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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 듯 현실 아닌 듯 시처럼 살다 ―황인찬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2022)를 읽고
시편마다 누군가 함께 있다. 나, 너, 우리가 등장해 말하고 듣고 있다. 마침표 없이 끝나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희지의 세계‘다. 사춘기 소년처럼 도통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잘할 수도 있는데”,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멍하면 멍」 중에서) 한다.
『희지의 세계』는 시 쓰기에 관한 시들이 많다. 「은유」, 「머리와 어깨」 등, 「새로운 경험」, 「실내악이 주는 꿈」, 「영원한 친구」 등의 시는 ’~ 시작된다, 끝난다’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희지는 목동이다. 작가는 세상살이를 양치기의 삶으로 보고 있다. 평범한 일상, 기도, 사랑, 식사, 잠 등 평범한 일상이 희지의 세계다.
그의 시에는 등장인물이 두 명이다 나와 너, 거의 모든 시에서 드러나지 않거나,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이다. ‘걷는다’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거리, 숲길, 공원 등도 보였다.
「비의 나라」는 현실이 아닌 것을 상상하고 있다. 여행을 떠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돌아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어딘가 떠나 있을 동안 평화롭지 못한 일들이 있었던 상황을 그는 모르기를 바란다.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서정」에서 “그 애로부터 멀어지려고 그랬다”면서도 “우리 두 사람뿐이구나”라고 안도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거대한 숲 속에 있다. ‘팔월의 열기도 묻힐 만큼 거대한 숲’이다. 깊은 산속 어둠 속에 “명료하게” 둘만의 시간 속에 있다.
「실존하는 기쁨」에서 “손을 잠그면 다시는 빼낼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드러내지 못하고 자꾸만 감춰야 하는 것들의 슬픔이 시집 전체에서 느껴진다. 그렇지만, 애써 숨기려고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또 쓴다.
「오수」에서는 시 속에 쓴 소설로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라고 적었다. 이런 느낌! 살면서 가끔 만나는 감정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섰을 때다. 그의 내력을 배워서 알고 있기에 시속의 소설로 감춰 둔 짤막한 고백이 마음에 박혔다.
「종로사가」에서는 시의 중간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숨겨 놓았다. ‘나는 네 마음을 안다’,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겠지’,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겠지’,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야’,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등
「저녁의 게임」에서 그가 말한 “진흙투성이의 어떤 인생”은 누구의 인생일까를 생각했다. ‘너’인지 ‘나’인지 비 내리는 저녁 코트를 함께 우산을 쓰고 걸을 수 있다면 그런 슬픈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너는 이제 시인처럼 보인다」는 제목을 반복해서 적고 있다. 제목이 반복된 부분을 제하고 읽어 나가다 보면 점점 피폐해지고 멋없고 끝까지 망가져야 ‘진짜 시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 않는다’를 삭제하고 읽으면 ‘진짜 시인’이라는 역설처럼 읽힌다.
「영원한 친구」에서는 시를 써가면서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의 문장을 더 쓰면 몇 개의 문장은 더 쓰이지 않고
그래도 사람은 걷고 시는 계속되고 겨울의 밤입니다 차가 따뜻하군요 ― 「영원한 친구」 중에서
시가 끝날 때까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리, 코트, 방 등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들을 선택함으로써 불확실한 현실을 규정지으려 하지 않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단어들을 대체해서 읽어 본다. 그가 자주 말하는 ‘새’에 ‘너’를 넣어 보기도 하고, ‘비’에 ‘바람’을 ‘개’에 ‘어른’을 그렇게 치환해서 읽으면 자유롭게 해석을 해봐도 말이 되는 듯하다. 어렵지 않고 평범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다정한 문체도 느껴진다.
‘새’나 ‘죽음’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현실로부터 이상향으로 날아가고픈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비’는 무언가 깨끗하지 못한 것들을 씻어 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런 시 읽기는 맞지 않은 것도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여러 가지 적을 것들은 있는 것 같은데, 책 전체에 대한 일목요연한 리뷰를 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 자주 등장하는 단어 : 새, 개, 죽음, 시, 비, 꿈, 여름, 겨울, 너, 나, 교실, 집, 나무, 물, 연인, 사랑, 종로, 저녁, 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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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양들을 이끌고 돌아가야 한다 희지는 목양견 미주를 부르고 목양견 미주는 양들을 이끌고 목장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생활도 오래되었다" - <희지의 세계> 중 1주일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휴일, 다소 침침한 눈이다. 벌써, 늙어버렸나. 이러한 생활이 나는 오래되지 않았다. 가끔, TV를 멀리서 보면, 눈이 침침해지곤 했다. 그럴 때는, 한참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아니면, 눈을 감은 채, 멍을 때리고 있던가.
희지의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이렇게 침침한 세계? 알 듯 말 듯한 세계.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아무런 비밀도 없는데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세계다" - <네가 아닌 병원> 중
알 듯 말 듯한 이 말 속에 아마도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비밀은 없는데 알 수는 없는 세계, 그 세계에는 뭐가 있을까.
"현관문을 열었는데 흠뻑 젖은 네가 있었다 "빗속에서 네 생각을 했어, 밖은 너무 추웠다" 심하게 몸을 떨며 너는 내게 말하고 현관문 너머로는 쾌청한 날씨다 물기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중략--
너의 어깨 뒤로는 잘 모르는 일들이 일어난다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네가 하지 않은 말이 실내에 울리고 열린 문 사이로 너와 내가 마주하고 문은 영원히 닫히지 않고" - <조도> 중
어쩌면, 비밀은 없는데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 자체로 이 시집은 완성된 것 아닐까. 그 사람은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았고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데 서로 저절로 알아가게 되고 그 세계에 비밀은 간직하고 있지 않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밀이 만들어진 세계. 둘만의 비밀일 수도 있고 또, 나만의 비밀일 수도 있고, 또는 비밀이 아닐 수도 있는 세계.
아마도 이 시집을 이해하는 순간, 그 이해의 다른 쪽에는 또다른 비밀이 있어 영원히 이해할 수 업는 것은 아닐까.
희지의 세계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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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얼마 전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서 -입시생 희지의 시선-에서 19년간 살아온 -나의 세계-를 회고해 보았습니다. 임시 백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어 준 시 <서정 2>를 함께 첨부합니다. 내년 (혹은 내후년…) 맞이할 대학생 희지에게는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될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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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맹렬한 비판의 한마디처럼 비수가 되어 박히는 문장을 만났을 때 충격적이다 라는 감상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만드는 불시의 사고 같은 한 줄. 이번에 읽은 황인찬 시인의 시집 희지의 세계를 보면서 정말 충격적이다 라는 느낌이 강한 한 권이었다 하겠습니다. 마치 스스로의 약점을 끄집어내 빨래처럼 널어 세상이 모두 바라보게 만드는 문장들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강제로 마음속의 불안을 까발려진 채 문자의 흐름에 휩쓸리는 느낌, 희지의 세계 한 권에 담긴 시들은 무척 치명적인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충격적이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우 이색적인 이질감마저 느껴지는 시집이 지금 이 시대에 등장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기반성과 더불어 감추기의 긴장이 들통난 것에 대한 안도가 느껴지는 묘한 시집이었다 하겠습니다. 이런 시집은 정말 독특하고 개성적이라 할 수 있는데 시인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 완성된 한 권이라 생각하며 독자로서 부끄러움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시집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 인상적이며 매력적인 시집이라 생각하는 희지의 세계이며 황인찬이라는 시인이 더욱 기억에 각인되는 기회를 준 만남이었다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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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집인 <구관조 씻기기>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황인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구관조 씻기기>는 아주 건조하게 다가왔었는데 <희지의 세계>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시인의 개성이 더 드러나는 건 첫 번째 시집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번 시집도 좋고, 최근에 나온 시집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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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조 씻기기를 인상깊에 읽고 황인찬 작가의 다음 시집을 사게 되었다. 희지의 세계라는 제목에 붙게 된 계기도 재미있고 그것이 첫머리에 소개되어 있어서 시집의 분위기를 가늠해 보기도 했다. 종로를 제목으로 붙인 시들이 좋았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좀더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다. 앞선 시집보다는 좀더 발전된 느낌이지만 구관조 씻기기가 좀더 좋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았고, 앞으로의 시집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