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 여성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쓴 내용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란 책 서두의 헌사가 말해주듯, 어린 시절의 엄마, 가족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쓴 것이다. 영어로 썼고, 작가인 김연수가 번역을 했다. 아마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가 문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나고 자란 ‘한국’에 대해 쓴 단편과 장편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고 읽어야 좀 편하게 읽힌다. 미아 윤은 나 같은 한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고 전혀 다른 생활 속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이다. 전쟁 후,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아직도 혼사를 부모가 결정하던 시절에 이미 한번 결혼했었고 전처에게서 아들까지 두었던 남자와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당한 엄마. 늘 허황된 꿈과 대단한 호칭만을 남기는 일을 벌이기만 하는 아버지의 부재. 그래도 아이들은 파란대문 안에서는 엄마의 막강한 보호 아래 행복하고 즐겁게 뛰어논다. 어쩌다 나타나는 아버지의 크기만 했던 꿈 이야기도, 뭐든 다 해주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지만 그래도 고마워했던 아이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골목과 이웃들... 이러한 모습들이 봄날에 아지랑이 피어나듯이 곱게 피어나기도 하고, 바람피고 본처가 나타나고, 애증의 관계도 한판 닭싸움처럼 흙먼지를 일으키고 지나가고, 둑은 사람의 혼이 들러붙어 멀쩡한 사람이 둑어가 굿판도 벌어지고, 사랑보다는 현실에 발이 묶여 어쩔 수 없이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이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란다. 전체적으로 그 시절 그때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어린 아이의 시선 아래 추억 하나가 지나가는 것 같다. 시대의 슬픔과 가난과 고통이 잔잔하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치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놀러와 옆 동네에 무성한 소문과 진상을 이야기보따리처럼 풀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간혹 거북살스러운 감정도 피할 수 없다. 부드러운 문체로 무난한 번역을 해낸 김연수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애초에 한국어로 쓰였으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즉, 심청이 얘기가 나오면 심청이를 모르는 미국인 독자를 의식하고 심청이 얘기를 설명하거나, 단군과 웅녀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내거나, 양귀비 얘기가 나와도 양귀비처럼 예쁘다고 하면 우리는 다 알 것을 양귀비가 누군지부터 부연 설명하는 게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자체를 영어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미국 문단에서는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고 하니 고맙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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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에 이 책을 광고하는 것을 보았었다.'파란대문집...'.나의 아파트 뒷산쪽엔 재개발지로 인해 한쪽엔 미개발된 집들이 아파트와 상반되게 자리잡고 있다.그래서 파란 대문집들이 많이 있다.항상 저녁때든 오후 한나절이든 그 집들을 바라보며 문득문득 어릴적 이웃동네 풍경을 떠올리곤 했었다.언제 한번 읽어봐야지 한게...지금 일년이 지난 뒤 읽게 되었다.
어릴 적 골목 계단이나 동네에서 피어나는 연기냄새, 저녁 어스름의 인상적인 풍경,동네 어른들의 특이한 삶의 모습,나의 엄마의 젋었을 적 모습 등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다니는 소재이다.누가 물으면 항상 대답할 수 있게 준비되어있는 멘트이다. 여기서 작가는 그러한 소재를 글작가 답게 세련된 문장으로 잘 다듬어 내놓은것 같다. 예를 들어 엄마의 장바구니 속에 담긴 먹거리들을 '엄마가 손에 든 빨간 나일론 망사 가방 안에는 오이,부추,가지 등 여름 야채들이 팽팽하게 들어 있었다' 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고,한가한 오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색과 냄새로 표현을 하고 있다. 시각적 느낌을 미각과 후각으로도 표현하여 더욱 읽는 이의 감정을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아름답게 적절하게 묘사해낼 수 있는것도 능력인것 같다.보통 과거를 미화시켜 놓으면 역겨워서 읽기가 싫어지는데 이 글의 문장들은 어머니의 깨끗하고 화사한 한복에서 나는 사각사각 치맛 걸음소리와도 같이 들린다.그리고,어릴 적 누구나 시달리는 무서운 꿈 그러나 어른으로 커 나가면서 반드시 꾸어야 하는 것들을 자세히 묘사하여 마치 환타지 소설을 읽는 듯 하게 해 준다.신기하게 그냥 허구로 느껴지지 않고 꿈꾼 내용은 틀리지만 내가 느꼈던 초현실적인 느낌, 그 안에서 엄마를 만났을때의 느낌,누군가 항상 엄마를 잡아가는(책에서는 아이들의 실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나온다)등 낯설음이라 할 수도 없는 묘한 낯설음과 설레임이 느껴져 온다.
한편 마냥 어릴 적 옛날 얘기만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추억 속에는 미군들의 못된 행위,6.25가 우리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인지 여자아이가 바라보는 눈으로 알게된다. 사실 그대로를 목격했거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우리는 참상을 알게된다.굶주리며 피해 다니다 오랜만에 밥 두 공기를 목구멍으로 퍼넘기고는 배를 잡고 뒹구르다 죽은 기가막힌 무장공비,고아원에 있는 여자아이를 돕는 척 놀러 데리고 나가 어린 여자아이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겨버린 웃음의 미군...이러한 이야기들이 섞여져 나온다.
작가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꿈을 이루어가고 있지만 미국땅에서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서평에서 한국계 미국인이라 하여 미국 생활 얘기를 기대했기에 조금은 섭섭하였다.하긴 만일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너무 진부했을라나. 그냥 배추꽃같이 하얗게 햇살 내리쬐는 오후의 한가로운 냄새를 맡으며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여기,내 눈앞에 모든게 있어.이것을 어떻게 보고 기억할 것인가는 너에게 달렸어... |
| <파란 대문집="" 아이들="">은 자식들에게 내세울 만한 직함이나 돈이 생기면 느닷없이 나타나 타고난 말솜씨로 끝없이 허황된 꿈을 꾸게 하고, 그 물질적인 조건들이 없어지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기를 반복하면서 가족과 점점 벽을 쌓고 자식들에게 자라면서 늘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와 아쉬운거 없이 자라서 아무것도 할줄 몰랐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자식들을 길러내기 위해 억척스럽게 변할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끝없는 자식사랑, 가난했던 환경이 싫어 가출까지 했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온 언니,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자라준 오빠와 파란 대문집 안에서 살던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간직하며 자라난 주인공 경아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 입고 싶은거 못 입고, 먹고 싶은거 못 먹고 살아오신 어머니, 자식들이 다 성장해서 자기 가정을 꾸려도 늘 자식걱정이 떠날줄 모르는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싸하게 아파왔다. 가장 작은 사회의 단위라는 가족, 어느 한사람이 희생해서 만들어 가는 가족의 모습말고 이제는 서로서로를 아까고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파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