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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 비평은 장르 비평과 현대시 비평에 집중되어 있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가면의 해석학 – 산업사회와 서정 양식」인데, 이 장에서 저자는 70년대 한국 현대시를 ‘인간 부재’의 시와 ‘인간상 제시’의 시로 분류하고 있다. ‘인간 부재’의 시는 ‘나’가 타인을 위해 이중인격을 만들어 내지 않는 대신 필연적으로 고독한 익명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인간 부재의 시 반대편에 ‘인간상 제시의 시’가 놓인다. ‘인간상 제시’의 시에서는 행위와 사건이 부각되는데, 이는 서사 양식과 극 양식과 같은 모방 장르의 본질적 특징이다. 이는 그대로 현대시에서 ‘주체와 화자’의 문제와 서로 대응된다. 그러나 시인의 경험적 자아와 시의 화자를 이렇게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시에서 시인인 주체와 화자의 구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호하다. 사실 서정시의 ‘나’에 대한 오랜 다툼의 한쪽에는 그를 시인 자신 혹은 그 분신으로 여기는 입장이, 다른 쪽에는 그를 ‘가면’(persona) 즉 허구적 주체로 보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시를 쓰는 주체가 작품에 표출된 세계에 대해 어떤 정신적 태도를 취하는가를 밝히는 것이 아닐까? 김준오의 대표적인 저서『시론』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동일성의 시론’이다. ‘주체와 화자’ 문제는 그 연장선에서 긴밀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 『김준오 평론 선집』은 그의 철저한 이론적 근거 속에서 이루어진 비평에 해당한다. 실제 비평에 그의 ‘주체와 화자’의 문제 설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주체와 화자’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일독해 본다면 유익한 일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