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자물쇠의 찰칵 소리가 뇌리에 깊게 박혔던 순간이 하나 있다.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던 길 화장실이 가고 싶어 달려다니던 논밭을 돌아 문 앞으로 뛰쳐나갔다.
웬걸
자물쇠 하나 굳건히 매달려 도무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리를 배배 꼬며 이리 쑤시고 저리 쑤셔 보아도 열쇠 구멍 찾기 힘들었는데 망했다 하는 순간 철컥 열리며 식은땀을 쏟아 낸 기억이다.
시인의 기다려 주세요 너무 재촉하지 말아 주세요 가을에 심은 나무는 봄이 되어야 꽃 피울 수 있잖아요
를 보고 내가 생각했던 철컥 소리와는 달랐지만
풋풋해 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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