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해 쓴 책들이 범람한다. 몇 개월에서 일이년 살아놓고 갈겨댄 것들도 있고,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책들... 분명 남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부분도 인정해야 하지만, 왠지 무슨 소리 하면 거기로 와 몰려들고 무슨 소리 하면 와 씹어대고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런 책들과 비교해서, 이 책은 단순히 토해낸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에 관한 책이 아니다. 책 소개를 보면 아시겠지만, 프랑스의 시각으로 본 현대까지의 한국의 이야기이다. 왜 프랑스인가? 하는 데에는, 서양으로서는 프랑스가 그나마 제일 연이 길었지 않나 싶은 데가 있고 이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처음에 책을 읽게되면 황당한 부분도 마지 않아 없다. 대한민국의 존재 조차 모르고, 중국에 있는 땅인지 섬인지 반도인지(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나라는 아예 섬으로 알려져있었고 지도에도 그렇게 그려졌다) 별의별 우리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상력들이 쏟아진다. 특히 '동양의 현자'이며 '야만인'이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지만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나라'라는 이미지는 쭉 일관된다. 사실 자연 속에 동화되어, 특히 흰 옷을 즐겨입은 우리네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그렇게 별천지로 상상해온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듯 하다. 오히려 20세기 후반까지도 한국이 그렇게 알려져왔다는 것이 놀랍다. 책 내용은 사실 쉽지는 않다. 일단 외대 불어 교수의 수천장에 이르는 논문을 축약한 '그의 프로젝트중 1단계'일 뿐이고, 한국인의 감정을 갖고 노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저자는 프랑스적 제국주의나 일방적인 한국에 대한 애정이 아닌 중간의 입장에서 잘 판단하는데 그러한 태도가 정말 칭찬할만 하다. (앞으로 그의 프로젝트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어지간한 노력과 애착이 없고서야 만들 수 없는 책임을 읽어보신 분들은 100% 아시리라.) 그렇다고 철학책처럼 어렵지는 않고 풍부하게 첨부된 자료들의 눈요기도 재밌다. 정말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모습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난 요즘 유행하는 잠깐 지나가는 책들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눅눅하지만 깊은 고찰들도 반드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 질도 좋은 편이며 정말 돈이 아깝지 않게 충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