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각 계절 별로 다양한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기후에 맞게 여러 동식물들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여러 음식을 해 먹고 살았고, 최근 생활 수준의 향상, 생태문화적 교류와 관련하여 이러한 음식 문화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저자 황교익은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라는 분야를 개척한 이로, 최근에는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리 음식 문화에 대한 식견과 비평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출간된 지 제법 되었음에도 잘 모르고 살았었는데, 최근에 일상과 지리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알게 되어 읽어보았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4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우리 자연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지역별 제철 음식 열전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어떤 음식이나 음식재료는 그것이 생산되는 지역의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의 특성 및 변화과정과 관련이 깊다. 보통 자연환경의 특성을 반영하여 어떤 지역과 시기에 맞는 음식이 있다. 예를 들어 산나물은 산간지방, 해산물은 바닷가, 과일은 내륙 분지 등에서 생산된다던지, 각 계절에 맞춰 동식물이 살아가면서 제철 음식이 생산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 및 인문지리가 고정되어 있다면 음식 이야기가 뻔할 텐데, 그렇지는 않다. 역사적 배경, 문화 및 기술 수준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딸기가 원래는 봄철에 생산되지만 그것은 노지 생산 이야기고, 비닐하우스 재배가 도입되면서 겨울로 제철이 바뀌는 것이 예시이다. 도시화 및 식문화의 변화로 딸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도시 인근의 농가에서 딸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시설 재배를 도입하는 과정이 바로 딸기의 제철 변화를 가져온 것이었다. 그리고 대하천 하구의 오염(산업화 및 하굿둑 건설 관련)으로 재첩 생산량이 줄어드는 과정,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하여 부산에서 꼼장어 식문화가 형성된 슬픈 사연 등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이처럼 자연 및 인문지리의 역동에 의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 및 시기 별 음식이 달라지기도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즉 '음식의 지리학'으로 불릴 만한 이야기가 많다. 딸기는 예전에는 노지에서 재배하였다. 노지 딸기는 5월에 수확을 한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딸기는 1940년대에 경기도 수원에서 처음 재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에는 딸기밭이 많았다. 또 서울의 불광동에도 딸기밭이 있었다. 딸기가 익는 계절인 5월은 대학 축제 시즌과 맞물려 딸기밭에서 미팅을 하기도 했다. (...) 그러나 이 노지 딸기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비닐하우스 딸기에 밀린 것이다.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는 1960년대에 경남 지방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농민들은 가격을 더 받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딸기를 내기 위한 경쟁을 벌였고 마침내 11월이면 '햇딸기'를 맛볼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제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p.19) 재첩은 민물조개이다. 조금의 염분에는 버티는데, 바닷물이 교차하는 하구에까지 자란다. (...)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 여러 강에도 있지만 오염으로 인해서 자연 상태에서 채취가 가능한 곳은 섬진강뿐이다. (...) 배로 강바닥을 긁는 방법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생긴 일이다. 재첩의 양이 줄어 강 한복판의 바닥을 긁는 수밖에 없어 생긴 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강의 모래 채취 때문에 생긴 일인 것으로 보인다. 섬진강의 강변에는 고운 모래가 길게 쌓여 있었는데 1970~80년대 이를 죄다 퍼다가 건설용으로 쓰는 바람에 수심이 깊어졌고, 따라서 배를 이용하여 강바닥을 긁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동에서 재첩을 가장 많이 잡는 곳은 고전면 목도리이다. 이 마을 앞의 강도 금모래밭을 잃었다. (p.78,81) ![]() 꼼장어 구이 제조 과정 꼼장어의 가치는 껍질에 더 있다. 질기면서 부드러워 가죽 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부산에 꼼장어 식용 문화가 번진 것도 일제강점기에 꼼장어 가죽 공장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은 꼼장어 가죽으로 게다(일본식 나막신) 끈과 모자 테를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고기는 먹지 않았다. 부산 토박이들에 의하면 당시에 간혹 꼼장어를 구워 먹는 이들도 있었다 하나 꼼장어구이를 파는 가게는 없었다고 한다. (...) 해방이 되면서 부산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집도 재산도 없던 그들은 어물 저장고, 냉동고 등이 있던 자갈치에다 좌판을 냈다. 자갈치 시장이 열린 시초이다. 한국전쟁은 자갈치 시장을 한층 더 번창하게 만들었다. 피란민들이 너도나도 자갈치에 좌판을 벌였다. 이 즈음에 꼼장어구이 좌판이 등장한다. (...) 가난한 피란민들의 안주였을 것이다. (p.111~112) 출처 : 네이버 지도 원산과 비슷한 기후를 휴전선 남쪽에서 찾으려면 높은 해발고도(태백산맥)로 가야...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겨울이면 원산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강원도에서도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다들 명태를 말렸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북어라 한다. 그런데 원산의 북어는 달랐다. (...) 밤이면 섭씨 영하 20도 아래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역시 영하권이지만 낮에는 햇볕을 받으니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증발시켜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원산 출신들이 강원도에서 이 황태를 재현하였다. 그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인제군 북면 용대리이다. (...) 황태의 원료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국내산 명태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된 동태의 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하는 일은 속초 등 동해안에서 한다. 배를 딴 명태는 다시 냉동하여 용대리로 가져와 덕에 건다. (p.284,286) 그리고 저자는 책에서 음식 재료의 생산 과정을 추적하면서, 소비자들도 좋은 음식 재료의 생산 과정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가지도록 권유하고 있다. 최근 웰빙, 유기농 등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시의 마트에서 음식 재료 또는 완제품을 적은 돈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도시민들은 도시에서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농촌지역에서의 음식 재료 생산 과정에 대해 잘 모르고 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사시사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음식이 어느 시기에 맛있는지를 알기 위해 생산 과정에 주목하였고,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식견이 절로 생겼다. 책에서는 이러한 좋은 음식을 고르는 팁을 곳곳에 안내하고 있다. 강원도 옥수수는 여름철 국도변에서 바로 사 먹는게 맛있고, 사과는 추석 이후에 사먹는게 맛있고, 강릉 초당순두부는 아침에 막 만든 것을 먹어야 맛있다는 그런 팁 말이다. 강원도 여행길에 옥수수 살 일이 있으면 미백 2호인지 물으며 아는 체하면 판매 농민으로부터도 대우를 받을 것이다. (...) 풋옥수수 상태에서는 알갱이에 당을 듬뿍 지니고 있다. 옥수수를 딴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당이 전분으로 급격히 변한다. 즉, 단맛이 사라지고 단단해지며 향도 죽어간다. 따라서 옥수수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밭에서 따자마자 찌는 것이다. 그래서 국도변 옥수수가 맛있는 것이다. (p.155) 시장에서 사과가 가장 좋은 값에 팔리는 시기는 추석 바로 전 며칠간이다. 사과 농가들은 이 추석 대목에 한몫을 보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나오는 사과 품종의 선택은 맛보다는 숙기에 있다. 되도록 빨리 익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 가격이 좋다 보니 채 여물지 않은 사과를 시장에 내기도 한다. 그래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사과 먹기를 추석 이후로 미루는 것이 낫다. (p.234)
초당두부의 제맛을 보려면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새벽 4시쯤 콩을 갈기 시작하면 아침 7시쯤이면 두부가 완성된다. 두부는 막 만들었을 때 가장 맛있다. 초당두부는 고소한 콩 향 뒤에 간간한 바다의 향이 뭇어난다. 특히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부드러움은 공장 두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p.255) 한편 저자는 책 곳곳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통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점이 인상깊었다. 매실은 녹색이 맛있다던지, 수박 꼭지를 남긴 것이 더 맛있게 여겨져 비싸게 팔린다던지, 메밀로 만든 음식이 검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등이다. 물론 이렇게 오해할 수 있는 문화적, 시대적 배경도 있긴 하지만, 음식의 참맛을 알기 위해서는 버러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실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천일염이 건강한 것이라는 오해, 마블링이 있는 고기가 맛있다는 오해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언론매체였다. 저자는 음식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기존의 우리 식문화가 음식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래서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 공격당해서 기분이 안좋을 수도 있지만(그래서 또 저자의 논리가 부실한 부분에서 역공을 심하게 당하기도 한다..), 들어보면 맞는 말도 많다. 매실은 이르면 5월 말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녹색이 있는 상태 그대로인 청매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거의가 청매로 유통된다. 청매가 더 좋다는 말이 번진 것인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청매는 과육이 단단하기 때문에 절임 등을 하였을 때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기는 하다. 6월 중순부터는 매실이 노랗게 익는데, 이를 황매라 한다. 청매의 인기가 워낙 높아 황매는 '하품' 취급당하는 일이 있는데, 황매만의 매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탓이다. 황매에는 청매에는 없는 짙은 향이 있다. 매화꽃의 향을 담고 있다. 매실주나 매실 농축액을 만들 때 이 황매를 쓰면 청매의 것보다 향이 훨씬 좋다. (p.69) 이 남겨진 수박 꼭지가 수박의 맛을 떨어뜨린다. 수박에 남겨진 꼭지가 말라가면서 수박의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수박을 낼 때 꼭지를 다 자른다. 수박을 맛있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농가의 일손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박에 꼭지를 남겨두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p.143)
메밀가루는 전반적으로 희다. 따라서 메밀로 뽑는 국수는 흰 것이 맞다. 예전에 분쇄 기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 메밀의 겉껍데기가 메밀가루에 섞이어 거무스레하였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아 겉껍데기 혼입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막국수와 평양냉면, 소바 등의 면이 거무스레한 것은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어 그런 것이다. 메밀 함량이 극히 떨어지는, 즉 밀가루 함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메밀국수의 경우 그 색깔을 더하기 위해 색소며 곡물 태운 가루를 넣기도 한다. (...) 메밀로 뽑은 국수는 거무스레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p.267) 이 책을 두고 수시로 읽으면, 시기에 맞추어 어디로 여행을 가서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을지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실제로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아서 다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떠나서 즐길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음식이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여러 사람들의 노동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민들이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농어민들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올 여름에 강원도 남부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중에 국도변 옥수수를 사먹으면서, "미백 2호가 맞나요?"라고 꼭 물어보아야 하겠다. |
|
2012년에 첫 출간했는데 요즘 TV출연을 통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탓에 2판을 내놓은 책이다. |
|
일단 수요미식회를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황교익 선생님을 좋아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맛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만족스럽고 책이 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다양한 맛에 대한 이야기를 컬러 사진과 함께 담아주셔서 내용적으로도 만족스럽지만 보는데 지루함이 없습니다. 맛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