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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성복 시인이 2002~2015년까지 대학원 시창작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세월이 짧지 않은 만큼 들어야 할 말들이 많았다. 언어, 대상, 시, 시작, 삶, 이렇게 다섯장으로 나누어 아포리즘 형식으로 나열해 놓았다. 0에서 시작해서 470번으로 끝나는 이번 책은 그야말로 이성복 시인이 평소 강조해온 시론이 다 담겨있는 듯하다.
읽다가 보니 이성복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가늠해졌다. 골프와 테니스를 좋아하고 축구도 좋아한다. 아마 축구는 보는 것을 좋아할 듯하다. 생활하면서 늘 시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은 단순하다.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시에 마음을 던지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당히 시적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서 시를 쓰는 모든 사람들이 목숨까지 걸 것은 없지만 시를 쓰는 일에 목숨을 걸 듯이 치열하게 썼으면 하고 바란다. 이 책 속의 내용이 대학원 강좌를 정리한 것이라 했으니 청자는 아무래도 예비시인, 혹은 이미 시인들이겠다. 그들에게 선생과 선배의 입장을 취하며 시창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언어
58
서치라이트 불빛은 지나가도 누적이 안돼요. 앞 이야기를 물고 들어가지 않으면, 뒷 이야기는 새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겉멋부리지 말고, 평소 밥 먹는 것 처럼 하세요. 자기 감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침 묻은 밥처럼, 거기 닿으면 상해버려요.
대상
102
시를 쓰는 건 멋진 비유들을 엮어내는 게 아니에요. 가령 소월의 "산유화"는 어느 부분에도 비유가 없어요. 꽃 얘기이면서 인간 얘기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비유인 거지요.
111
내 얘기만 하려 하면 과장이 되고, 말에 힘이 붙지 않아요. 다른 사람 얘기를 잘하면 그 안에 내 얘기가 다 들어있어요. 시는 남 얘기를 통해 자기 얘기 하는 거예요.
156
시의 외양은 잡생각이고 시답잖은 농담이에요. 문제는 거기서 묻어나는 아득함과 막막함이에요. 시는 비근하고 허접한 것들의 급소를 건드리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옴짝달짝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시
213
거짓과 문화는 안락하지만, 진실은 불편해요. 시 쓰기는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해서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혹은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예요.
시작
339
의인법을 자주 쓰면 유치해져요. 어설픈 비유를 피하세요. 모호함은 좋은 것이지만, 말이 안 되는 모호함은 버리세요.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빨리 판단하세요. 무엇보다 아슬아슬한 것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해요.
삶
425
이유없이 상대가 함부로 대하더라도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 대신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나한테 잘못이 없으면 그 사람 문제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수신하지 않은 편지는 발신자에게 돌아간다 하잖아요.
436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밖에 없어요. 공부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하면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젠체 안 하고 남 무시 안 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늘 문제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455
삶과 죽음을 1과0의 교체로 본다면, 죽는다는 건 슬픈 게 아니에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니까요. 슬픔은 우리 머릿속에 있을 뿐, 음수처럼 자연에는 없는 거예요.
평생 시를 생각해온 시인 답게 비유가 자유롭다. 이만큼 자유롭게 비유를 들 수 있으려면 평소 생활의 대부분을 시 생각에 잠겨있어야하지않을까. 결론적으로 이성복 시인이 시를 대하는 태도는 시가 작은 것들에 대한 예찬, 혹은 스스로 이름을 높이지 못하는 것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일 쯤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예민하게 관찰하고, 늘 들어야 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번에 세 권의 시론집을 연이어 읽으면서 시인의 실제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궁금증으로 끝나야 될 일인듯하다. 삶은 누구에게나 생로병사를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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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페이지를 펼처서 읽어도 마음을 울리고 생각을 시작하게 해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책이예요. 편성준 작가님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라는 책 안에서 추천해준 책이라 궁금했는데 짧지만 무게감 있는 글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멋진 문장들이 가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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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작업물이 시라고 하는데 그래서 시라는 것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걸 이제 와서 깨달았다. 게다가 시인은 알몸으로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니, 와우~ 평소에 일부러 시집을 가끔씩 사서 읽고 있는데, 이성복의 통찰이 가득한 이 시론을 읽고 나니 시집을 잡는 손이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
| 일단 책 제목의 그럴싸함이 구매이유 중 가장 컸다고 말하고 싶다.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길게 어떤 논리를 펼치는 글이 아니라 단상 혹은 명언, 아포리즘처럼 현대시를 본격적으로 쓰려는 습작생들에 대한 기경험자의 조언이라고 보면 된다. 역시나 머리로는 와닿지만,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실전에서 확인해봐야 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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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sns에 핫한 책이였어요 실물이 예쁘다고도 많이 들었구요. 이성복님의 무한화서책말고도 2권이 더있는데 세트로 사면 좋다해서 고민고민하다가 장바구니의 한창 담아두었습니다 이번에 디즈니 보스턴백이랑 갖고싶은굿즈가 생겨서 오랫동안 담아둿다가 이번에 구매시기라 생각되서 구매하게되었습니다. 받아보니 예쁜 파스텔톤 분홍색이라 예쁘고 사이즈도 아담해서 좋습니다 휴대하기 좋은책입니다 내용은 말할필요없이 좋구요. 갖고싶은책 가질수있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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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을 공부하기 위해 구입한 책인데, 처음에는 제목의 뜻을 심도 있게 알려고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 처음에 ‘무한화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요. 영감을 받을 정도로 가히 놀라운 뜻이었습니다. 책을 구매하셔서 그 뜻을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몇 줄로 시를 이해할 수 있기에, 그래서 이해도 더 빠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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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화서無限花序
이 성복 시인을 몰랐다. 어느 밴드에서 ‘무한화서’ 책 소개 글을 읽고 이 성복 시인을 검색하게 되었고 무한화서를 구매하게 되었다. 시인의 다른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화서는 시 이론서는 아니다. 시인이 대학원에서 10여년이 넘게 강의한, ‘시 창작 강좌 수업 내용’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61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언어를 다루는 시는 수학보다 정확해야 해요. 시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윤리는 없어요.
48 머리로 쓰는 글은 세수 안 하고 분粉 바르는 것과 같아요. 글 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밀고 들어가세요. 생각은 나중에 와야 해요. ‘기다리면 늦어지고, 생각하면 어긋난다’는 경구警句는 어느 수행에서 보다 글쓰기에 필요해요.
193 시 쓰기는 불을 지피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눈이 맵고 따갑지만, 불이 붙으면서 차츰 어려움이 줄어들어요. 시의 주제는 이미지의 연소를 통해 전해져요. 어쩌면, 이미지의 연소만 있을 뿐, 주제는 그냥 훈훈한 불기운 같은 걸지도 몰라요.
401 시의 아름다움은 말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에 있어요. 시는 자세예요. 어떤 자세든 정신과 결부되지 않은 자세는 없어요. 세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건 아름다운 자세밖에 없어요.
418 시는 욕망의 꿈틀거림이고, 불화不和의 부르짖음이에요. 생피를 보려면 딱지 앉은 것을 벗겨내야 해요. 예술은 생을 알몸으로 사는 일이에요.
시인이 되려는 이들에게 시의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기보다 시인으로서 가져야 할 아름다운 영혼과 깊은 사색을 이야기하고 있다. 0번부터 470번까지 이 아름다운 짧은 글들을 천천히 천천히 노트에 한 번 옮겨 봐야겠다. 그러다보면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려는 나의 영혼이 맑아지고 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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