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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부터 지리학계에서는 마르크스주의나 페미니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비판이론, 구조화이론, 실재론,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 등 다양한 사회이론이 소개된 상태였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개별 연구 분야의 전문화와 분절화가 그렇게 지배적이지 않았다. 패러다임의 틀로 지리학사를 재현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했기에 인문지리학계의 거장들이 방대한 인문지리학 이론서를 출간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지리학은 이론적, 경험적 측면 모두에서 매우 이질적이고 분산적인 지적 지류들을 형성해왔다. 1990년대 사회과학의 공간적 전환 이후 그 외연과 깊이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문지리학 내에서 장소, 스케일, 영역, 신자유주의와 제국, 초국가주의와 시민권, 이동성, 네트워크, 위상학과 관계적 지리, 위치성 및 교차성의 정치 등 지리학계의 핵심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비판적 논의가 활발하게 부상했다는 점도 지리사상의 발산적 경향을 강화한 요인이었다. 그리고 자본에 대한 학계와 학문의 종속이 심해짐에 따라 지리학 내 하위 분야들은 자본과 노동시장의 요청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지식의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다양한 제도적 변화로 인해 개별 전공분야의 연구주제와 방법이 고도로 전문화되어 가고 있고, 심지어 실용적인 분야들과 통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리적 지식을 사조라는 레이블로 범주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학술적 상황과 지정학적 국면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리사상의 다채로움을 한 명의 지리학자가 한 권의 책에서 검토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