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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학문적 연구성과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실크로드 및 동서 해상무역 연구에 관한 한 아직까지 일본의 연구성과가 최고인 것 같다.
전문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주제 자체의 논의 외에도 도자기에 대한 정말 중요한 정보들을 자세히, 그리고 쉽게 풀어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토기, 도기, 자기의 차이점이라든가 물레의 종류, 소성 방법 등)
또한 중국으로부터 시작해 아시아권에서의 자기(porcelain)의 역사를 살피고 유럽권으로의 자기 무역의 역사를 꼼꼼히 살폈다. 약간의 흠이라면 여러 책을 참고로 했는지 이러한 무역 교류 부분에서 약간은 정리가 덜 된듯한 느낌도 받았지만 세계 각국의 박물관 및 유적을 100회 이상 답사 조사했다는 경력이 무색치 않게 그 무역 루트를 시원스럽게 밝혔고 유럽에서의 자기 제작의 역사를 살핀 다음 유명한 유럽의 도자기 브랜드들을 간략 소개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자기엑스포 관람을 위해 읽은 책인데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을 얻은 것 같다. 특히 마이센, 세브르, 헤렌드 등 유명 도자기 업체들의 역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덤으로 얻은 수확이었다. [인상깊은구절] 1709년, 독일 작센 왕국의 수도였던 드레스덴 교외의 마이센 가마에서 마침내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는 어떻게 해서든 다기를 만들어내겠다는 강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군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기 제작의 열쇠는 뭐니뭐니 해도 카올리나이트다. 작센과 보헤미아의 국경 근처 산악지대에서 채집된, 당시 흰 가발에 사용되던 가루가 바로 뵈트거가 찾고 있던 카올린이었다. 처음에는 거기에 대리석의 석회가루를 넣어서 재료로 썼지만 나중에 석회를 장석으로 바꾸어 더 좋은 자기를 구울 수 있게 되었다. 또 유약의 조합도 중요한 요소였다. 뵈트거 역시 유약을 만드는 데 몇차례나 실패하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 제법을 중요한 비밀로 지키고 죽기 전에 아우구스트 2세의 신하 두 사람에게 자토와 유약의 조합을 따로 알려주는 등 신중하게 행동함으로써 자기 제작기법을 마이센에서만 독점할 수 있도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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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건만 도예에는 그리 주의하지 않았었다. 회화나 조각에 비할 때 미켈란젤로나 피카소 같은 대가가 알려지지 않았으며, 제작 과정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하지만 최근 동양예술을 공부하면서 도예를 빼놓고 동양예술을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예에 대한 책을 몇 권 뒤적이던 끝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도기와 자기의 구분도 잘 못했던 내게 이 책은 전혀 모르고 있던 아름다움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1300도라는 무시무시한 고온에서 흙과 불꽃의 싸움 결과 얻어지는 자기,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만든 예술의 가장 발전된 형태의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고하게 하는 계기도 된 듯하다. 막연하게 우리의 청자와 백자가 세계 제일이라고만 생각해온 나. 그러나 중국과 일본에서 삼채, 오채, 금채 등 다양한 도자 기술이 발전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상감이라는 기술을 창출하긴 했어도 청자와 백자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자기를 별로 만들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기본적으로 우리의 자기는 우리끼리 쓰고 즐기는 자기였던 반면, 중국과 일본의 자기는 수출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9-10세기경 자기를 발명한 이래 서양과의 무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의 하나로 자기를 개발해 왔고, 일본은 16세기에 가서야 우리나라를 통해 자기를 받아들였으나, 이내 상품화에 뛰어들어 세계 도자기 무역의 일정분을 점유했다. 이런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동양 자기라 하면 중국과 일본 자기만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예술을 상품화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쟁이 붙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더 확실하게 전수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고유의 청자와 백자 기술조차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중국 도자기를 전공한 일본 학자의 책이며, 따라서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섣부를지 모르겠다. 우리 학자의 책을 포함해 앞으로도 많이 읽어야 하리라. 아무튼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으되, 역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너무 중국 도자기 중심으로 서술한 점, '마이센으로 가는 길'에만 치중해서 이후 서양 도자기의 발전 과정 설명과 동양 자기와의 비교가 빠진 점, 그리고 글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줄 컬러 도판이 없는 점 등이 다소 아쉽다고 하겠다. [인상깊은구절] 일본인이 조선백자를 애호하는 것은 조선백자의 느긋한 형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중국 자기의 엄정한 형태와는 전혀 다른, 결코 좌우대칭의 반듯한 형태가 아닌, 청자도 그러했듯이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다든지 해서 기형 전체의 선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 듯한 그런 형태이다... 중국 송나라 定窯의 백자와 비교할 때, 중국 대륙의 것은 차갑지만 한국 것은 같은 흰색이라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다. 또 청자도 그러했듯이 가마 속에서의 소성이 중국과 같이 균질하지 않기 때문에 사발이나 항아리도 겉과 속의 구워진 형태가 다르다. 그리고 출토품 가운데는 유약에 나타난 빙렬 속으로 흙물이 스며들어 그물 모양의 문양이 되어, 백자임에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도안을 이룬 것이 있다. |
| 생각보다 책의 수준이나 농도는 학술서적이라기 보다는 대중서와 같이 가벼운 편이었다. 그래서 읽다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책을 읽은 후 좀 지나자 도자사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현재 도자기 업계의 흐름도 보이기 시작했고,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문화의 흐름이나 순환..이런것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모방하고 갖고 싶었던 중국도자기, 그리고 기껏해야 중국도자기의 모방품밖에는 되지 않았던 일본, 영국 도자기들의 현재 모습. 중국에서부터 마르센까지 가는 도중의 변화와 발전, 전래와 전파... 인간의 여러가지 욕망으로 인한 문화교류의 단면을 도자기를 통해 굽이 굽이 물결쳐 흐는는 듯, 차분한면서 역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책의 구성이나 흐름이 굉장히 매끄럽게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이 무척 가벼워서 좋았다. 이런 재질이 오래가지 않을까 걱정도 되긴 하지만 어딜 갖고 다녀도 누워서 읽어도 부담없는....가벼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