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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 아날로그 여행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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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날로그적 삶!   현대사회는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사회의 차가운 이성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발을 아날로그 정서에의 향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만년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상징하는 행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만약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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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날로그적 삶!

 

현대사회는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0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사회의 차가운 이성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발을 아날로그 정서에의 향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만년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상징하는 행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여행을 가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대신 번거롭게 만년필과 스케치북을 챙겨서 대상을 수백 번씩 바라보면서 그려서 그것을 SNS에 올린다면, 그것을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레지콰이의‘러브 레시피라는 노래 마지막에

우리가 모두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삶으로

사람이라 불리는 것처럼

 

사랑 역시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레시피로

사랑이라 불려야 한다.

 

어떻게 만들어지든 상관없다.

그 자체만으로

그건 사랑이다.”라고 읊조린 것처럼 효율적이건 비효율적이건 그것 또한 여행하는 방법이기에 의미가 있다.

 

 

여행,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

 

‘미안하다는 말’이라는 소제목의 글에 일본 오사카의 쿠시카츠집 그림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말이 부쩍 잦으시다. 미안해할 일이 갑자기 많아진 건 아닐 것이다. 대부분 과거사다. 하지만 말이 사과지 부자지간에 청산해야 할 게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손찌검이 미안하고, 바라던 걸 사주지 못해 미안하고, 기호 1번을 찍어서 미안하고, 맥주를 마시지 못해 미안하다는 식이다. 듣고 보면 대부분 미안해할 일이 아니므로 듣는 나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사과라기보다 10년 넘게 아들과 대화다운 대화가 없었던 아버지께서 겨우 생각해낸 ‘말 거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한 기분이었다. 그 동안 이 남자를 이해하지 못해 사랑하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1)라는 글이 실려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서, 또 무엇이 계기가 되어 저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말 거는 것을 알아챘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오사카의 쿠시카츠집을 스케치하고, 그곳에서 명물 꼬치튀김 ‘쿠시카츠’을 앞에 두고 금주(禁酒)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않는 아버지가 맥주를 마시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 것으로 보아, 이 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강철의 절규,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이라는 소제목의 글은 좀더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홀로 코스트를 연상시키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의 강철 얼굴로 가득 들어찬 복도를 거닐며, 저자는 “(일본 이지메 연구자가) 학교 폭력의 원인과 열쇠를 가해자나 피해자 혹은 선생님에게서 찾으려 하지만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원인도 멈추는 힘도 실은 폭력에 가담하지 않은 다수에게 있다2)고 주장한 내용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적용시켜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에서 떠올린 10%의 나치 및 그 지지자와 80%의 침묵하는 다수, 그리고 그 결과인 이지메 당하는 유대인을 이야기 한다. 나아가 2000년대 이스라엘 사람들, 한국인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의식을 확대한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이 넓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행복과 무관심에 누군가는 마음 아플 것이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우리로 인해 아파한다면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말하는 게 과연 떳떳한 일일까.3)”고 고민을 한다.

침묵하는 다수는 어디까지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사사로운 여행’이라는 소제목의 글은 쉽게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의식 안팎에 자리 잡은 욕망에 따라서 인식의 대상을 고르는데 이것이 여행지에서 나로 하여금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그러나 둘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은 두 사람이 한나절 똑같은 길을 나란히 걸었다고 해도 각자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 이것은 둘이 찍은 사진만 현상해 봐도 알 수 있다.

우린 분명 같은 길을 걸었는데 그녀의 필름에는 내가 보지 못한 피사체들이 가득하다.

둘이 서로 다른 욕망이 인식의 다름을 불러오고, 그 결과로서 기억의 대상을 달리 고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우리의 여행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진다. 여행 후 둘 다 찍은 사진이란 것이 에펠탑이나 자금성처럼 페이스북에 올린 만한 도시의 보편적 상징들뿐이라면 몇 천 장의 사진이 있다 한들 돌아온 후의 추억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여행의 속살은 그런 데 있지 않다. 추억이랍시고 찍은 그런 사진이 여행을 더 이상 추억하지 못하게 만들고 급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행을 끝낸다.

짐을 싸는 그 설렘의 순간부터 여행은 비로소 시작되듯, 추억할 수 있는 한 여전히 여행 중이라 믿기 때문이다.4)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다름에의 강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체적으로 타인의 블로그를 몰래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상큼 발랄한 20대 초 중반이 아니라 세파(世波)에 어느 정도 시달린 30대 중반의 묵직한 감성이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1) 정은우 글/그림, <아무래도 좋을 그림>, (북로그컴퍼니, 2015), pp. 22~23

2) 정은우 글/그림, 앞의 책, p. 51

3) 정은우 글/그림, 앞의 책, p. 53

4) 정은우 글/그림, 앞의 책, pp. 68~69

w******f 2016.01.24. 신고 공감 11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사각사각 탁!탁!이 그려내는 여행지의 감흥(파블 9기 10-3)
"사각사각 탁!탁!이 그려내는 여행지의 감흥(파블 9기 10-3)" 내용보기
단조로운 생활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길 위에 서는 여행만큼 귀한 경험은 없을 것이라 여기면서도 일상에 붙박인 채로 사느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며 낯선 공간으로의 여행을 동경하며 여행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낯선 공간을 찾았을 때 언제 다시 이곳을 올 수 있겠느냐며 여행지 풍광을 피사체에 담느라 분주한 이들 사이로 간간이 스케치 여행을 하는 이를
"사각사각 탁!탁!이 그려내는 여행지의 감흥(파블 9기 10-3)" 내용보기

    단조로운 생활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길 위에 서는 여행만큼 귀한 경험은 없을 것이라 여기면서도 일상에 붙박인 채로 사느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며 낯선 공간으로의 여행을 동경하며 여행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낯선 공간을 찾았을 때 언제 다시 이곳을 올 수 있겠느냐며 여행지 풍광을 피사체에 담느라 분주한 이들 사이로 간간이 스케치 여행을 하는 이를 만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화폭에 담는 광경을 보고 부러움 섞인 웃음을 지을 때가 있다. 그림에 젬병인 여행자에게 스케치 여행은 그림의 떡처럼 보이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그림으로 새기는 여행자의 모습은 멋있다.

 

   연필로 밑줄을 그어 책을 읽으며 새기고 싶은 구절을 기억하고 책을 읽은 뒤 사유한 내용을 서평으로 남기며 개인적 기록의 역사를 쌓고 있다. 자판을 두드리며 모니터 화면에 글을 쓰는 일에 익숙한 시대에 저자는 만년필로 여행지의 인상을 그림으로 남기며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물상들의 이미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하였다. 힘에 부치는 일상을 살아내면서 감내하는 법을 배웠고 일상을 비껴나 여행지에서의 인연과 문화유산 관람 등을 실은 책들을 보면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우며 스스로를 위로할 때가 있다.

 

   속력을 내어 살기를 강요받는 시대,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자발적인 결정과 선택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년필과 잉크가 빚어내는 그림과 단상은 선과 선이 직하여 완성한 조형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상적인 공간과는 다른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자연 현상과 현지 사람들, 문화적 총체가 집결된 공간 등에서 만나는 것들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정체성을 입증하기에 만년필로 쓴 필체가 그만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그것을 신분증처럼 여기며 애지중지하였다.

   ‘사각사각 탁! ! 사각사각 탁! !’

   반복되는 리듬에 생각을 맡기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저자의 여행 기록은 여느 여행기와는 사뭇 다른 정성이 전해져 온다.

 

   보잘것없는 일상의 교차가 모여 우리의 삶이 이뤄지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들여다본 사소한 것들이 모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행이라고 여긴다. 이질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경계 밖을 넘어서는 국경에서의 삼엄한 경계 등이 낯섦과 설렘을 안고 깨어 있는 의식으로 움직이며 살라고 전한다. 미니멀리즘 건축가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의 건물이 많은 교토에서 교토 대학의 위상을 드높이게 된 점은 다른 사상이나 신념을 배척하는 데서 한 발 다가가 다른 사상들을 끌어들여 내면화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본 저자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부부가 함께 한 여행지에서 동일한 사물을 보더라도 각기 다른 편에서 보고 판단하는 데는 고유성이 개입한다. 둘이 함께 떠났지만 편파적이고 사사로운 여행 덕분에 여행지에서 돌아와 경험을 나눌 때의 풍성함은 여행의 묘미를 발견케 한다.

 

   서울대병원 후문 길에서 관찰하면 좋을 창경궁은 정전을 1층으로 지어 오연한 기운은 없지만 낮게 드러누운 궁의 모습이 음전한 위엄을 지니고 있어 그 자태가 인상적이라는 저자는 고려인의 정신이 응결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면서 의연한 기운을 받았다. 도시를 돌며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였던 만남을 스케치하며 생각의 조각들을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풍미를 지닌 작품으로 변형시키는 능력은 책장을 넘길 때 깊이를 더한다. 동서 문명과 종교가 만나 수많은 유적과 역사의 중심이 된 이스탄불의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종교 의식을 서막은 터키인들을 규합하는 끈으로 이들을 상생과 공존의 세계로 이끌었다. 여행 짐을 꾸리면서부터 시작되는 설렘은 여행을 마치고 현지로 돌아와서도 그 시간으로 회귀하여 추억담을 늘어놓음으로써 일상의 밋밋함을 복원해 정성을 다하며 살아갈 힘을 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n*****9 2015.10.09. 신고 공감 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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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어떤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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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한 우리는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미리 걱정하고 올 것인지 알 수 없는 슬픔을 미리미리 우울해 하며 사는 까닭에 삶을 구성하는 질료에는 언제나 걱정과 우울이 팔 할을 차지하곤 한다. 주말부부로 살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나는 걱정과 우울뿐인 하루를 전면 보수하지 않으면 내 삶에 뭔가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우울해 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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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한 우리는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미리 걱정하고 올 것인지 알 수 없는 슬픔을 미리미리 우울해 하며 사는 까닭에 삶을 구성하는 질료에는 언제나 걱정과 우울이 팔 할을 차지하곤 한다. 주말부부로 살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나는 걱정과 우울뿐인 하루를 전면 보수하지 않으면 내 삶에 뭔가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우울해 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밀려왔다. 나의 가슴엔 미리 자리를 잡은 우울에 새로운 우울이 떠밀려 와 하루가 다르게 그 농도를 더해갔다. 그럴수록 하루에 소모되는 담배의 양은 빠르게 늘었다. 담배 연기가 나의 깊은 우울과 걱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한순간에 꺾이고 자성체처럼 더 깊은 우울을 불러들일 뿐이엇다.

 

삶의 방식은 적잖이 질긴 것이어서 바꾸자 마음을 먹는다고 선선히 뒤집히는 게 아니다. 아기를 달래듯 살살 문지르고 보듬지 않으면 전혀 변하지 않는다. 똥고집도 그런 똥고집이 없다. 나는 걱정과 우울의 습관을 그대로 둔 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스케치북 한 권과 4B 연필 한 자루. 비교적 저렴한 투자였다. 대학 시절, 미대에 다니던 친구들로부터 그림에는 재능이 없다는 일차 판결이 있었던 터라 나는 잘 그리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싸인펜 하나를 들고 집 안 곳곳에 그림을 그리던 세살배기 아이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하루 중 우울과 걱정이 차지하는 시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줄여간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그 덕분에 올해 초 그렇게나 어렵다는 금연에도 도전할 수 있었고 지금껏 잘 유지하고 있다. 나는 네이버 파워블로거라는 솔샤르 정은우의 <아무래도 좋을 그림>을 읽다가 문득 내가 지나온 삶의 흔적을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혼자 잘 놀고 싶어서'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처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소속이 아닌 '내가 몰입하는 일' '세상 속의 내 역할'로써 나를 증명하며 사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가고 있다." (p.15)

 

책은 그가 기록한 짧은 글들과 만년필로 직접 그린 여러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주로 그가 다녀온 어느 여행지에서 기록한 그림과 글이지만 그의 사색은 담백하면서도 웅숭깊다. 게다가 뉴욕 5번가의 거리 모습, 터키 아야소피아 성당의 내부, 대만 스린 야시장의 한 장면, 노르웨이 주택가에서 마주친 길고양이, 샌프란시스코의 노면전차, 서울의 종묘와 창경궁, 교토 은각사와 기요미즈테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년필 하나로 그려낸 그의 그림은 넘쳐나는 사진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우리의 삶은 결국 직접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지나칠지도 모를 수많은 일상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누가 내게 여행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그건 이 세상의 사소한 것들을 들여다 보는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p.252)

 

제대로 된 그림을 단 한 장도 그려보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 그리기의 좋은 점이 삶을 기억하는 도구로서 유용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대상을 그리고 있는 동안은 온전히 그 시간을 주목하면서 내가 긋는 선 하나하나, 내가 보는 빛과 어둠의 세밀한 부분부분을 그 순간의 감정과 함께 포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살았던 시간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과 흡사하다. 물론 내 삶의 궤적은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나선처럼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지만 말이다.

     

"인간의 의식 안팎에 자리 잡은 욕망에 따라서 인식의 대상을 고르는데 이것이 여행지에서 나로 하여금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그러나 둘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은 두 사람이 한나절 똑같은 길을 나란히 걸었다고 해도 각자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 이것은 둘이 찍은 사진만 현상해 봐도 알 수 있다. 우린 분명 같은 길을 걸었는데 그녀의 필름에는 내가 보지 못한 피사체들이 가득하다."    (p.68)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을 살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또 고통을 견디는 것이지만 자신의 인생 전체를 오직 감정도 없는 디지털 기계 속에 묻는다는 건 왠지 가볍고 가치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내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도 그것과 맞닿아 있다. 영혼을 거세당한 느낌, 사진을 찍는 그 찰나의 순간에 내 인생 전체가 저당잡힌 느낌, 나는 그런 게 싫다. 이 책 <아무래도 좋을 그림>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s*****l 2015.10.07. 신고 공감 9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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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거리는 펜 소리가 듣기 좋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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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지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서투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호텔에서, 식당에서, 공항에서, 시장 어귀에서 아무리 현지인처럼 행동하려 해도 몸에 붕대처럼 감겨 있는 이방인 특유의 서투름을 벗겨낼 수 없다. 현지인 역시 여행자들의 서투름에 지극히 관대하다. 여행지에서는 그 어떤 서투름도 흉이 아니다. 여행자니까, 하는 마음이 나처럼 그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서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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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지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서투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호텔에서, 식당에서, 공항에서, 시장 어귀에서 아무리 현지인처럼 행동하려 해도 몸에 붕대처럼 감겨 있는 이방인 특유의 서투름을 벗겨낼 수 없다.

현지인 역시 여행자들의 서투름에 지극히 관대하다. 여행지에서는 그 어떤 서투름도 흉이 아니다. 여행자니까, 하는 마음이 나처럼 그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서툴러서 불편한 건 맞지만 그 불편함이 역설적이게도 내 실존을 증명한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은 영원히 여행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18페이지)

 

 

꾸준히 출간되는 여행서 중에서 손에 닿기를 바라는 책이 있다. 가장 먼저는 편하게 읽기는 글이 좋겠고, 그다음으로는 그 편안함과 익숙함 안에서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고 싶은 바람이 묻은 글이다. 막상 펼쳐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니, 어느 정도의 궁금증과 기대로 만나게 되는 글이 대부분이다. 정은우의 『아무래도 좋을 그림』은 여행에서의 단상과 장면들이 표현되는 방식 때문이었다. 내가 결코 흉내 내거나 따라갈 수 없는 영역에서 그 자신의 매력적인 표현법으로 이렇게 떡하니 내놓은 저자의 여행 후기가 궁금해서다. 그냥 그림도 아니고 만년필이라니... 만년필의 많은 종류와 잉크에 대해서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어도 내 취향 밖의 물건들이라 누구에게 듣거나 어딘가에서 보면 희한한 표정이 나오곤 했다. 멋진 모양의 펜, 색감 좋은 잉크 정도로 여긴 게 전부일 수도 있다. 내가 다 알 수도 없거니와 내 손에 닿을 일은 더욱 없을 일이려니 해서다. 그렇게 만년필로 그려낸 여행의 장면들이 한 번쯤은 보고 싶은 장면이 되어버렸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을 걷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현지 음식을 먹으며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수많은 건축물에 깃든 사람들의 땀을 느낀다. 위대하고 웅장한 건축물로 오늘의 사람들에게 멋스러움과 예술을 전하는 것들 이면의 모습까지 생각하면서, 기억되지 않을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듯하다. 구석구석의 틈을 보는 시선이 좋았고, 골목길의 운치가 그대로 보이는 듯하다. 뉴욕과 대만, 노르웨이, 터키, 일본, 대한민국의 서울, 그리고 더 많은 곳의 풍광이 저자만의 색깔로 담겨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보아왔던 장면들과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역시 그 그림을 그리는 도구 때문이리라. 펜으로 그려진 특유의 날카로움이 여행의 감정을 둥근 모양이 아닌 각진 느낌으로 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그림의 컬러링북을 만난 것처럼 가만히 그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색연필을 가져와 저자가 그려놓은 선 위에 색을 덧입히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그 대상 고유의 색이 있겠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찬 색으로 채워도 좋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도 괜찮을 것만 같은 안도감 같은 게,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품게 된 감정이다. 내가 쓴 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데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이 되어 칠해도 좋을 것 같은 건 왜였는지...

 

나는 예술활동을 위해 여행을 떠나본 적도 없고 저 되다 만 그림을 '작품'이라 여겨본 적 역시 없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설렘이 뇌 속에 퍼져 손끝으로 번져 나오는 기분이랄까? (139페이지)

 

보이는 많은 곳을 카메라 셔터 하나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만년필로 쓱쓱 그려낸 선들로 이루어진 그곳의 모습이 더 따스해 보인다. 저자가 이 책에 담은 여행지 대부분이 그의 아내와 함께 한 곳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곳곳에 묻어났던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그곳의 시간을 더 다정하게 들리게 했다. 아버지가 여행했던 곳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도움말을 듣고 온 이야기,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고 있지만, 술 한 잔 기울지 못했던 순간, 아버지가 추천해주는 여행지를 걷고 있을 저자의 표정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게 된다. 여행의 동반자는 누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그 '누가'로 인해 여행에서 보는 세상은 다를 것만 같다. 은근히 멘토처럼 보이는 저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궁금해지곤 했다. 아들에게 이런 존경을 받는 아버지가 흔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내 머릿속을 조금은 달라지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

 

갑작스레 비가 내리긴 했지만 예정대로 사카이미나토행 기차를 탔다.

기차에 오른 후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 순간이

별다른 줄거리도 대사도 없는,

영화 한 편 같았다.

나는 문득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때임을 깨달았다.

귀한 줄 모르고 쉽게 흘려보낸 시간,

사람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248페이지)

 

이 책은 내가 여행에세이를 잃고 싶은 이유의 모든 우선순위를 벗어난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은 검색해보니 에세이가 아니라 예술 분야로 분류되어 있더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없었고, 익숙한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편하거나 낯설기만 한 느낌으로 읽어간 것도 아니다. '찰칵'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아닌, '사각사각' 펜으로 그려지고 써지는 소리가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왔다. 디지털 세상이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글을 읽는 것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보다.

 

그가 손에 쥐고 있는 만년필이 지금은 무엇을 그리며 어떤 단상을 채우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n******i 2015.10.16.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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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을 그림]만년필 스케치와 함께 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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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보조 제목이 가슴에 잔잔히 스며든다.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이 책의 매력은 가로로 긴 책의 크기와 표지 사진이 잘 어우러진 아련한 아름다움의 기운이 흐른다는 것. 제목과 보조 제목의 색 배합과 글씨체가 주는 안정감, 조용함이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정은우 작가의 색깔을 잘 드러날 수 있게 독서를 시작하는 독자의 감성을 몽근히 채운다. 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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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보조 제목이 가슴에 잔잔히 스며든다.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이 책의 매력은 가로로 긴 책의 크기와 표지 사진이 잘 어우러진 아련한 아름다움의 기운이 흐른다는 것. 제목과 보조 제목의 색 배합과 글씨체가 주는 안정감, 조용함이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정은우 작가의 색깔을 잘 드러날 수 있게 독서를 시작하는 독자의 감성을 몽근히 채운다. 그 위에 단정히 놓인 만년필과 잉크 사진은 그림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만년필이 아닌 작가의 절대적인 애정의 시선이 그대로 담겼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은 표지에서 이미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것 같다.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은우. 파워블로거로 연속 7년 동안 선정될 정도로 블로그계에서는 유명인이다. 그는 여행지에서 항상 만년필을 꺼내어 스케치를 한다. 그곳의 풍경에 정지하여 한동안 그림을 그린다. 카메라로 훌쩍 찍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다.

"스케치는 장소의 구조나 색에 대한 관찰을 끊임없이 품게 만드는 반면,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할 일을 다 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러스킨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에 나도 동의한다. 이 문장을 보며 생각난 책은 [그림 여행을 권함]이다. 김한민 작가 역시 여행지에 가면 사진을 찍기보다 그림을 그린다. 그 점에서 정은우 작가나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 그들의 여행에 대한 태도에 일정 동의하면서 정작 나는 사진찍는 게 더 편해서, 그리고 그림 그리고 싶단 욕망은 아직 없어서 [그림 여행을 권함]을 읽고도 실천은 못했다. 김한민 작가나 정은우 작가가 강요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입장이 조금 선회한 내가 여행을 갈 때 펜과 드로잉북(또는 다이어리든)을 준비하지도 않았으니.


만년필은 초등학교때 써본 경험 이후론 제대로 사용해보질 못했다. 사회생활에서 중견의 지위로 진입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유성볼펜보다 중후함이 상징 만년필이 어울린다는 편견이 있다. 필기구로 계급을 나누려는 나의 편견에 심히 문제 있어 보이지만 이는 내 주변을 봐도 만년필에 대하여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옛 물건을 취급하는 것처럼. 어쨌거나 결론은


나.도. 만.년.필.을. 갖.고.싶.다.


스각스각 써내려가는 펜과 종이의 마찰소리와 손에 묵직하게 쥐어지는 그립감을 느끼며 잉크의 번짐, 글씨의 색이 변하는 세월의 흔적 등을 느끼고 싶다. 그림은 그 다음?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도 '만년필'이란 단어가 주는 오래됨, 아날로그, 복고적이면서 보수적인 이미지가 향수처럼 뭉클하게 다가왔었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은 오래됨의 보단 느림, 아날로그 감성이 몽실 솟게 하는 만년필의 느낌이다. 그가 즐겨 쓰는 만년필과 잉크 소개란이 챕터 마지막 부분에 한 페이지씩 각각 할애하는데 그 부분 읽는 재미가 내겐 더 컸다.


이 책은 만년필 소개책은 아니면서 만년필을 소개 해줘서 만년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주된 내용은 여행지에서의 단상과 그 풍경을 묘사한 만년필로 그린 그림이다.


 


세필화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들. 정은우 작가가 스각스각 그어갔을 많은 선들이 포개져서 그곳의 풍경을 때론 따뜻하게 때론 스산하게 잡아낸다. 길 위의 여행자가 가지는 날카로움이 배여 있다. 그의 여행이 더 풍부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마다 거의 함께 했던 아내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풍경 다른 해석, 그래서 그는 "여행이야기가 가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각자가 같은 상황을 겪어도 기억의 지점이 다르고 그 지점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 때론 위험할 수 있지만 여행에서만큼은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되기도 한 것이다.


정은우 작가는 계속 여행을 할 것이다. 서투름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 그것이 곧 어른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만약 서투름이 없어진다면 설렘도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 얼마나 메마른 어른인가. 그렇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잘몰라서 오는 서투름이 발동하니 여행이란 긴장과 설렘을 기저에 깔고 있을 수밖에. 정은우 작가의 말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은 영원히 여행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오타*

 

220p 만년필을 어버리고 말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5.10.14.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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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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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은 ‘J건축’이었다. 뭐든 어리버리 했던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이사님과 실장님 모두 만년필로 사인을 한다는 것.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만년필로 사인을 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잠시. 가끔 이사님과 실장님이 스케치북이나 드로잉 북에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설계사무소였으니 대부분 건물을 그렸는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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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은 ‘J건축이었다. 뭐든 어리버리 했던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이사님과 실장님 모두 만년필로 사인을 한다는 것.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만년필로 사인을 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잠시. 가끔 이사님과 실장님이 스케치북이나 드로잉 북에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설계사무소였으니 대부분 건물을 그렸는데,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만년필을 사 볼까 하고 기웃거리기도 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당시 실장님이었던 그 분이 외국 출장 중에 만년필을 사다 주셨다. 그 당시 선물 받았던 만년필은 잉크를 주입하는 것은 아니고, 잉크가 들어 있기에 1회용이었던 단점은 있었지만, 필기감이나 그립감이 너무 좋았다. 이후 나도 만년필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만년필로 글을 쓰고, 끄적이며 그림도 그렸지만 그 만년필을 다 쓰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선물을 주셨던 실장님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팀 내에서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없다보니 만년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가끔 만년필을 볼 때 마다 그때가 생각나곤 한다. 치열하게 일했고, 치열하게 사람들과 우정을 쌓았고,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시절. 다시 그 멤버들이 모일 수는 없지만, 다들 그 업계에서 열심히 일들 하고 계시겠지 

 

내가 갑자기 옛날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다 이 책 때문이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여행을 기억하며 만년필로 스케치하고 이야기를 쓴 책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고, ‘? 이거 내가 요즈음 생각했던 책 내고 싶은 아이템인데?’하는 반가움까지. 나는 이 책의 저자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더군다나 건물 그림은 투시도의 개념이 있기에 늘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솜씨가 좋다. 한때 나도 건물 그림에 심취했던 적이 있고 지인들에게 선물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때 더 열심히 그려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속적으로 그렸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다만 요즈음 수채화를 하면서 다양한 그림을 접하고 있기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늦지 않았으니까. 얼마 전 길 드로잉 책을 보면서 다시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건물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사 놓은 드로잉 북과 재료를 활용해 조금씩 그려 나갈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그리는 재료에 만년필도 포함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옆에 만년필로 나의 생각을 메모하는 것. 이거 굉장히 행복한 접근 아닐까? 혹 시내에 나갈 일 있으면 만년필도 보고 와야겠다.

 

이 책은 그림도 좋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글도 좋다.

우리는 신분증은 잊더라도 글씨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그것은 낙서와 다르다. 자신의 글에 리듬을 부여하는 행위 같은 것이다. 사각사각 탁 탁! 사각사각 탁 탁! 이 리듬이야 말로 다른 필기구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만년필만의 매력이다. (121)

맞다. 한동안 만년필의 매력에 빠져있을 때,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적곤 했다. 시를 쓰기도 했고, 그냥 막연하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누구한테 보낼 것도 아니면서. 아마도 나는 그 느낌을 사랑했던 모양이다. 종이와 펜이 만나는 그 사각거림의 소리가 좋아서, 그 소리를 사랑해서 끊임없이 뭔가를 적었는지도.. 다시 그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

 

스케치는 장소의 구조나 색에 대한 관찰을 끊임없이 품게 만드는 반면,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할 일 다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러스킨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내는 사람이라도 막상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려면 막막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 안다 믿었던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실제론 몰랐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나는 순간이다. (131~133)

이 글은 요즈음 내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말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그림을 못 그렸던 사람이었던가? 내가 사물에 대한 관찰이 허술했던 사람인가? 사물에도 다양한 자신만의 색이 있는데 자연은 오죽할까? 가족 여행을 하면서 나는 늘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대부분 사진을 전담하고, 나는 풍경을 눈에,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담는 일을 했는데, 나는 그 풍경을 스케치로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책을 보니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나 역시 멋진 그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못 그린다는 생각이 앞섰고, 내가 무슨 재주로 그림을 그리냐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용기를 얻게 되었다. 꼭 외국이 아니어도 좋다. 한국의 좋은 곳, 다양한 풍경을 그림으로 완성하는 그날 까지...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15.10.03.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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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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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좋을 그림 그림같은 장면을 그리는게 아니라그려보면 그림같은 장면이 된다 ㅡ그저 그려봐야 한다.아무래도 좋으니 그려보라 ㅡ던 글귀..오늘 하루치 만큼의 책장을 정리 하다또 보여서 손에 쥐고 아무대나 펼쳐 읽고또..이렇게 하루 흔적 남기기.색감이 좋다.따듯한 잉크 ㅡ먹물은 조금 서늘한데..번짐이 둘 사이에 같은 것 같으면서 다름이..그 서늘함과 따듯함에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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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좋을 그림

그림같은 장면을 그리는게 아니라
그려보면 그림같은 장면이 된다 ㅡ
그저 그려봐야 한다.
아무래도 좋으니 그려보라 ㅡ던 글귀..
오늘 하루치 만큼의 책장을 정리 하다
또 보여서 손에 쥐고 아무대나 펼쳐 읽고
또..이렇게 하루 흔적 남기기.
색감이 좋다.
따듯한 잉크 ㅡ
먹물은 조금 서늘한데..
번짐이 둘 사이에 같은 것 같으면서 다름이..
그 서늘함과 따듯함에 있는 듯

* 솔샤르 님 의 타이베이 명상.

대만의 하루는 어둑살이 내리는 저녁부터 시작된다.
타이베이의 상징이랄 수 있는 야시장 때문이다.
서쪽에서 마지막 노을이 어둠 속으로 무너지는 여섯
시부터 스린 야시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
인간에게 도시란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이다.
공간은 적절한 삶의 형태를 규정시키는 일종의 논리다.
.
공간의 논리 ㅡ중에서...


정은우 ㅡ글 그림.




y*****7 2016.03.03.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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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결산) 아무래도 좋을 그림
"(2015년 결산) 아무래도 좋을 그림" 내용보기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그림을 그리며 날로 실력이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학창시절에는 나름 그림도 곧잘 그렸는데 시간에 묻혀 이제는 그림은 그냥 전람회를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좋은 그림'은 무려 7년 연속 네이버 선정 파워블로거 '솔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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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그림을 그리며 날로 실력이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학창시절에는 나름 그림도 곧잘 그렸는데 시간에 묻혀 이제는 그림은 그냥 전람회를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좋은 그림'은 무려 7년 연속 네이버 선정 파워블로거 '솔샤르' 님이 작품으로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보다 그림이 더 많이 담겨진 그야말로 그림을 통해 여행을 만나는 터치가 매력적인 책이다.


여행을 하려는 사람은 진짜 여행지에 있을 때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동안의 설렘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도 그런 면이 있는 편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다가오는 여행날짜를 꼽으며 느끼는 설레임... 평범한 사람들은 설렘의 시간이 흐르고 여행을 떠나 보편적으로 누구나 보는 것만을 보는 극히 제한적인 여행을 한다. 저자는 혼자보다는 둘이서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를 회상할 때 상대와 자신이 찍은 사진만 보아도 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찍는 피사체도 다르다. 그만큼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이제는 부모님이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고 건강상 좋은 편도 아닌데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부모님과의 여행을 내켜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들과의 여행을 더 좋아하는데 저자는 아버지와 둘 만의 여행을 떠난다. 평소처럼 파리의 거리를 다닌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제안대로 걸어서 둘러보는 파리의 모습은 다르다. 나 역시도 얼마 전에 떠난 여행에서 파리를 무수히 많은 시간을 걸어 다니며 누구나가 아는 파리의 랜드마크는 물론이고 골목길, 작은 공원 등 다양한 것들을 즐기며 파리를 눈과 가슴에 담았다. 솔직히 가을의 파리의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 알았다고 느껴질 만큼 하루에 5시간 이상을 걸으며 파리를 느낀 시간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무수히 많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미처 못 다닌 곳들이 대부분이라 색다르고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도는 없다를 통해 서양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도의 모습을 나 역시 보고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든 내용에 공감한다. '아무래도 좋은 그림' 제목과 같은 글에서는 결혼 후 자식을 낳으면 무엇보다 그림을 먼저 가르쳐주고 싶다는 이야기에 나도 그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기 했다. 피렌체를 흠모하는 것이 토스카나 와인을 마신 탓이 아니란 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며 나와 아들의 여행에서도 이탈리아 여행에서 참으로 많은 저가의 와인을 마신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다른 어떤 도시보다 아쉬움으로 남는 곳이 피렌체다. 보기에 따라서 하루면 충분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려 5일이나 있으며 피렌체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카드로 인해 겪은 일로 인해 언젠가 한 번 더 피렌체로 여행을 다시 꼭 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행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면 항상 여행 가방을 싸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인다. 책에 담겨진 홍콩, 길을 잃어버린 시즈오카, 샌프란시스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스케치와 이야기에 푹 빠져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아무래도 좋은 그림...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낸 여행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언젠가 나도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꾸어본다.

q******5 2015.12.05.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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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사각거림으로 자신의 내면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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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으로 내면과 만나다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살다보면 외부의 조건보다는 자신 내부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자신 내면의 울림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그렇다면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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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으로 내면과 만나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살다보면 외부의 조건보다는 자신 내부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자신 내면의 울림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자신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울림과 만날 수 있을까? 이 만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은 여행이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 또는 낚시와 같은 취미활동을 한다. 집중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라면 구체적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여기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건축을 전공했으며 다소 버거운 일상을 살면서도 틈틈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년필 그림을 그렸다. 꾸준히 만년필을 모으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내면과 만나온 것이다.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를 선명하게 때론 안온하게 했던 기록들의 모음이 이 책이다.


"인간이 고통을 견디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럴 땐 항상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는 편이다. 몇 번을 생각하고 이야기해 봐도 주위에 안개만 차오를 때 만년필을 들어보라. 글로 적어놓으면 어렴풋하던 것이 선명해지고, 그림을 그려보면 그 풍경 속에 안온해진다. 내가 써놓고 그린 것을 훑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된다."


만년필이 종이 위에 선을 그어가듯 사각거리는 그림이 주는 직선의 날카로움이 현대라는 다소 거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대변하는 듯 가슴을 파고든다. 낯선 곳에 멈춰 서서 뇌리에 각인된 공간의 기억이 글과 그림으로 남았다. 유럽의 여러 도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건축을 전공한 사람답게 주목한 것은 주로 건축물과 그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거리풍경이다.


행복을 언제나 내일로 유예하고 평생을 살 것처럼 굴다 보니, 여름은 그저 매년 찾아오고 찾아올 때마다 똑같다 여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여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갑자원의 여름 중에서


저자가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의 결과가 이런 사고의 깊이로 담겨있다. 만년필의 직선이 모여 무엇의 형태를 완성해가듯 그의 글 속에서 깊은 사유가 쌓여 드러나는 저자의 마음자리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만년필 & 잉크 이야기를 통해 만년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도 제공된다. 만년필의 역사와 종류, 그에 어울리는 잉크까지 만년필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첨단시대를 대표하는 블로그 운영을 통해 주목받으며 대중과 소통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만년필이라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인 도구를 써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사색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다. 가을은 다른 계절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마음자리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에 주목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 가을을 맞아 나 자신을 만나는 과정에 함께해도 좋을 책이다

m*****8 2015.10.02.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