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편이다. 유명한 시인이 쓴 시라면 사실 아무 감동을 못받았어도 감동적인 시라고 생각하고 유명한 사상가들의 말한마디는 곧 나의 좌우명이 되곤한다. 덕분에 여행기도 소문난 여행가들이 쓴 책만 읽었다. 작가가 여행전문가가 아니다 싶으면 책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유성의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도 그런 이유로 그냥 지나쳐버렸던 책이다. 전유성씨는 개그맨인데 무슨 여행기를 쓴단 말인가. 그것도 고작 100일동안 유럽을 여행하고 말이다. 그냥 뭐 책쓸려고 형식적으로 여행을 다녀온거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100일동안 유럽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친구가 전유성씨의 이책을 권해주었다. 자기가 여행가기 전에 여행기 몇권을 보고 갔는데 다른 책에서 얘기했던건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전유성씨가 흘려서 했던 말들이 더 기억에 남더란다. 그래서 훨씬 재밌는 여행을 할수 있었단다. 그래서 나도 읽어보게 되었다. 친구의 말대로 여행 전문가들이 쓴 다른 책들과는 뭔가가 다르긴 하지만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아니 오히려 여행 전문가들이 쓴 책보다 일반인이 읽기에는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그 목적지에 관해 환하게 알고있다. 그래서 대부분 실수없이 일정대로 여행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일반인들이 여행을 하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 무의미한 시간을 없애기 위해서 여행전문서적을 읽는 거라고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낯선 곳에서 헤메는 것 자체가 일상생활에선 좀처럼 경험할수 없는 모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유성씨는 이동하는데 하루 이상을 보내고 숙소를 잡는데 반나절을 보낸다. 다른데서는 돈을 아끼더라도 그나라의 전통음식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하는데 매번 바가지를 쓴다. 근데 이런걸 보면서 신기하게도 진정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물씬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전유성씨는 그의 엉뚱한 캐릭터답게 사진도 특이 한것만 찍어왔다. 가로등,맨홀뚜껑, 휴지통..이런것들은 자료사진으로 하도 많이 봐서 이젠 익숙해져버린 유명 관광상품이 아닌 외국인들의 생활속에 묻혀있는 물건들이다 보니까 오히려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전유성의 답사기를 보면 느껴지는 것은 그가 이번 여행을 위해서 그어떤 전문인보다 많이 준비하고 연구했다는 것이다. 무심히 하는 말한마디 한마디가 문득 놀라울때가 많았다.그러니까 나같은 전문가 추종자들이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이책의 좋은 점을 한가지만 더 말해보라면 단순한 여행기를 떠나서 생활전반에서 고정관념을 깨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나는 아직 너무 젊은 나이인데도 세상이 정해준 생각의 틀속에 너무 매여있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너무 장점만 얘기했는데 단점이 한가지 있다. 별점을 매길때 4개와 5개사이에서 나름대로 고민했던 결정적인 이유인데, 책을 읽다가 내가 지금 어떤 나라에 관해서 읽고 있는지 헷갈릴때가 있었다. 내가 유럽의 소도시 이름을 잘 몰라서 그런 탓도 있지만 도시 이름보다 좀더 익숙한 나라 이름을 챕터마다 명확히 표시해 정리해 두었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
| 여행기나 기행문은 좋아하는 편이어서 자주 읽는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자주 떠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충족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타인의 여행기를 읽고 있는 것만으로 여행의 즐거움과 의미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기에 이토록 좋아하는 것이다. 전유성의 '남의문화유산답사기'는 좀 색다른 여행기였다. 저자가 워낙 섁다른 사람이어서 그렇겠지만 여행기도 색달랐다. 톡톡 튀는 생각과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TV에서 보았을 때의 그 모습과 목소리가 보이고 들리는 듯 하였다. 하지만 남의문화유산답사기는 여행을 했을 저자와 저자의 부인은 무척 즐겁고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읽고 있는 독자로서의 나는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그저 저자의 짧막 짧막한 여행지에서의 소감을 읽고 한 장 한 장 넘어간다는 느낌이 책을 읽어갈수록 남았다. 재미있고 톡특한 생각과 더불어 여행기로서의 장점을 조금만 더 살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저자는 전문여행가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글을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 뒤에 책을 출간하기까지 하는 것이니만큼 말이다. |
| 100일간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책값 정도의 비용으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건 분명히 남는 장사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나에게는 시간때우기용으로 밖에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분명히 내용은 체험이 짙게 베어있는 살아있는 것이였지만, 그 표현과 정보의 질은 동네 아저씨 수다 정도로 신변잡기적이다. 구성은 너무나 산만하고, 내용은 떨어지는 유머와 횡설수설로 뒤죽박죽이다. 비속어는 왜 이렇게 많은지.. 전유성씨 여행 잘했네요. 특별히 이 말 빼곤 할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