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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세계와 단절된 오지에 살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의학은 그 뿌리를 서양의학에 두고 있는 현대의학입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전통적인 의료행위가 발전해왔습니다. 의학사(醫學史)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신대륙의 의학이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왔음을 사료를 통하여 밝혀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발전한 현대의학은 고대 각 지역에서 발전하던 의학이 상호교류를 통하여 그리스에서 체계화되어 로마를 거쳐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수준이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차이를 보이게 된 다양한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들은 서양의학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과학적, 사회적 현상과 비교에서 나온 것이겠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세균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에드워드골럽박사의 <의학의 과학적 한계>는 서양의학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의학의 발전과정을 통사적인 관점에서보다는 획기적 발전을 끌어낸 계기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상세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재미가 있으면서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인간의 수명이 지금처럼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불과 한세기가 되지 않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출생하면서부터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서양의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의학을 과학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리스철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발전하였습니다. 질병의 원인에 대하여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혈액, 점액, 흑담즙 그리고 황담즙의 4가지 체액이 형평을 이루는 건강상태가 깨어지는 것이 질병이며, 의사는 환자의 체액의 불균형상태를 회복시키는 각종 치료법을 적용하였던 것입니다. 환자의 증상에 대한 그들의 기록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정확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쇠퇴한 그리스를 이은 로마시대에는 그리스의학을 답습하는 수준이었으나, 로마시대의 대의학자 갈렌은 동물해부를 통하여 인체조직의 손상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럽문명의 암흑기라고 하는 중세 기독교시대에는 사원에서 그리스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서적을 토대로 하여 환자를 돌보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르네상스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학은 발전이 없었던 것입니다. 르네상스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철학사조는 “그의 논리에 의해 자연철학을 왜곡시키고, 사물의 본질에 대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자의적인 제한을 가했다.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억지로라도 답을 만들어 붙이려 했고, 내면의 진실을 추구하려고 하기보다는 문자상으로 긍정하는 일만 확인하려고 했다”고 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베이컨의 비판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과학적 사고의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비로소 해부학이 발전하기 시작하였으며 해부학의 발전은 서양의학이 동양의학을 추월하는 최초의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왕의 지식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탈종교주의와 자유를 주창한 계몽주의의 대두와 프랑스대혁명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혁은 의학이 과학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도시로 몰려온 빈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로서 병원이 새로운 의학의 중심이 되었던 것입니다. “파리의 병원에서는 많은 내과의사들이 처음으로 전문성을 갖고 수많은 환자들의 증상을ㄹ 관찰하였으며, 환자의 사망 후에도 질병별로 대응되는 해당 장기의 병소를 검시 해부할 수 있게 되었다. 협진에 의해 내과의사와 외과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체해부도가 완성되었다.”는 저자의 말대로 병원시설은 형편없었지만 해부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질병의 원인과 발병에 대한 이해가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부터의 발전과정은 채드윅에 의하여 주도된 위생정책은 수인성질환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여주었으며, 19세기 초 특정미생물이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는 전염성질환에 대한 새로운 개념(질병의 세균설)을 세운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의 업적은 분명 의학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하여 전염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도, 중국, 페르시아 등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던 두창예방법을 개선한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 역시 서양의학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파스퇴르는 예방접종의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현대의학에서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있어 중요한 예방접종이라는 무기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19세기 말에 우리 몸에 세균이 들어오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들이 이에 대항하여 싸운다는 사실을 밝혀낸 메치니코프의 업적은 면역학뿐 아니라 현대의학의 토대를 쌓는 기념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독일의사 에를리히는 염색약 등 화학공학이 발전한 독일이라는 배경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만, 살바르산 606호를 개발하여 매독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면서, 전염병에 대한 화학요법을 처음 발견해내는 업적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세균성질환을 극복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의 업적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분명 현대의학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그 결과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데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르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 늘게 되었습니다. 이 질환군들은 지금까지의 전염성질환에 대한 현대의학의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발전해온 유전학 등의 새로운 기법들이 만성질환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테크놀러지는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즉, 의학이 아무리 과학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우리는 미생물을 사냥하던 시기로부터 우리가 전해 받은 질병의 특이성에 대한 생각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유용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견해를 가지고 살아가고 죽어갈 것임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제 질병의 대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단 하루의 연명을 위하여 엄청난 물량의 의학적 대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적절한 시점에서 타협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20세기의 의학이 전염성질환에 의하여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는 환자를 구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면, 21세기 의학은 나이든 인류를 괴롭히는 만성질환을 극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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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의 현 위치와 한계는 어디쯤일까? 암과 에이즈는 언제쯤 정복될 수 있을까? 병원과 의사들의 문턱은 왜 그렇게 높을까? 우리는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러한 질문에 자주 부딪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질문들과 연계된 현대 의학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들을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암과 에이즈의 정복이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이야기나 현대 의학이 가진 힘에 비할 때 병이라는 적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예방이라는 이야기를 들게 되면 의사나 병원이 그렇게 신비해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병들을 맞이하게 되면 흔히들 듣게 되는 '병원가서 주사맞으면 되지'란 말에 의문을 가지거나, 또는 당연시하는 생각이 우선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인상깊은구절] 우리들 대부분은 의학의 진보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고, 언젠가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이 의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믿어왔다. 나는 이 책에서 의학의 속성에 대한 현실주의적 이해와 이러한 진보과정에서의 과학의 역할--우리가 배워온 낭만주의적 각색과는 상당히 다른 역할--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과학과 의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한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질병의 개념이나 치료에 대한 방법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이다. 의과학으로부터 더 많은 질병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낭만주의적 독자들은 현대의학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역사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의학이 한계를 자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학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기적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