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일이 쾌락이라기보다 생존부지의 수단이었던 최근까지의 우리 실정에서 이 책은 상당히 호사스런 내용을 담고있다. 탐식은 절제해야할 욕망의 하나이며, 거친 소채로 시장기를 가리는 정신 위주. 위장 홀대의 삶이 미덕의 지표였던 이 땅의 백성들에겐 미식가인 대문호의 식탁은 낯설고 쭈뼛거려지는 무엇이다.
그러나 이제 먹는 일도 어엿한 문화이고 행복의 조건이 되었다. 아름다운 음식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받고 열정을 고양하고, 삶을 예찬하는 에너지를 공급받는다면 그 인생은 참으로 풍족하리라.
사람에게 오감을 부여한 것이 그것을 즐기도록 하려는 신의 배려였다면 괴테는 신의 섭리를 충실히 좇아 인생을 즐긴 셈이다. 물론 황실고문관인 아버지와 시장의 딸인 어머니, 즉 부호의 가정에서 태어난 행운도 그의 인생을 기름지게 만드는 바탕이었다.
그가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죽을 때까지 열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원천. 그것은 다름아닌 여성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훌륭한 음식에 대한 찬미였다. 그를 길러낸 두가지 욕망을 이 호사스런 책은 그대로 재현해놓고있다.
괴테의 시와 소네트. 연애편지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요리. 술. 식재료들. 괴테가 거론한 9가지 요리의 주재료. 만드는 방식까지...
마지막 부분엔 책 속의 요리를 제공한 이탈리아 식당에 대한 소개, 책을 잃고 요리에 도전해보고싶은 이들을 위한 재료구입처, 제과 제빵 재료와 도구 구입처까지 친절하게 덧붙여놓았다.
이러한 잔 정성과 독자의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풍부한 도판은 이 호화로운 책의 미덕이다. 페이지마다 괴테가 사랑해마지않았던 여인들의 초상과 괴테가 살던 당시 18세기, 19세기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풍속화를 소재에 맞게 실어놓았다.
이 책은 괴테의 수필. 요리책. 명화집 사이를 균형있게 오가며 나름의 독특한 향취를 뿜어낸다. 마치 오감의 쾌락을 충분히 배려한 한 편의 이탈리아 요리처럼.
미식가. 요리 코니네이터 등 요리를 예술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인상깊은구절]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하는 아침 사랑하는 이여! 처음으로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했습니다. 이 아스파라거스는 다른 것과 함께 섞지말고, 혼자만 드십시오. 그래야 아스파라거스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당신과 함께 이걸 먹는다면 최고로 맛이 있을텐데 이곳은 여전히 조용합니다. 당신과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아듀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에게. 1776년 5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