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재미있다. 그리고 9권 읽으신 분 독자리뷰에서는 그림이 투박하다고 했는데, 나는 그림이 좋아서 이 책을 들고 읽은 경우다. 평소 섬세하고 가느다랗고 잔 선이 많은 그림보다 굵고 단순한 타입을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참고로 이정애 씨 팬이기도하다. 그분과 그림 톤이 조금, 아주 조금 비슷했다.) 이 작가는 만화를 그리면서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말들, 그러나 어디에 대고 할 수도 없었던 말들, 혼자서 곰곰히 정리하고 따져보면서 나름대로 결론도 내보고, 다른 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들을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입을 빌어 다 말하고있다. 네무코는 어릴 때 외할머니의 암시와 최면에 걸려 다른 사람의 눈치나 보고 살아온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갖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난관을 겪자 점점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고, 주변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가고, 작가가 쓴 대사처럼, '물 밖에서 숨을 쉬는 듯 청명한'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때를 자각 상태, 깨어 있음 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리고는 정말 중요한 건 솔직함이기도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표현의 차이와 마음 씀씀이를 가지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을 이용하는 데 쓰지 않고, 나 또한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운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다른 이를 도울 줄도 알고 다른 이의 도움도 받을 줄 아는 사람. 내 편의에 맞춰 모든 걸 해석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약간 황당하게 다가온 불행(?)도 당당히 맞서는 사람. 실제로 작가가 채택하고 있는 구도는 십 몇년전의 가족 내 살인과, 자살, 음모, 사기, 질병, 운명, 점술 등 거창하기만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소박하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여 표현할 줄 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어느덧 내 목소리 내기가 점점 어려워만 가는 사회.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게으름과 합리화.. 내가 보기엔 너무나 훌륭하고 가능성 있는 작가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꼭 읽고 싶다. 이 작가가 건필하길 바라며, 이런 좋은 만화가 정말 앞에 말한 다른 독자리뷰 쓰신 분의 말처럼 많이 읽혀졌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