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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면, 배에 대해서라면 나도 좀 알아. 그토록 많은 사람이 쉽게 바다로 빨려 들어갈 수는 없어. 십 분의 시간만 있어도 모두 탈출할 수 있어. 한 시간도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렇게 될 순 없는 거야. 삼 초면 펴지는 구명보트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 않나.그는 투이에게 말했다. 내가, "가야겠어." 가서, 내가 바다에라도 뛰어들어 찾아내겠어. 뒤집혀 가라앉은 배 안에 있다면 그 배 안에 들어가겠어. 그는 지난해 사위가 편지와 보낸 초청장과 비행기 티켓을 투이에게 내밀었다. |
제목 때문에 읽었다. 그 이야기일 것도 같았고 아닐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간 린과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이야기. 치졸하고 병든 한국 사회. 소설이 할 수 있는 일. '아직 그곳에 사람이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송희의 아버지 박은 회사도 그만두고 매일 광화문으로 나간다. 이것이 소설의 일이라고 말하지 말자. 제발.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낙동강을 어간에 둔 국방군과 인민군들도 그 두어 시간 내내, 총 한 방 쏘지 않고 조요옹하더랍니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같이 승택이의 그 노래를 들으면서 제각기 좔좔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답니다. 인민군은 물론이고, 강 건너 국방군들도요. 그러니까 그날 밤, 기이하게도 모처럼 두어 시간 정도 피아 간에 총소리를 그치게 했던 것도, 바로 그 승택이 노래 힘이었을 거예요. 이건 틀림없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이라고 하더군요. 일백 대가량의 미 공군 B29 대편대가 파상적으로 날아와 그 낙동강 북변의 인민군 부대를 거의 작살을 내다시피 했던 것은…… |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승택이 일어나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듣는 나는 기이한 감동에 빠진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 승택이 생각난다. 오해를 풀고 싶은데 남강숙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었다. 노래의 힘으로 두 시간 동안 총소리가 멎었다.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른 채 숨죽여 총구를 겨누고 의심하고 미워했다. 노래의 힘으로 만나고 싶다. 작가님, 잘 가세요.

| …횡단보도로 마중 나온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달려왔다. 누가 안장을 가져갔는데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변명하듯 말하는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배 쪽으로 당겨 안았다. 아이의 머리가 뜨거웠다. 까만 정수리에 달라붙은 은행나무 수꽃을 털어냈다. 안장이 있던 자리엔 곤혹스러운 세계 자체로 보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어느 개새끼가 가져갔을까. 안장은 어디에 있을까. 세상이 아이에게서 통째로 들어낸 것, 멋대로 떼어내 자취 없이 감춰버린 것. 이제 시작이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지……이렇게 시작되어서 앞으로도 이 아이는 지독한 일들을 겪게 되겠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거듭 상처를 받아 가며 차츰 무심하고 침착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지……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대충 넘기고 짐작할 뿐이다. 여행에서 부부는 대화하기보다 넘겨짚고 외면할 뿐이다. 황정은의 소설은 관계 사이의 미묘함을 건드린다. 침착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어느 세계에서 멈춰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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