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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서 외줄타는 곡예사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외줄타는 곡예사" 내용보기
책상 위에 놓인 흉칙스런 해골은 섬뜩한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킨다. 졸음에 취한 상태에서 본 벽에 달라붙어 있는 불도마뱀(도롱뇽) 또한 무서운 전율감을 전해준다. 이 시집은 일상의 삶 속에서 죽음의 가상적 체험을 가능케 해준다. 고통의 일상화, 죽음의 내면화는 절망감과 공포감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경험은 삶에 대한 애착을 불어넣어 주는 묘한 마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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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놓인 흉칙스런 해골은 섬뜩한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킨다. 졸음에 취한 상태에서 본 벽에 달라붙어 있는 불도마뱀(도롱뇽) 또한 무서운 전율감을 전해준다. 이 시집은 일상의 삶 속에서 죽음의 가상적 체험을 가능케 해준다. 고통의 일상화, 죽음의 내면화는 절망감과 공포감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경험은 삶에 대한 애착을 불어넣어 주는 묘한 마력을 발휘한다. 이건 지독한 역설이다. 그리하여, 대장간의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단련시켜준다. 生中死(Death-in-Life), 死中生(Life-in-Death)의 유동적 동시적 현실을 습관화 혹은 내면화하는 것은 지혜로운 삶일 수 있으리라! 로버트 프로스트 말대로, "시는 기쁨으로 시작하여 지혜로 끝난다." 고통과 죽음에 대한 일체의 망각은 손쉽지만 비겁한 일이다. 그러나, 고통과 죽음에 대한 일체의 각성은 괴로우나 용기있는 일이다. 시의 구절을 인용해보면, "가장 순수한 현존은 흘려진 피"(p.44) 그리고 "돌은 죽음의 현존을 잉태하고 있다"(p.73) 등이다. 삶이 단단하게 경화되고 인습화된 틀 속으로 빠져들 때, 암세포처럼 삶을 갉아 먹으며 소리없이 다가오는 불길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처절한 실존의 몸짓을 가능케 한다. 삶(움직임, 운동)과 죽음(머무름, 부동)의 양 축선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시인의 의식은 바로 W.B. 예이츠가 추구했던 다름 아닌 "존재의 합일"(A Unity of Being)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팽팽한 시적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시인, 이브 본느프와는 아슬아슬하게 외줄 위를 오가는 곡예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외국시를 번역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역자의 성실하고 정곡을 찌르는 해설과 간결하고 감칠맛나는 문체는 산문으로 된 또 다른 시를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런 차별화된 독특한 구성방식 덕분에 서구의 지적 전통과 문화 속에서 생성된 시의 난해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인과 독자 사이에 가교의 역할을 자처한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시가 전해주는 중요한 메시지인 "고통의 일상화, 죽음의 내면화"는 여유롭고 강렬한 삶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j******1 2001.07.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 두브, 아름다운 죽음의 현존 :::
"::: 두브, 아름다운 죽음의 현존 :::" 내용보기
며칠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마치 오래된 듯한 흑백의 사진과 함께 한 구석에 길다랗게 난 '이브 본느프와'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그의 최초의 시집 [두브의 집과 길에 대하여]가 번역되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고. 이브 본느프와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거나, 인터넷 책방을 뒤져보면 알겠지만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 시인이다. 나 역시 10여년전 친구가 전해준 엽서를 통해 그의 주문
"::: 두브, 아름다운 죽음의 현존 :::" 내용보기
며칠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마치 오래된 듯한 흑백의 사진과 함께 한 구석에 길다랗게 난 '이브 본느프와'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그의 최초의 시집 [두브의 집과 길에 대하여]가 번역되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고. 이브 본느프와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거나, 인터넷 책방을 뒤져보면 알겠지만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 시인이다. 나 역시 10여년전 친구가 전해준 엽서를 통해 그의 주문처럼 아름다운 시 <참다운 이름(이책에선 "진정한 이름")>을 알게되었지만 그의 시집을 가지지는 못했었다. 그러던차에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배달받아 단숨에 읽고 또 읽었다... 이 시집을 번역하면서 <시라는 것이 외국어로 번역이 가능한지>의문을 가지고 <다시쓰는 시>란 각오로 번역에 임했다는 옮긴이의 말을 빌어, 결코 만만하게 읽을 수 없는 "두브"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예술을 매개로 맺어진 앙드레 샤스텔에게서 받은 영향은 지대했는데, 그중 첫째는 언제나 관념보다 실재를 우선한다는 지침이었다. 시의 고질병인 관념론을 통박하며 본느프와는 자신의 시 세계에서 관념, 추상, 개념, 본질 등을 영구히 추방하고는, 땅, 물, 불, 돌, 바람, 밤, 나무 등 극도의 단순성을 공통 인자로 하는 그의 대표적 소재들을 현실의 사물 그 자체로 건조하게 다루었던 바 이는 투철한 역사가였던 샤스텔의 교훈이었다.」 「두브(Douve)는 무엇인가? ... 보통명사 douve는 성벽 주변에 파놓은 도랑이다. 웅덩이 속에 한동안 검게 고여 있거나(부동) 폐허의 영지를 관통하며 조용히 흐르는(운동) 강... 현실이란 영원한 생성과 소멸의 험난한 연속 운동이기에, 매 순간 죽고 사는 두브의 존재는 다름 아닌 불사(不死)를 꿈꾸는 욕망의 무모함과 인간 운명의 필멸성(必滅性)을 더불어 의미한다.」 「고유명사 두브(Douve)는 누구인가? 시집 <두브>속에 나타나는 모든 연상 가능한 여성 잠재태의 총화인 이 미지의 여인은 시인의 욕망과 기억과 언어가 빚어내는 죽음의 아름다운 등가물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나 이제는 죽어버린, 그러나 시인의 의식 속에 언제나 현존하는 여인. 지금 여기 타오르는 불길로 번져가며, 여성의 아름다운 육신의 모습을 한 죽음의 실존적 존재인 두브.」 「'진정한 장소'란? 시인 본느프와에게 있어 진정한 장소란 다름 아닌 시 자체이며, 이런 시 쓰기 행위를 통해 결국 죽음을 먹고사는 삶인 우리 현실로 되돌아올 수 있다.」(옮긴이의 작품해설 중) 참고로 각 시의 아래쪽에는 페이지마다 옮긴이의 간략한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 난해한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여름 여러분도 이브 본느프와의 찬란한 시세계에 접해보시기를...

[인상깊은구절]
진정한 이름 그대의 존재였던 이 성(城)을 사막이라 하고 그대 목소리를 밤이라, 얼굴을 부재라 난 이름 지으리 그리고 불모의 땅에 그대가 쓰러질 때면 그대를 싣고 온 섬광을 허무라 부르리. 죽는다는 것은 그대가 사랑했던 나라, 나는 온다 언제나 그대의 어두운 길을 따라서. 그대의 욕망, 형체, 기억을 내가 부수니 난 무자비한 그대의 적수가 되리. 그대를 전쟁이라 이름짓고 거기에서 난 전쟁의 자유를 쟁취하리 그리곤 간직하리라 두 손 안에는 어둠이 관통한 그대 얼굴을 마음속에는 뇌우로 불 밝혀진 이 나라를. (마지막 몸짓 中)
YES마니아 : 로얄 l***i 2001.06.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