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책을 사서 나의 딸에게 주면서 책보다 테입을 먼저 들려 줬다. 어차피 읽을 수 없는 나이(이 책을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나의 둘째 딸은 6살이다)였으니 당연한 처사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배경 음향과 함께 흘러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가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펴서 그림을 보고, 어느 날인가 글을 읽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책을 먼저 펼쳐 든 건 나였다. 그도 그럴것이 쇼핑이나 도서관을 딸 아이와 함께 갈 때면 차 오디오에 꽂아 둔 테입을 들으면서 어느 새 한 두 가지 성경 이야기가 익숙해지고 - 그래서 그 이야기를 어떤 그림에 담았을까 하는 DK에 대한 또 다른 호기심이 발동해서다. 책을 펼쳐 든 순간, 나의 상상 만큼이나 친숙한 얼굴들을 보면서 어떤 낯선 세계를 들어서야 할 것 같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대부분의 영어권 서적에서 그려지고 있는 예수님과 성경의 인물들은 너무나 서구적이며, 또한 너무도 잘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불식시켜 준다. 나는 내 딸이 적어도 예수님을 어떤 잘 생긴 헐리우드의 영화배우처럼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옆집 아저씨 같은 분이라고 하면 너무 불경한 걸까? 끝내 내 딸은 어느 사이 저녁 마다 뜻도 알 수 없는 목소리를 책을 펼쳐 들고 함께 읽어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순순히 따라오는 것은 보라는 글씨는 안보고 그림을 보는 재미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