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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에게는 무슨 피가 흐르길래 몇 년 마다 한명씩 이런 천재들이 태어나는 것일까... 리히테르는 심지어 러시아인이라 하기엔 독일 피가 흐르고 있는데, 피아노 정규교육을 받은 것은 20대 이후 라고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그는 조국을 끔찍히 사랑하는 러시안 피아니스트이기를 자처하며 눈을 감았다. 개인적으로 키신은 클래식 방송채널에서 자주 보고 들어온 연주자이다. 익히 그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연륜깊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은 키신 레코드를 선택하기 주저하게 만들곤 했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전집...키신의 방대한 레코딩을 단숨에 몇 만원에 다 콜렉팅할 수 있는 저물어가는 CD의 시대 위에 내가 있었던 것이었다. 공교롭게 예당에서 나온 멜로디야 음원을 통해 그의 10대 초반 음원들을 접하였는데, 이 전집을 통해 그의 성장기를 확인 할 수 있는 샘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키신의 팬들도 알다시피 그는 꽤 어린 시절부터 완전체에 가까웠다. 매번 피아노 앞에서 그는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을 했으리라는 짐작을 그의 몇몇 연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치 각개 격파를 하듯이 모짜르트에서 라흐마니노프로, 쇼팽으로, 베토벤으로 슈만으로 그의 긴 손가락의 타건들이 냇물 흐르듯 흘러 가는 모습을 보며, 이 시대를 그와 함께 숨쉬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제 천재소년에서 원숙미를 가져갈 세월의 무게마저 더 할 중년의 피아니스트로 그의 행보는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