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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이 책의 부제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라는 것을 보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두툼하면서도 읽어나가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시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리라는 거창한 생각을 나도모르게 했나보다.
우리가 시를 모른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시를 쓰지 않았다면 이 우주에서의 행복을 방해받았을 것이다_이병률(시인) 띠지에 있는 추천사까지 내 마음을 끌지 않은 것은 없었다. 막상 이 책이 시를 쓰는 법이 아니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인터뷰를 담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1931년 도쿄생인 시인이다. 1950년 『문학계』에 시를 발표했고, 1952년 시집 『20억 광년의 고독』을 출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시작 외에 그림책, 에세이, 번역, 각본, 작사 등으로 폭넓게 작품을 발표했고,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근년에는 장남 겐사쿠 씨와 함께 연주와 낭독 콘서트를 열고 있고, 인터넷에서 시를 낚는 아이폰 어플 '다니카와', 시를 독자에게 매달 우편으로 보내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메일' 등으로 시의 가능성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다.
이 책은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글을 보며 다니카와의 시세계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열일곱 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어느덧 60년이 넘었고, 젊은 시절 사진이나 이혼 경험 등의 사생활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의 시 세계를 접하게 된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좀더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낯선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고,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는 그의 시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그래도 그가 말하는 '시가 태어나는 순간 '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보았다. "원고 의뢰를 받으면 시가 금방 샘솟듯이 솟아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샘솟듯이(웃음)......샘솟듯이 솟아나지는 않습니다만......실은 '내 안에 언어가 있다',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라는 솔직한 답변을 보게 된다. 자신의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휘도 얼마 안 되고 경험도 적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깥에 있는 일본어를 생각하면 그것은 참 거대하고 엄청나게 풍부한 세계로구나 싶었다고 한다. '모든 일본어의 총체'라는 걸 떠올리면 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풍부하고 거대한 세계지요. 거기에서 말을 길어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42쪽) 뭔가를 쓰려고 할 때는 가능한 한 제 자신을 텅 비우려고 합니다. 텅 비우면 말이 들어옵니다. 그러지 않고 내 안에 말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판에 박은 표현으로 끌려가버리지만, 가능한 한 텅 비우면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어온다, 그런 느낌입니다. 호흡법과 닮은 데가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45쪽)
마감 한 달 전에 원고가 완성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그 다음에 마감 직전까지 퇴고를 거듭하며 수정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마감 직전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곤란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점이 아니카와 슌타로에게서 보게 된 부지런한 시인의 모습이었다. 일흔여덟이라는 나이의 시인인 그는 이렇게 말한다.'저에게는 특별히 '젊게 살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이 없는데도 왠지 나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기분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132쪽)' 생애의 거의 대부분을 시와 함께 한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인터뷰를 통해 시와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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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신경림 시인과 함께 쓴 책을 읽고 또 만날 기회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을 참 달게 읽은 것 같다. 인생에 시가 있고, 시에 인생이 녹아 있는 시를 만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 솔직히 좀 고리타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시구들도 많았다. 늘 가까이 하고 싶지만 어려운 게 시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경계의 무게감을 좀 덜어낸 시간이었다.
한동안 늙는다는 게 서럽고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기나긴 세월을 열심히 살아낸 이들의 초연한 모습을 보면서 나이 듦에 대해, 내면에 켜켜이 세월을 담아낸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 더해졌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예술로 승화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시인은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시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명확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실은 ‘내 안에 언어가 있다’,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어휘도 얼마 안 되고, 경험도 적다, 이런 게 아니고, 제 바깥에 있는 일본어를 생각하면 그것은 참 거대하고 엄청나게 풍부한 세계로구나 싶었던 거지요. (41~42쪽)
이런 생각과 시선을 갖는 다는 것. 그리고 시에 녹여낸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특히나 번역된 시는 공감하기 힘든 경우가 태반인데 이런 시선과 더불어 ‘그저 행갈이가 된, 활자로 인쇄된 시 형태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형태로 사라지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확산돼나가기를 바랐던(37쪽)’ 노력이 고스란히 외국독자인 나에게도 와 닿았던 게 아니었나 싶다.
언어에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의 현실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9쪽)
시인의 시보다 대담이 더 많이 실려 있어서 오히려 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법 한데도 그가 구축해온 언어의 세계를 듣고 공감하다 그의 시를 읽으면 ‘오호, 그렇구나!’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신기했다. 평생 언어를 신경 쓰며 살아 온 자의 폭넓은 시심과 친절한 안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어 주어서 이 작은 책을 읽는 동안 시문학이 내게 멀지 않음을, 우리 곁에 항상 있는데 그것을 바라 볼 시선과 마음이 없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었다.
일본어로 ‘시’는, 행갈이를 해서 쓴 시작품이라는 의미와, 또하나 시정時情(poesie), 이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시작품은 상당히 힘을 잃었고, 시정은 시작품뿐만 아니라 게임이라든지 만화,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것에도 스며 있다고 생각합니다. (149~150쪽)
시정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님을, 내가 마주하고 겪고 있는 것에도 시정이 들어 있음을, 어쩌면 시인의 말마따나 ‘일종의 갈증’이 아닐까란 공감을 해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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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시인, 수상한 책
일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일상을 너머선 일탈을 꿈꾼다. 사람이니까. 그래서 시를 읽고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 지금, 사람들은
시를 읽기 어려운 때라고 한다. 온갖 뉴스에 예술보다 더 뛰어난 상상력이 넘나들고 있으니.
시를 말하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읽지 말자”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국민 시인으로 불리는 이다. 국내에도 여러 작품이 번역 출간됐는데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시를
쓴다는 것>이다. 표지에는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라는 타이틀이 적혀 있다. 160쪽이 채 넘지 않은 가벼운 책인데 일상과
우주를 말하다니,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일본방송협회(NHK)
위성방송 채널에서
2010년에 방송된 《100년 인터뷰,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시인은 말한다. “행갈이만을 의지해서 써온
지 40년, 넌 대체
뭐냐고 물으면 시인이라 대답하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이토록 확고할 수 있나 싶은데, 책을 읽다 보면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60년
넘게 시를 써올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시작(詩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말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갔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니카와 순타로가 ‘말 많은 노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핵심일 듯싶다.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순타로는 자신을
두고 ‘매우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읽을수록 이 사람의 시세계가 묘하게 궁금하다.
시작 외에 그림책, 에세이, 번역, 각본, 작사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한 다니카와 슌타로는 “특별히 ‘젊게 살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이 없는데도 왠지 나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기분이 아주 강하게 든다”고 했다. “시인으로서의 목표 따위는 없습니다만, 인생에서의 목표는, 이제는 즐겁게 건강하게 죽고 싶은 게 목표”라고도 했다. 어째 책은 몹시 가벼운데, 한 문단도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가 없었다. 표현은 단출한데 해석을 하려면 꽤 오래 시간이 걸렸다. 젊은 청년이 읽는다면 나이 드는 것이 그렇게 공포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지 모른다. 중년 이후의 세대가 읽는다면, 웃음을 짓다가도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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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책은 시를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평생 시를 쓰며 살아온 시간을 조용히 들려주는 기록에 가깝다. 이 책에서 다니카와 슌타로는 시를 거창한 예술이나 특별한 재능의 영역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 있다는 감각,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순간들이 시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시가 특별한 사람만의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시를 어렵고 멀게 느끼지만,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감정 속에서도 시가 태어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마치 평범한 하루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창문 같았다. 또한 저자는 시를 쓰는 일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과도 닮아 있다고 말한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순간을 붙잡기 위해 시를 쓴다는 그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시가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읽고 나니 시란 거창한 문학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지나가는 계절과 마음의 흔들림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졌다. #시를쓴다는것 #다니카와슌타로 #교유서가 #교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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