로 죽은 청년이 쥐고 있던 순도 높은 마약과는 달리 몸에 투여한 마약에는 다량의 쥐약이 섞여 있었던 것이 밝혀집니다. "표정이 좋지 않더군요." "용의자들이 모두 포복절도하며 나간다면 내가 심문을 제대로 못한 거겠지." 경사가 미소를 지었다. "하긴. 저한테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필뮤어 마약 과다 투여 사건 말이야. 피해자의 이름을 알아냈어. 로니 맥그래스. 스털링 출신이라고 하더군. 그 친구 부모부터 찾아봐야겠어." 경사가 노트에 이름을 휘갈겨 적었다. "아들이 에든버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면 많이 기뻐하겠네요." "그래." 리버스가 경찰서 정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있는 빈민촌 필뮤어의 한 건물에서 흑마술이나 악마주의 의식에 바쳐진 제물의 형상으로 죽은 마약중독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자신의 관할구역이 아니지만 휴가 중인 동료를 대신해서 현장으로 출동한 "존 리버스"경위는 시체에 남겨진 타박상의 흔적과 손에 쥐고 있던 마약봉투 그리고 벽에 그려진 오각형의 별에 주목합니다. 검시 결과로 밝혀진 사인은 쥐약이 섞인 마약 투여였고 최초 신고자인 피해자의 여자친구 "트레이시"의 증언으로 피해자가 죽기 직전 상당히 불안해하며 그녀에게 어딘가에 숨으라고 했으며, 시체가 죽은 후 나중에 오각형 별이 그려진 방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갑자기 총경의 지시로 지역 사업가들이 후원하는 새로운 마약 퇴치 캠페인의 담당자로 정해진 "존 리버스"는 새로운 파트너 "브라이언 홈스"와 함께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까지 어디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 마약중독자의 죽음을 파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사건의 실체와 관계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없어 보이기도 하는 너무 많은 파편들이 사건 주위에 흩어져 있습니다. "무슨 사건?" 리버스가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무슨 사건? 형사 법원이 이걸 사건으로 인정할 것 같아? 인물이 있고, 악행이 있고, 답이 없는 의문도 있었다. 불법행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없었다. 그 사실이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사건만 있었어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유형의 무언가만 있었어도.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모든 게 녹아내리는 촛농만큼이나 공허했다. 하지만 촛농은 흔적이라도 남지. 안 그래? 세상에 완전히 사라지는 건 없다. 사라지는 대신 형태와 본질과 의미를 바꾸어놓을 뿐이다. 동심원 속 오각형 별도 본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리버스의 눈에는 그것은 주석으로 된 보안관 배지로만 보였다. 어린 시절 6연발 화약총과 함께 늘 지니고 다녔던 장난감 배지. 남들 눈에는 악 그 자체로 보일지 모르지만.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의 범죄 수사과인 CID(Criminal Investigation Department)의 "존 리버스"경위의 두 번째 이야기인"숨바꼭질"은 첫 번째 이야기인 "매듭과 십자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전작에서 보인 약간의 미숙함과 투박함을 지우고 더욱 복잡하고 흥미로운 플롯의 작품입니다. 조금 더 전통적인 범죄소설, 형사소설에 가까워 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여전히 최악의 빈민촌인 필뮤어의 버려진 한 건물에서 마약중독자 청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존 리버스" 경위가 수사를 진행합니다.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더욱 발전하는 에든버러의 치부 같은 곳에서 쓸모없는 마약중독자의 죽음은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하고, "리버스" 역시 총경과 도시 사업가들이 주도하기로 한 마약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사를 하는 "리버스"도 살인이라고 보기엔 확실한 정황과 증거가 부족해서 골머리를 앓지만 묘한 상황들이 이 죽음을 중심으로 벌어지면서 "리버스"는 에든버러의 빈민가의 죽음에 이끌려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에든버러의 중심가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에든버러가 쓰고 있는 화려한 가면들 중 하나를 벗겨내어 추악한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관광도시였지만 변화의 물결을 타면서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하고 그에 맞물려 몰려온 재개발 열풍으로 겉은 점점 현대적으로 화려해지지만 속은 더욱 썩어 들어가던 80, 90년대의 에든버러. 시대가 흐를수록 도시란 더 빨리 변하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도시의 화려한 부분은 더욱 빛나고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두워지는게 보편적인데 "이언 랜킨"에게는 에든버러가 자신이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에 지냈던 런던처럼 변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언 랜킨"은 이번 작품 "숨바꼭질"에서 에든버러에 대한 자신의 애증을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에든버러와 범죄, 악을 표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다시 끌어들여 중요한 소재로 사용합니다. 비유적으로 내용과 문장에 녹여낸 부분 이외에도 소설 속 문장, 캐릭터 이름들까지 차용하면서 인간과 도시의 이중성을 표현하는데 온힘을 쏟습니다. 심지어 이 작품의 가제는 "Hyde And Seek" 였습니다. 존 리버스 경위. 진급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도 그동안 참고 버틴 보람이 있긴 하네. 솔직히 리안과도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어젯밤 파티에서 그런 꼴을 보였으니. 섹스도 형편없었고. 이번 교제도 실패였다. 리안과 나란히 누워 있을 때 그는 깨달았다. 그녀도 질 템플러 경위의 눈을 가졌다는 걸. 대리 파트너라도 찾아봐야 하나? 하긴, 그러기엔 내가 너무 늙긴 했지. "넌 너무 늙었어, 존." 그가 중얼거렸다. 보통 이런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의 숨겨진 아픈 과거를 사건과 연결 지어 시리즈 중간 작품의 내용으로 써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가 "이언 랜킨"은 범죄소설 시리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첫 작품 "매듭과 십자가"에서 주인공 "존 리버스"의 아픈 과거사를 탈탈 털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 보다 더욱 사건과 수사에 집중 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물론 "존 리버스"라는 캐릭터도 이제 과거가 아닌 현재에 더 충실하며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경위로 진급했지만 여전히 귀찮은 일에는 나서고 싶어 하지 않고, 기선제압을 위해 기 싸움을 했던 부하 직원이 애인과 같이 있는 곳에 그가 나타나자 모른 척 했을 때는 삐지는 소심함도 보여줍니다. 자학적 개그 역시 한 단계 더 발전했고, 자신을 떠나버린 전 애인의 남자친구가 잘 못 되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박장대소하며 좋아하는 찌질함도 있습니다. 딱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보았던 전형적인 영국계 중년남자입니다. 단지 직업만 형사일 뿐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소시민. 리버스는 불편했다. 소박한 지방 대학교에서부터 명문 에든버러 대학까지, 모든 고등교육기관들을 보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모든 말과 행동이 심판과 해석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똑똑한 사람이 더 똑똑해지려 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글을 쓰는 재능은 있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확고해서 그 이야기를 쓰기위해 범죄소설의 형식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매듭과 십자가"에서 약간의 미숙함을 보여줬던 "이언 랜킨"은 이 작품 "숨바꼭질"에서는 범죄소설의 틀을 확고하게 다지고 나서, 이것을 기본바탕으로 범죄현상과 사건과 수사를 제대로 사용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많은 복선과 단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리는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미스터리적 요소에 많은 힘을 쓰고, 경찰 수사과정과 경찰 조직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들도 늘어나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유발시킵니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와 피식 거리게 만드는 유머도 전작에서 보다 훨씬 세련되어 졌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센스있는 대사들도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확실히 이 작품 "숨바꼭질"이 전작 보다 많은 발전을 보인 후속작이며,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존 리버스"시리즈의 큰 도약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항상 모든 걸 숨기려고 하는 거죠? 여기서도 그 단어가 등장했다. 숨기려고(hide). 동사, 행동, 그리고 명사, 장소, 그리고 인물. 얼굴은 없지만 리버스는 그를 깊이 알아가고 있었다. 적은 교활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하지만 존 리버스는 그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 로니와 커루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작가들은 모두가 글을 잘 쓴다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쪽 작가들의 책을 펼칠 때면 항상 내용이 실망스러워도 글 읽는 맛은 끝내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제 생각은 단 한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런 편견이 더 확고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이언 랜킨"는 역시도 상당히 글을 잘 쓰는 작가입니다. 이건 전작인 "매듭과 십자가"에서도 확인했던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숨바꼭질"에서는 전작에서 살짝 묻어난 미숙함과 신인 작가가 의례 숨기지 못하는 과도한 욕심이 사라지고 재미와 속도감을 더 더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Tooth and Nail"에서부터는 "이언 랜킨"의 감춰져 있었던 범죄소설가로서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운 좋으면 이 작품도 연말에 읽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전에 "존 리버스"시리즈의 역사적인 시작점인 "매듭과 십자가"와 이 작품 "숨바꼭질"을 읽고 워밍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
꼭꼭 숨어라, 그들이 올지도 모르니까 어린 시절 남자 아이, 여자 아이 상관없이 제일 만만하게 할 수 있는 놀이는 아마도 술래가 숨어 있는 아이들을 곳곳에서 찾아내는 숨바꼭질이었을 것이다. 특별한 규칙도 도구도 필요없는 이 놀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놀이 중의 하나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놀이의 특성 상, 공포감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현대 미디어에서는 공포 관련 장르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타탄 누아르의 제왕'인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컬렉션의 두 번째 작품인 [숨바꼭질] 역시 제목으로 차용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구성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며 쫓는 자들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숨바꼭질 이야기이다. 에든버러의 어느 허름한 주택개발단지에서 어느 노숙자 청년의 시신이 십자가형 모습으로 발견된다. 집 벽에 그려진 기이한 형상의 그림과 시신 곁에서 발견된 마약 때문에 이 지역 마약 밀매나 오컬트가 관련된 사건으로 예상을 하고 수사를 시작하지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의 향방은 생각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이 소설이 존 리버스 컬렉션에서 중요한 이유는 기괴하고 신비로운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존 리버스 경위가 드디어 콤비가 될 형사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런던 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다 변심하여 경찰이 된 브라이언 홈스 경장은 존 리버스 경위 만큼이나 솔직한 인물이었다. 첫 만남부터 아주 매끄러웠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존 리버스 경위의 대사처럼 후속 작품들에서 브라이언 홈스 경장이 군말없이 지시받은 일만 능률적으로 일하는 콤비가 되어줄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이미 이 책의 서문을 장식하고 있는 작가의 말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숨바꼭질]에 영향을 준 작품은 바로 스코틀랜드 선배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선과 악이라는 인간 내면이 가진 이중성을 극적인 사건으로 보여준 이 작품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다양한 장르와 작품으로 변주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 [숨바꼭질]과 이 전작인 [매듭과 십자가]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을 모델로 삼았다고 이언 랜킨이 직접 말할정도로 곳곳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관련된 내용들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는 이미지와 다른 악의를 품고 있는 범인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이 소설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고 존경받은 인물들 뒤에 숨어 있는 추악한 본성과 사생활을 다룬 작품들은 어느 정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게 빚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품 속에서 상류층들의 추악한 이면이 오늘날의 현실과도 꼭 닮아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부패한 권력과 부의 곁에는 항상 엽기적인 유흥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상류층의 엽기 행각에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속해있는 이들이 희생되는 법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더러운 비리를 추적하고 까발리는 소설 속의 형사들에게 현실의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http://blog.naver.com/kindlyhj/220453959041 ☞ 존 리버스 형사 시리즈 1 - [매듭과 십자가]
한달여만에 존 리버스 형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첫권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300페이지 정도로 얇은 편에 속한다. 가볍게 들고다니며 읽기 딱 좋은 크기와 무게는 상당한 두께와 크기를 자랑하는 다른 책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보였다.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는 분량이었지만, 담겨있는 내용은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첫 이야기때보다 이번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저번엔 활약도 별로 없고, 좀 찌질해보이던 주인공 존 리버스 형사가 이번편에선 형사다운 모습을 다분히 보여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파트너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파트너로 등장할지 알 수는 없지만, 느낌이 딱 바른 사나이같은 브라이언 홈스 경사가 존의 눈에 들어(아직 파트너라기보다는 마구 부려먹히는 조수에 더 가까운)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갔다. 이번편에서 존은 저번 사건으로 승진을 해서 경위가 되어있었고, 막 연인관계가 형성되었던 질 템플러와는 몇 개월 전 헤어진 상태였다. 전날 새로 교제를 시도해보려던 여인과의 파티를 망친 존은 이번 교제도 실패했음을 깨달으며 한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부터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에든버러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마약중독자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도착한 그 주택은 불법 거주자들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보였고, 그곳에서 발견된 시체는 묘한 모습이었다. 타다 남은 양초 두 개 사이에 놓인 시체는 상반신의 옷은 벗겨진 상태로 다리는 가지런히 모은 상태였고, 두 팔은 넓게 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리 병에 일회용 주사기 여러 개가 담겨 있었다. 피해자의 몸에는 타박상 흔적이 다수 보였고, 그의 사인은 헤로인 과다 투여였다. 또 한쪽 벽에는 주술로 보이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오각형 별이 두 개의 동심원 안에 담겨있었다. 바깥쪽 원의 지름은 1.5미터쯤 되었는데, 굉장히 공들여 그린 것이었다. 별도 원도 반듯하고 완벽했다. 주술인가?! 일단 가능성은 열어둔채 수사가 진행되었다. 죽은 자의 신원부터 확인을 해야했는데, 이것은 금새 해결이 되었다. 트레이시라는 젊은 여인의 제보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뿐. 그녀의 진술 이외엔 사건에 대한 단서가 극히 적었다. 왓슨 총경에게 불려가 억지로 마약 퇴치 캠페인 일을 맡아야했던 존은 멍하니 텔레비젼을 보다가 무작정 아파트를 나와 다시 한번 사건현장인 주택으로 향한다. 그리고 벽의 그림에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글이 새로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안녕 로니". 순간 소름이 끼쳤던 존은 다음날 날이 밝으면 다시 와야겠다며 황급히 밖으로 나온다. 다음날, 이 사건이 살해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죽은이가 투여한 약이 누군가가 그가 죽기를 바라고 건넨 안락사를 위한 마약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단서가 너무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보다 더욱 사건에 파고드는 존!!! 초반 수사는 눈에 보이는 단서와 제보자 트레이시의 진술에 매달려 조금씩 단서를 늘려갔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건 탓에 존은 브라이언 홈스 경사를 이 사건에 끌어들였고, 그가 자신의 파트너가 되기에 적합함을 확인한다. 그렇게 얼결에 그의 잠재적 파트너가 된 브라이언은 존이 부탁(?)하는 일들로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했고, 어두웠다.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도시와 국가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산산조각 나버릴게 분명한 숨겨진 어둠이 이 사건에 숨어서 존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결국 권력이었어.. 이래서 모두들 권력과 부를 탐하려고 하는 건가..?! 돈과 권력만 있으면 잘못을 저지르고도 죄를 받지 않는 인간들. 하아.. 위로 향할수록 인간은 어쩜 그렇게 타락하고 마는 걸까. 더 자극적이고 더 퇴폐적인 무언가를 바라면서. 자기들끼리 뭉쳐서 서로 죄를 덮어주니.. 법도 이들을 어쩌지 못하는 그 모습이 씁쓸하고 화가 났다. 이들은 누가 벌을 주려나? 300페이지가 매우 알차고 꽉 찬 느낌을 준다. 가독성도 좋아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이번 책은 중간중간 단락이 나눠져 있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게 살짝 불편했다. 읽다가 이상해서 보면 어느새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있었던 것. 한줄만 띄어줘도 되는데.. =-=a 암튼, 다음 시리즈 '이와 손톱'은 어떤 사건일지, 존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
십년 쯤 전에 영림카디널에서 출판한 이언랜킨의 부활하는 남자들이란 책을 꽤 재미나게 읽었다. 사실 영림카디널에서 블랙캣 시리즈로 나온 작품들이 모두 괜찮았다. 이언 랜킨이 나름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라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더 출판되지 않을까 아쉽기도 했다. 한 십년 동안... 그래서 존 레버스가 또 주인공이라는 요 숨바꼭질이 나오자마자 바로 질렀다. 아직 책을 받지는 못한 상태라 내용에 대해 뭐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좀 걱정스러운 것은 부활하는 남자들이 2004년 작이고 숨바꼭질은 91년 작이다. 새러 패러츠키가 2003년에 쓴 블랙리스트가 정말, 대단해서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었는데 재작년에 검은숲에서 나온 제한보상은 20년 전 초기작이라 그런지 어설펐다! 십년 전 블랙캣 시리즈로 나온 블랙리스트 때문에 이미 이 작가의 광팬이 되어있어서 바로 제한보상을 질렀는데 한번 읽고 어디에 꽂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코넬리처럼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큰 기복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그렇지만 별 발전은 없는) 작가가 있는 반면 새러 패러츠키처럼 대기만성형(대신 초기작은 구멍이 술렁술렁 난) 작가도 있다. 이언 랜킨은 어떨지 모르겠네. 일단 번역하는 분은 마음에 들지만서도. |
|
‘매듭과 십자가’에 이은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당초 시리즈 집필 계획이 없던 이언 랜킨은 ‘매듭과 십자가’에서 존 리버스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사건과 직결시킨 탓에 사건 전개보다 그의 과거사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결과적으로 ‘영국에서 매년 팔리는 범죄소설 중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엄청난 시리즈’인 존 리버스 시리즈의 첫 작품은 좀 밋밋한 스릴러가 되고 말았습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숨바꼭질’은 존 리버스를 소개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탓인지 좀더 스릴러의 본령에 충실한 미덕들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 ● ● 폐가로 전락한 주택단지 필뮤어에서 마약중독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리버스는 새로운 파트너 홈스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단서들은 일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랜덤함 그 자체입니다. 독극물이 든 마약을 투여하고 죽은 시신, 오컬트 의식에 따라 배치된 시신과 소품들, 벽에 그려진 오각별과 그 곁에 붙어있는 에든버러의 풍광을 담은 사진들, 남창이면서 사진작가를 꿈꿨던 희생자의 이력, 그리고 “숨어! 그들이 오고 있어! 그들이 날 죽였어!”라는 여친에게 남긴 마지막 한마디 등 리버스는 수많은 단서 속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아득할 따름입니다. 끈질긴 탐문과 거듭되는 현장 방문, 희생자의 흔적에 대한 추적 등을 통해 리버스는 누군가 희생자를 의도적으로 살해한 정황을 찾아냄과 동시에, 때맞춰 날아든 제보를 통해 에든버러를 충격 속으로 몰고 갈 끔찍한 사실을 알아내게 됩니다. ● ● ● ‘숨바꼭질’은 자신이 나고 자란 에든버러에 대한 작가의 애정으로 똘똘 뭉친 작품입니다. 첫 장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이언 랜킨은 에든버러를 타락시킨 런던에서 온 외지인들과 그들이 실어 나른 추악한 변화들 – 가령, 부동산 개발이라든가 – 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씁쓸함을 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애정을 넘어 이언 랜킨은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이야기 전반에 투사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어느 새 아름답고 깨끗하던 에든버러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길거리엔 남창들이 공공연히 호객행위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한때 재개발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폐가가 된 곳입니다. 이런 에든버러의 ‘타락’을 배경으로 ‘숨바꼭질’은 존 리버스가 한 마약중독자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전형적인 스릴러 공식을 따라 전개됩니다. ‘매듭과 십자가’에서 어딘가 해리 보슈나 해리 홀레를 연상시키는 암울하고 회복불능의 상처투성이 캐릭터로 묘사됐던 존 리버스는 ‘숨바꼭질’에서는 훨씬 더 유연해졌을 뿐 아니라 조금은 뻔뻔스러운 캐릭터로 진화했습니다. 진급도 했고, 상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를 줄도 알고, 부하를 쥐락펴락 다룰 줄도 압니다. 물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사는 외톨이 기질까지 버리진 못했지만 어쨌든 전작에 비해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매듭과 십자가’에서 느낀 아쉬움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숨바꼭질’은 여전히 ‘엄청난 시리즈’의 진면목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약, 오컬트, 남창, 수상한 경찰 등 일관성 없는 많은 단서들이 존 리버스 앞에 던져지고, 그로 인해 그의 수사는 다방면으로 전개되지만, 찔러본 곳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새 파트너인 브라이언 홈스가 던진 한마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군요.”처럼 사건을 복잡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작가는 무리한(또는 과한) 설정을 펼쳐놓았지만 사실 이 설정들이 적절한 효과나 반전의 기반을 만들어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말하자면, 심플한 사건의 구도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재료를 보충했지만 그 재료들 가운데 후반부에 가서 제 역할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매듭과 십자가’에서도 그랬듯,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는 뜻하지 않은 깨달음과 때맞춰 날아드는 외부의 제보였습니다. 작가가 ‘너무 많은 일들을 벌인’ 점은 오히려 납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깨달음과 제보’는 사실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을 안겨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아쉬움은 저만의 특별한 느낌일 수도 있고, ‘엄청난 시리즈’의 진면목에 대한 과한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에든버러에 대한 애증, 사회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재미와 속도감이 붙은 서사 등 ‘숨바꼭질’만의 미덕은 두루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어쩌면 올해 안에 볼 수 있다는 세 번째 시리즈 ‘이와 손톱’에서는 저의 기대감이 제대로 충족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분의 서평을 보니 ‘이와 손톱’에서 이언 랜킨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존 리버스에 관한 충분한 예습까지 마친 이상 ‘엄청난 시리즈’의 진면목을 발견할 때까지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
|
전작 보다는 읽기 수월해진 리버스 시리즈지만 여전히 시니컬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간극을 뛰어 넘어 요즘 트렌드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어딘가 아쉬운 점도 남아 있다. 특히 사건의 배경이 되는 스캔들이 요즘 같으면 그다지 자극적일 것 같지 않은 소재다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장르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과거의 작품들까지 탐미한다면 추천, 그러나 쉽게 쉽게 읽고 싶다면 건너 뛰어도 좋은 시리즈. |
|
어렸을 적 숨바꼭질은 너무도 재미있는 놀이였고, 간혹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여주는 머리만 감추면 다 보이지않는다고 생각하는 '까꿍 놀이'는 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하지만 숨으려는 범죄자와 그들을 잡아 정의를 찾고자하는 이들이 벌이는 '까꿍' 하는 숨바꼭질은 지저분하고 힘겨운 일이 됩니다.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경위'가 머리만이라도 감추려하는 범죄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이게 됩니다. 사건의 시작은 '숨어'라는 절박함으로 여자친구를 내치는 마약중독자의 마지막 손짓인데요. 그렇게 여자친구를 내쫓고 죽은 채 발견되는 로니라는 젊은 청년의 죽음에 대해 같은 노숙자 신세인 여자친구 트레이시는 그가 살해된거라는 증언을 하고 주변에 자신을 쫓는 이들이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마약중독자의 실수에 의한 죽음인 줄 알았지만 뒤에 점점 뭔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상스런 일들이 리버스의 눈길을 끌게 되고, 마약퇴치 운동을 왓슨 총경의 제의로 사회 저명 인사들과 하게 된 리버스는 이 두 이야기를 오가며 대조적인 삶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허물어져가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필뮤어에서 찌들어 사는 젊은이들의 잃어버린 희망과 삶, 그들을 도와주자며 그 몇 블럭 앞에서 사는 나이든 저명 인사들의 화려한 삶은 그 중간 위치쯤에서 사는 리버스에게도 혼란스럽게 다가오게되는데요. 그 혼란스러움은 리버스의 동료인 토니 맥콜 경위와 그의 형 토미 맥콜의 모습에서도 보게됩니다. 어느 정도 갖추고 살아감에도 예전 없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토니와 많은 걸 이루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토미의 모습에서 우리가 가지길 원하는 인생의 생각지못한 씁쓸한 모습과 부자라는 달달해보이는 삶의 앞과 뒷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언 랜킨은 이미 그가 "하이드 앤 지킬" 의 이야기에서 여러 부분을 따왔음을 말하고 있는데, 사건을 조사하는 곳마다 들려오는 하이드라는 이름은 리버스에게 끝까지 이 사건을 놓치 못하게 하는 이름이 되게합니다. 한 사건에서 많은 유명인사가 걸린 스캔들에 가까운 사건으로 점점 커지는 사건은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새삼 놀라움을 주지도 못하고 사건이 진행되어갈수록 '로니'라는 존재가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그가 가진 증거와 증인에서 찾아야했지만 너무 늦게 머리를 굴린 리버스의 경찰 능력을 탓하고 싶지만 하이드라는 이름만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에 걸리게 됩니다. 평소 존경받을만한 인물로 알려져왔던 이들의 카메라 불빛과 함께하는 흥미로운 사건이 터질때마다, 많이 가졌다 라는 생각이 들면 나 역시 그들처럼 평소 양심에 꺼려지는 일들을 태연하게 하게될까 라는 생각을 이미 해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에게나 있고 그렇기에 당연히 나에게도 있을 내 안의 선과 악, 돌이킬 수 없어 괴로워한 지킬박사의 최후를 알면서도 내 안에서 꿈틀대는 하이드의 욕망이 어떤 걸 선택하게 될까 라는 생각이 더 나아가면 적절한 수준의 대가라는게 주어진다면 나도 하이드가 되면 어때라는 선택을 쉽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어쩌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보게될 사건의 실사판이기에,그리고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또'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의 중심이 뭔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건에 치여 어두어졌지만 머리를 담당하는 리버스와 발로 뛰면서 증거가 사실인지를 알아보는 어리숙한 홈스와의 만남이 의외의 조합을 줬는데, 다음에도 이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지 이언 랜킨의 다음 이야기 '이와 손톱'도 기대해보게 됩니다. . |
|
사회 상류층의 숨겨진 비밀
이언 랜킨의 <매듭과 십자가>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존 리버스 켈렉션 중에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존 리버스 컬렉션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존 리버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모아둔 것이다. 이 책은 존 리버스라는 탐정의 매력을 살펴볼 수 있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의 표지에서부터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듭과 십자가>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두운 계단을 올라 저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는 이 책의 끝에서 대체 무엇을 보게 될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특히,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걸 먼저 읽기보다는 책을 전부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의 말을 더 의미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로니라는 남자가 "숨어!"라고 소리치면서 그들이 오고 있다며 트레이시라는 여자를 집에서 나가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자는 이상했지만 노숙자 소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로니는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것이 존 리버스 경위이다. 로니는 오각형 별 아래에 촛불 곁에서 팔을 벌린 채로 죽어 있었다. 그래서 존 리버스 경위는 로니가 오컬드주의자에게 어떤 의식을 행하면서 살해당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컬드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존 리버스는 다른 방향으로 수사 방향을 바꾼다. 그때 존 리버스의 수사를 도왔던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홈스였다. 홈스는 로니가 찍은 사진들을 찾고 그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간 사진 작가를 찾아가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기도 했다. 홈스는 투견 도박장을 덥치려고 하지만 애인이 트레이시에게 얼굴을 맞았다는 소식에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다. 트레이시가 홈스의 애인이 있는 도서관으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로니가 그곳에 무언가를 숨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단서들을 결합하여 그들은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숨다'의 의미인 'Hide'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Hyde'의 연관성이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작가의 말을 보면,,, 왜 에든버러 사교계 유명 인사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숨바꼭질>이란 책과 연관되어 질 수 잇는지 알 수 있다. <숨바꼭질>은 <매듭과 십자가>의 자매편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존 리버스 경사가 <숨바꼭질>에서는 경위로 진급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만든 브라이언 홈스라는 파트너는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에 경의를 표하는 차원이라고 하니, 책에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사실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역시,,, 1988년에 적힌, 20년 이상된 작품으로 사건 파악의 핵심을 어떤 사람의 증언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여러 단서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 단서들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내가 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존 리버스라는 새로운 사건 해결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사건 해결이라는 결말에서 무작정 선이 이기고 악이 지는 게 아니라 현실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
영국에서 팔리는 범죄소설의 10%를 차지하는 작품. 그 작품은 바로 이언 랜킨이 쓴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리버스 형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 컬렉션은 첫 작품 <매듭과 십자가>에 이어 이 책 <숨바꼭질>로 이어지고 후속 작품은 <이와 손톱>이다.
컬렉션의 두 번째 작품이기는 하지만 앞 작품과의 연계성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별개의 작품으로 전작을 읽지 않아도 사건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전작을 읽었다면 리버스의 성격이나 사건 해결 방법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빠르기는 하겠지만.
숨바꼭질(HIDE AND SEEK)이라는 제목이 이미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숨는 자와 찾는 자.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숨는 것일까? 찾는 자는 당연히 사건을 해결하려는 리버스 형사일 테고.
빈민가에서 발견된 마약중독자의 시체. 신고를 받은 리버스 형사는 새로운 파트너 브라이언 홈스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지만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단 하나의 단서는 피해자가 죽기 전에 외친 “숨어(Hide)”와 최상위층들만 출입한다는 클럽 하이드. 이제 하이드를 둘러싸고 이를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숨바꼭질이 시작되는데..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느낌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잘 짜인 추리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리버스 형사의 매력이 소설 전반을 아우르고 있기에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히 리버스 형사가 온 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조금은 더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마약, 비밀클럽, 카지노 등 불쾌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사실감을 더욱 높여준다.
다만 추리소설을 읽으며 생각지도 않았던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아우르려고 했다는 느낌의 단서들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오늘날의 많은 작품들과 비교해 상당히 적은 분량이지만 물 샐 틈 없는 이야기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존 리버스 컬렉션’의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았는데 그 작품들에는 어떤 리버스의 모습이 담겨있을까? 지금은 잊힌 무언가를 떠올리게 아날로그적인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무척 기대된다. |
|
민족의 명절 연휴에 나처럼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된 사람이 있다면 장르소설을 탐독하는 건 어떨까. 장르소설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들에게는 그 회사의 '얼굴'이라 할 만한 대표 작가들이 있다. 추리소설, 공포소설 등 장르문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다섯 출판사에 그들이 '미는' 브랜드 작가들과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있다. 그러한 그들에게 다가 온 한 작가가 있다. 바로 ‘이언 랜킨’ 이라고 한다. ‘존 리버스’라고 하는 형사 주인공을 탄생 시킨 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유럽에서 알아주지만 여기서 새롭게 소개가 되어 주는 작가들 또한 대환영이다. 그의 작품 '매듭과 십자가'는 에든버러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소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존 리버스 컬렉션'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이다. 주인공 존 리버스 경사는 경찰이 되기 전 특수부대에서 훈련받고 과정을 통과했지만 훈련 중 받은 정신적 고통 때문에 군을 떠나고 경찰이 된다. 두 번째 작품인 된 '숨바꼭질'은 빈민가에서 마약과 주술(흑마술)로 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시체의 한 손에는 마약 봉지가 쥐여져 있고, 양옆에는 촛불, 한쪽 벽면에는 주술적인 오각형별이 그려져 있다. 인간적이면서 아픔을 간직하고, 다소 무력한 존 리버스 경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 리버스 경위의 새로운 파트너로 온 홈스. 이름을 이렇게 지은데는 이언 랜킨이 『셜록 홈스』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괴하게 연출된 죽음의 현장 속에서 단서들은 하나같이 이치에 닿지 않고 피해자의 죽음이 과연 타살이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는데 있어서 얽히고설킨 정황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단서는 ‘하이드’다. 피해자가 죽기 전에 외친 “숨어(Hide)!”와 에든버러 전역을 은밀하게 떠도는 이름 ‘하이드(Hyde)’. 리버스는 뜻밖의 인물을 통해 그 정체에 대해 알게 되고, 마침내 화려한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맞닥뜨린다. 리버스와 홈스가 보여주는 수사 과정에서의 환상적인 호흡과 인간적인 유대가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에든버러의 어두운 뒷골목을 누비는 두 형사의 조합이 명추리 소러인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못지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