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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나타내는 소설이라. 우리 미래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어 즐겁다. 때로는 허황되지만 상상하는 마음대로이므로. 때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짜릿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지 않았던가. 평소에 SF적인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처럼 영화로도 즐겨왔고, 책으로도 즐겨왔던 일인걸.
이번 책 『조커가 사는 집』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SF작품을 믿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처럼 많은 발전을 해왔다는 걸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 속에서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한 편마다 작가의 개성으로 빛나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공상과학만화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져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블랙잭을 알지 못하고 그림 정도만 아는 상태에서 「조커가 사는 집」을 읽는 일은 흥미로웠다. 카드 카운팅이라는 거. 머릿속에 각자의 상상속의 카드 집을 지어 놓고 기억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 그 일은 블랙잭을 잘해보겠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점 특별한 기억력때문에 연구소에까지 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말이지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 기억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주인공처럼 상상속의 집을 짓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좀비가 한 소녀를 보고 반한다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좀비는 우리 상상속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소설에서 자주 다루게 되는 소재가 되었다. 좀비가 나오는 곳에서 그들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옥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이다.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보급품을 가지고 내려오는 성국씨의 이야기였다. 힘이 있는 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비록 한때 청소부로 일했지만 그들을 위해 보급품을 가져다 줄수 있는 그의 작은 몸이 힘이었던 것.
수많은 영화에서 지구를 집어 삼키려는 외계인의 침공을 이야기했다. 「장군은 울지 않는다」도 마찬가지. 갓 태어난 쌍둥이가 울지 않아 부모는 불안해하며 무당에게 데려가 굿을 하게 되지만 진짜 진실은 따로 있었다는 것. 왜 제목이 「장군은 울지 않는다」일까 궁금해 며 읽고 있었는데 그들의 진실이 드러나자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장군이어도 지구에서는 한낱 아기였을 뿐인데.
만약 자기가 사랑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저주가 내린 것처럼 고통스러울것 같다. 좋아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이 자신이라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자꾸면 사랑하는 이의 곁에 보인다면 사는게 절망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비틀어진 「큐피드」 트위터에서 듀나라는 이를 팔로우하고 있다. 영화를 많이 보고 주로 영화에 대한 글을 올려 영화와 관련된 일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처럼 소설도 쓴다는 걸 최근에 알았고, 작가의 단편을 처음 읽게 되어 반가움이 일었다.
이외에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내의 죽음을 재구성해보는 「사건의 재구성」, 컴퓨터로 만든 세상속에서 씨앗을 키우려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다룬 「씨앗」,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을 만들어 생체실험을 하는 「지하실의 여신들」, 영화 「메멘토」를 모티프로 한 「도둑맞은 어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SF 소설도 많이 발전을 했구나. 나같은 일반 독자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못했지만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어도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을 읽는 일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겠구나 했다. 이런 작품들을 영화로 만든다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찾아서 읽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가상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거. 생소한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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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사는 집>>은 2010년부 2014년 봄까지 5년간 한국 SF 단편 중 최고로 손꼽히는 다섯 작품과 SF 문화에서 영원하고도 가장 흥미로운 화두인 "인식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세 편의 신작과 번역 작품, 그리고 세 편의 짧은 에세이를 수록한 SF소설집이다. 흔히 공상 과학 소설인 SF를 떠올리면 <터미네이터><매트릭스><맨 인 블랙> 등의 영화와 같이 굉장히 거창한 것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런 거창함이 아닌 현실적인 면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SF의 내용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런 탓에 지금까지 SF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많이 바뀌어진 듯 했는데, 앞으로 우리 미래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섬뜩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기묘한 느낌을 주지만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스토리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표제작 [조커가 사는 집]은 SF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한 때 블랙잭 열풍이 불었던 고등학교 시절 주인공은 친구 태식으로부터 카드카운팅을 배우게 된다. 52장 카드의 순서를 10초만에 모조리 외워기 위해서는 카드가 사는 집을 짓어야 한다. 오랜시간에 걸쳐 머릿 속에 집을 짓게 된 주인공은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게 가능해졌고, 대학에서는 과동기의 제안으로 한국기억법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머릿속 카드집은 오류가 생기게 되었고 예기치않은 조커의 방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식이를 찾게 되지만 결국 머릿속 카드가 사는 집은 벌거벗은 여자가 되어 무너져버린다.
'존재하게 하려면 통제해야 한다. 통제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은 것은 꿈과 같다.' (본문 44p)
사람은 살아가면서 뇌의 5%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뇌의 능력을 훈련을 통해 확대시키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수없는 훈련을 통한 능력도 조커라는 예상하지 못한 존재로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SF소설이기보다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에는 나의 독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다소 뼈아픈 작품이기도 했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제1회 SF어워드 소설 부분 수상작으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4층짜리 건물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다섯 명이 좀비를 피해 살아가고 있고, 일주일에 옥상에 도착하는 보급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놈들이 계단을 장악한 후로 옥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층마다 존재하는 쓰레기 배출구인데, 저주받은 몸이라 생각했던 왜소증을 가진 주인공은 환풍구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의 이 공간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권력이었다.
정말 독특하고 눈에 띄는 작품은 [장군은 울지 않는다]라는 작품이다. 꼭 닮은 일란성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둘은 태어날때도 잘 울지 않아서 병원에서 애를 먹었다. 더 특이한 것은 둘째가 첫째를 굉장히 괴롭힌다는 것. 다양한 방법을 써도 고쳐지지 않자 부모는 굿을 하기까지에 이르른다. 헌데 그 이유가 텔레비전에 한 천재 소년이 나온 것을 본 쌍둥이가 영재 학교에 입학하면서 밝혀진다. 이유인 즉,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인간과 가까운 곳이면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공간이동할 장소를 정하자 컴퓨터가 인간들과 가깝고, 가장 안전하면서 호흡할 수 있는 딱 한 곳으로 엄마들의 자궁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전사뿐만 아니라 지원단 모두가 지구에서 아기로 태어난 것. 정말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상상력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스토리다. 결국 사령관인 둘째는 귀환하기로 하고 첫째는 지구에 남은 전사 5,740명을 찾아 귀환시키기 위해 남는다. 이 독특한 설정에서의 마지막 결말은 가족으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주를 정복하는 등 SF영화 속처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도래한다해도 가족, 부모와 자식간의 끈끈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외에도 자연의 진화를 독특하게 기록한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 [씨앗], [사건의 재구성], [큐피드], [도둑맞은 어제], 제1회 SF어워드 소설 부분 수상작 [업데이트][지하실의 여신들]도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는 무관할 것만 같았던 SF의 세계를 현실의 이야기와 접목시킨 스토리들은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렇게 수록된 8편은 기발한 상상력과 작가만의 개성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뽑내고 있었다. 물론 편협한 독서력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스토리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소설은 그동안 SF소설을 외국 소설로만 국한되어 보아왔던 나에게 한국 SF소설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 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과학소설의 매력은 하나의 세포 수준에서부터 전우주적 스케일에서 인간의 삶과 인류의 문명을 조망한다는 점, 그것을 통해 자연과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독자들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통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후화를 전한다는 점이다. _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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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의 책을 처음 접했다. 김상현 작가에 대한 기대감에 막연하게 구매했다. '대무신왕기', '킬러에게 키스를'을 인상깊게 읽은터라 작가의 필력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 왜 신작을 내지 않지하는 기다림 속에 '조커가 사는 집'이란 단편모음집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생소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진진하다. 단편모음집의 특성상 사건의 전개속도가 빨라 몰입도도 높았다. SF장르의 다른 소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를 주었다.
첫 장은 김상현 작가의 조커가 사는 집이다. 블랙잭의 고수에게 배운 비법, 즉 카드 한벌의 순서를 모두 외우는 방법을 터득한 주인공은 기억력의 신이 되는 이야기다. 남자라면 공감할만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군대가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바보가 된다.
두번째 장은 황태환 작가의 옥상으로 가는길이다. 좀비들에 고립된 건물 속에 왜소증 남자가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 헬기를 통해 보급되는 식량을 운반하기 위해 좁은 통로의 쓰레기 배출구를 오갈수 있는 인물이 그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냉대받던 그가 위기상황에 구원자가 되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때 통로를 오갈수 있는 소년이 건물로 들어오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생긴다.
세번째 장은 이재인 작가의 사건의 재구성이다. 생화학연구소에서 사망한 지우의 아내 미영에 관한 원거리 화상통신으로 재판이 열린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CCTV등에 기억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망현장을 재구성하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는다. 진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인간 스스로의 역할이 기계보다 우월함을 증명한다.
네번째 장은 백상준 작가의 장군은 울지 않는다이다. 아기의 몸으로 태어난 외계침략세계의 사령관이란 독특한 소재다. 무려 9000여명이 아기의 몸으로 태어날 예정이었으나 낙태로 반절이 죽어나갔다는 웃지못할 풍자도 엿볼수 있다. 계획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철군할 것인지 고심하는 6살이 된 소년의 몸속 사령관이 내린 판단은...
다섯번째 장은 듀나의 큐피드다. 연애와 결혼에 무관심했던 여주인공이 김민기라는 매력남을 만나며 삶의 전환점은 맞은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마치 작가 듀나의 분신처럼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김민기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으니, 좋아하는 여자의 미래속 정인의 환영을 볼 수 있다. 듀나와 민기는 연결될 수 있을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대결을 다룬 정도경 작가 씨앗과 의료보험 민영화의 단점을 다룬 김창규 작가의 업데이트는 사회적논란거리를 SF장르에 녹여냈다. 여덟번째 장 정세호 작가의 지하실의 여신들은 시체를 되살리는 이야기며 마지막장의 코바야시 야스미의 도둑맞은 여제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머릿속 기억과 영혼이 일치하느냐란 의문을 제기한 내용이다.
각 단편들 모두 의미와 재미를 모두 갖추었다.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망설이지 말고 구매해서 읽어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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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사는집] [Why So serious?] [2015. 10. 12 ~ 2015. 10. 18 완독] [인터파크 10월 신간도서단 활동] 주말에는 커다란 베개에 기대어 비스듬하게 누워 좋아하는 책을 보며 집에서 빈둥거려야 하는데... 일이라니!! 오늘 일을 하고 왔다는 것이 말이된단 말인가... 크흡. 슬프도다. 요즘은 평일 주말 구분이 없구만.. 월요수목금 후에 월화수목금의 느낌.. 쳇... 잡설이 길구만! 리뷰 달립니다!! 요즘 '조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바로 떠오른다.
엄청난 연기력으로 진짜 미친X 처럼 보여 몇번이고 영화를 다시 보아도 기억 속 어디선가 슬며시 사악한 미소를 내게 날리고 있는 모습이 짜릿하다 못해 섬뜩할 지경. 제목 그대로 조커가 '사는 집'이라 하길래 무슨 집인데 조커가 산다고 그럴까... 라며 미천한 상상력이 턱. 턱. 막히는 느낌이라 이번 책은 '잘못 걸렸구나..' 했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명의 작가가 펼치는 '상상력의 집합체'가 아닌가? 셜록의 마인드 팰리스(기억 궁전 : 영드 셜록을 보셨다면 한번에 뽝!!)와 비슷하지만 더 엄청난 머릿 속 4층짜리 집에 52명이 들어갈 방을 만들고, 각각의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하여 자신의 암기를 하는데 같이 외우기도 하고, 대신 외워주기도 하며 '평범한 암기'를 넘어서는 엄청난 기억력을 보여주는 주인공. 좀비가 창궐한 세상의 지배자로 떠오른 난쟁이 아저씨. 치열한 가상 법정 공방 속에 드러나는 살인 사건의 진실.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스포일러 자제요)으로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 군단. 진실된 사랑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 식물과 결합, 아니 융화를 이루어낸 새로운 인간... 등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는 것이지?' 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이 나를 자극하기도 하고, 소재는 새롭지 않지만 '시각'을 달리함으로써 새롭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책을 보는 내내 나를 즐겁게 해준다. 진짜로! 언젠가는 '나도 저런 뛰어난 상상력과 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나게 해줄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던 책. 물론 어떤 부분은 이해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기는 했지만 '마음을 열고 가상 현실로 뛰어 들어보자!'는 서문의 충고를 충실하게 받아들이는 나에게 어떤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마 '조커가 사는 집'이라는 제목은 책의 내용 중 일부이기도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커처럼 톡톡튀는 이야기가 숨어있으니 놀러오라'는 말이 아닐까? 아님말고. 헤헤.
+ 이 리뷰는 <인터파크 10월 신간도서단> 활동을 통해 인터파크도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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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F 어워드 단편 수상작과 국내외 정상급 작가들의 단편들을 수록한 단편 모음집 <조커가 사는 집> 도서입니다.
단편이라 짧막하게 읽기도 쉽고 반전도 많고 새롭고 획기적인 내용들도 많더군요. 영화의 소재로 너무 좋을 것 같은 SF 소설 모음이었습니다. 완전 제 취향을 저격해서 바로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나비가 꾸는 세상 - 전홍식 읽어보니 너무 새롭고 장편소설이나 TV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도 될 소재들이 가득하더군요.
제 취향을 저격한 몇몇편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황태환 작가가 지은 단편으로 좀비물입니다. 좀비가 세상에 가득 찬 대한민국의 한 낡은 건물에서 평소에는 연약하고 외소한, 남자치고는 작은 한 청소부가 좀비로 인해 밖으로도 못나가고 계단이 막혀 오직 쓰레기 투입구로 옥상에 가서 정부가 주는 배급품을 받아옵니다. 그 청소부가 가져온 배급품으로 1층에 모인 사람들이 하루하루 연명하고 살죠. 조폭과 의사, 커플, 청소부 이렇게 5명이서 겨우 겨우 생활하고 있었는데 외부에서 엄마 경자와 작은 아이 세호가 들어오면서 청소부의 생활이 깨지게 됩니다. 평소 배급품을 받아 올 수 있었던 몸집이 외소한 청소부가 실권을 지고 있던 낡은 건물에 작은 아이 세호가 들어와 쓰레기 투입구로 옥상에 갈 수 있게 되면서 청소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청소부를 폭행하고 죽이려 한 것이죠. 새로 들어온 어린 아이 세호가 쓰레기 투입구로 옥상에 가서 보금품을 받아 올 수 있게 되자 과거 함께 있었던 이들이 청소부를 폭행하고 묶어서 죽이려 합니다. 경자와 세호는 청소부를 죽이지 못하게 하지만 죽음은 결정된 것 같아 보이고 청소부는 절망하죠. 청소부는 세호의 엄마 경자에게 자신을 풀어달라고 하고 청소부 때문에 이 낡은 건물로 살아서 들어올 수 있었던 경자는 결국 청소부를 풀어줍니다. 그리고 청소부는 옥상으로 도망치죠. 거기서 어린 세호를 만나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 스토리의 마지막은 소설에서 확인해보세요. 반전에 반전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좀비물 완전 좋아요!
두번째 추천작은 김창규 작가의 단편 소설 <업데이트> 입니다. 왠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는 듯한 느낌의 SF 소설로 미래세계 인간의 대부분의 몸이 기계화되고 몸의 업그레이드와 뇌 등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세계에서 태어날 때부터 눈이 좋지 않았던 한 여자가 눈 시술과 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시력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뒤 눈 시술을 한 회사가 다른 회사와 특허분쟁에 휘말려 결국 시술 자체가 금지되고 시술된 사람들은
주인공 여자는 병원에 가서 과거 진행한 눈 시술을 삭제하면 뇌와 연관되게 시술하여 시술 후 과거 4년의 기억이 모두 삭제되어 버린다는 설명을 듣죠. 삭제된 기억을 컴퓨터 저장공간에 저장하여
할 수 없이 일반 병원이 아닌 사설 업체를 찾아 시술에 대해 문의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나마 부분적인 방법을 찾아 해결해가는 내용입니다. <업데이트>라는 SF소설은 영화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너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 엔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고 참신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인간의 몸이 모두 기계화되고 청력, 시력, 촉감 등 오감이 모두 업데이트 되고 업그레이드 되는 세상. 언젠가는 올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설이었습니다.
<도둑맞은 어제>라는 소설도 그런 의미에서 업데이트와 맥을 같이 합니다. 코바야시 야스미 작가가 지은 SF 소설로 '북'이라는 나라(아마 북한을 비꼬아 지은 가상의 나라 같음)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이 겨우 컴퓨터 메모리에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모든 사람들이 목에 메모리카드를 꼽는 장치를 달고 살아가죠. 메모리카드가 꼽혀져 있으면 단기 기억 상실 후 메모리에 저장된 기억이 뇌로 들어와 기억이 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메모리를 기억의 저장공간으로 사는 세계. 멋지지 않습니까? 더욱 더 멋진 스토리 전개가 이어집니다. 주인공인 여자 학생의 메모리가 다른 남자 청년과 바꿔 끼워진 것입니다. 일어나보니 남자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 주인공. 그녀는 남자 청년의 몸을 하고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가고 그곳에서 깜짝 놀랄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죠.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반전에 반전들! 크아 완전 SF 영화 한편으로도 가능할 것 같은 멋진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 작품. <도둑맞은 어제> 였습니다.
그외에 다른 단편 소설들도 너무 획기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조커가 사는 집>은 블랙잭이라는 카드 게임을 잘하기 위해 머릿속에 어떤 방법으로 기억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계속한 학생이 그 기억력 강화 방법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었고 사건의 재구성은 가상현실로 사건을 수사하는 미래세계에서 어떤 한 사건을 가상현실로 되돌아보며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큐피드는 결혼적령기가 된 한 여자가 어떤 남자를 만나는데 그 남자에게는 사람들의 진정한 짝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인들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진정한 짝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연인의 진정한 짝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큐피드로써 진정한 짝을 이어주기만 하죠...
<지하실의 여신들>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실험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짧막짧막한 단편집들이라 한편씩 쉬엄쉬엄 읽기에도 좋았고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지기에도 좋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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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SF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조커가 사는 집>에 소설 분야 수상작 일부가 실려있네요. 그동안 나올만한 소재는 거의 다 나온 SF계이기에 뻔한 소재보다 새롭고 참신한 가상현실 소재를 다룬 작품 위주여서 읽는 내내 실험정신을 마구 느낄 수 있었어요.
<조커가 사는 집>은 SF어워드 단편 부문 수상작 외 국내 SF소설계 정상급 작가들의 글과 번역 작품도 한 편 실렸습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강 교수 김상현 작가의 단편소설인 『조커가 사는 집』은 카드카운팅을 접목해 머릿속의 구체화 작업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황인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모호하단 느낌을 받았네요. “ 존재하게 하려면 통제해야 한다. 통제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꿈과 같다. ” - p30 상상한 카드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진짜 같아지는 기분을 느끼는 주인공. 매일 한 시간씩 재정비를 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떠올리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나타난 통제 안 되는 조커가 심상찮습니다. 머릿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게 바로 통제였다면, 이제는 자기 머릿속을 통제하지 못하는군요. 책 제목과 동일한 SF 단편소설 『조커가 사는 집』은 제가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단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작가의 상상력을 못 따라간 듯해요.
『 옥상으로 가는 길』 은 장르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좀비 소재인데 황금가지 제2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왜소증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좀비가 되기까지의 상황만으로 끌고 나가는 이야기가 오싹했어요.
『 장군은 울지 않는다 』 단편소설은 제1회 SF어워드 소설 부분 수상작인데요. 중간중간 배꼽잡을 만한 상황이 나와서 신선했어요. 지구 정복하러 온 외계 전사들이 안전하게 공간이동을 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가 바로 산모 뱃 속. 아기로 태어나게 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재밌었지만, 뭣보다 온전하게 아기를 낳지않고 낙태하는 바람에 외계 전사들 대부분이 치명적 부상을 당하고 되돌아갔다는 상황이 너무 황당하면서 그럴법하더라고요.
제가 가장 재밌게 본 글은 『 씨앗 』인데요, 자연의 생존방식을 다룬 소재입니다. 생존하기 위해 모든 살아있는 것은 적응하고 진화하지요. 식물 유전자를 조작해 씨 없는 식물 세상을 만든 인간들. 기업의 이윤만 창출하는 시대에...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자연은 진화한다는 법칙이 적용됩니다. 땅 위에 최후로 살아남은 야생식물이 최후의 순간 인간을 향해 씨앗을 퍼뜨린 겁니다. 와우... 완전 대박. “ 그 씨앗들 중 적어도 하나는 싹을 틔울 것이다. 하나면 된다. 하나면 충분하다. ”- p191
<조커가 사는 집>에 실린 단편소설은 소재가 중복되지 않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덜 매끄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신선한 과학적 상상력이 동원된 실험적인 소설을 읽는 재미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소설가 장강명 작가는 이 책에서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중 배경에 상상력이라는 첨가제를 듬뿍 넣은 배경증강소설 SF와 판타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SF소설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도전적으로 새로운 배경을 실험하느냐, 얼마나 정교하고 매력적인 배경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SF소설의 완성도가 갈리는 것 같아요.
제1회 SF어워드 단편소설을 수록한 <조커가 사는 집>. 국내 SF판타지 작가들을 더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상현실이란건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시대 흐름에 따라 또다른 소재가 등장할 여지가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뻔한 소재도 새롭게 만드는 게 그들의 역량이요, 뻔하지 않은 소재를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발굴하는 것도 역량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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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벗어두고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리에는 시체들의 행렬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지난주에 봤을 때보다 더 수가 불어난 듯했다. 놈들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만약 정말로 놈들이 죽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옥상으로 가는 길' 중에서
살아있는 인간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에 숨어서 겨우 버텨내고 있고, 바깥은 좀비가 된 시체들이 무법하고 있는 세상이다. 국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헬기를 통해 건물 옥상에 보급품을 실어 날랐고, 사람들은 그것으로 힘겹게 삶을 연명하는 중이었다. 보급품을 가지러 옥상에 가는 것은 왜소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난쟁이 남자였다. 그러니 함께 그 건물에서 연명하는 이들의 목숨은 오로지 그 난쟁이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좁은 옥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 몸집으로는 나갈 수가 없기에, 배급으로 받는 음식을 난쟁이가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파멸하는 이야기는 그동안에도 종종 있어왔다. 특히 공포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설정이기도 하고 말이다. 좀비가 배경이 되는 시대와 정상이 아닌 인물의 탐욕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 이야기를 확장시켜 장편으로 발전시켜도 좋을 만큼 재미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물들의 갈등이 대립하는 부분들도 몰입감을 주었고 말이다.
"그, 그게, 그러니까 전사뿐만 아니라 지원단 모두가 지구에서 아기로 태어났습니다." "아기? 아기라고? 전부다? 지금 장난해? 3만 광년 거리의 미개한 행성 하나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9,900명의 1급 전사와 100명의 지원단이 공간이동을 했는데, 전부 배고프면 체면도 없이 울고, 기저귀에 똥이나 지리면서 공갈젖꼭지나 빠는 아기라고? 박사, 지금 나랑 농담하는 건가!" -'장군은 울지 않는다' 중에서
꼭 닮은 일란성쌍둥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두 아이를 절대 혼동할 수 없었다. 바로 표정 때문이었는데, 삼 분 먼저 태어난 첫째는 방금 엄마에게 혼난 아이처럼 늘 풀 죽은 얼굴이었고, 삼 분 늦게 나온 동생은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난 게 불만인 듯 늘 씩씩거리며 화가 난 얼굴이었다. 둘째는 늘 첫째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며 때리고, 차고, 꼬집고 있었고, 그럼에도 첫째는 울지 않고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쌍둥이는 전생에 악연을 맺은 이들이 함께 환생하는 것이라 했던 옛사람들의 말처럼, 그들은 정말 전생의 원수같이 보였고, 아빠와 엄마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옹알이를 시작하고, 젖니가 나오고, 돌 이 되고, 두 돌이 되고, 그들이 커가는 모습은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뜩하고 무시무시해진다. 그리고, 대체 너무도 이상한 쌍둥이의 정체는 그들이 여섯 살이 되어 영재학교에 함께 입학하고 나서 밝혀진다. 그들은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들이었던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설정인가 싶겠지만, 사실 너무도 그럴 듯해서 순간 믿어 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인간과 가까운 곳이면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공간 이동할 장소를 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엄마들의 자궁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임신한 여자들이 낙태 시술을 해대서 그 외계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러니까 제대로 지구인과 싸워보기도 전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돌아갔다는 것. 9,900명 중에서 거의 반인 4,230명이나 되는 외계인이 말이다. 게다가 지구의 유아사망률을 봤을 때 나머지 외계인들도 제대로 아이가 되고, 어른이 되는 확률은 뭐 상상에 맡기겠다.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인데, 정말 너무도 기발해서 유쾌하기 까지 했던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SF어워드 단편 부문 수상작과 국내 SF소설계 정상급 작가들의 신작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톡톡 튀는 개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매력만점의 책이다. 과학 소설, SF소설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보기를 강추하고 싶다. 접근하기 쉽지만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되면 국내 SF소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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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작년에 챙겨 놓고 이제야 봤다. ㅜㅜ 사실 SF문학의 거장이라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모음집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요 책을 더 미뤄 놨는지도 모르겠다. 『조커가 사는 집』은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SF 단편소설 신작 4편과 제1회 SF 어워드 단편소설 부문 수상작들을 모아서 엮은 작품집이다. 작년에 했던 일과 연관되어서 이 책을 얻게 되었는데 지금껏 그냥 묵혀 두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모음집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물론 재미로만, 그것도 내 개인의 취향에 따른 재미로만 작품을 판단할 수 없다. 그건 위험한 짓이다. 다만, 작년부터 묵혀둔 게 다소 미안했을 정도로 흥미롭고 즐겁게 읽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혹시 아직도 SF소설은 허무맹랑한 얘기라는 편견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신작 4편과 제1회 SF 어워드 단편소설 부문 수상작 5편, 총 9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근미래의 모습을 겹쳐보기도 하고, 배경과 갈등 속에 녹아 있는 현재의 어둡고 삭막한 현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작가들이 펼쳐놓은 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이었다.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 것은 작품 속에 녹아있는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 사회, 관계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에 공감할 수 있어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작년에 일 때문에 읽었던 단편 한 작품은 무겁고 혼란스러워서 읽기 힘들었는데 참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마다 작품마다 어떻게 읽히는지는 그때그때 다를 것이다. 그래도 『조커가 사는 집』의 작가진들의 작품은 앞으로도 흥미를 갖고 기대하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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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Fi의 세계를 풀이하면 공상과학 소설 정도 되겠지. 우린 그동안 무수히 이 장르를 넘나들며 허무맹랑하다는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갖가지 도구들로 공상을 즐겨왔다. 아직도 풀어낼 썰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SF 어워드 단편 수상작외에 이것저것 읽을거리를 담고 있는 단편집인 <조커가 사는 집>이 대신 답하겠지만.
“조커가 사는 집”은 ‘카드카운팅’이란 방법을 통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드카운팅’이란 것이 원래 블랙잭을 할 때 카드 한 벌을 외워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미지로 층을 쌓아 집을 만든다는 설계가 상당히 수리적인 논리라서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방식을 제대로 활용하면 놀라운 암기력을 보여준다 하니 입시나 고시에서 어느 정도 득을 볼 수 있겠다 싶지만 응용과 창의와는 거리 먼 거라 한계는 있겠다.
결국은 ‘카드카운팅’으로 집을 짓다보면 조커도 튀어나오고 나중에는 현실과의 경계도 모호해져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결말이 나오니까 모든 것은 적당히 거리두기, 심히 몰입하지는 말자. “옥상으로 가는 길”은 제2회 황금가지 ZA 문학공모전 수상 작품집에 수록되었던 단편으로 이미 한차례 읽은 적이 있다. 좀비가 창궐해 건물에 고립된 사람들이 왜소증을 가진 남자에게 식량조달을 의지하게 되는데 정작 외부의 좀비가 두려운 게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취하는 이기주의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후속 결말은 당연히 아비규환 일 듯싶다.
“장군은 울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말해 배꼽 잡게 한다. 외계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구정복을 꿈꾸었으니 자가네 별에서 지구로 공간이동을 위해 선택한 장소가 바로 산모의 자궁이란 점. 순산을 했다면 순조롭게 외계용사들이 아기로 태어나 지구를 장악했겠지만 뜻밖에 변수가 생겨버렸다. 산모들이 줄줄이 낙태를 하는 바람에 미처 출정준비도 못한 채 외계용사들이 대규모로 전사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아기들끼리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이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실제로는 상관이 부하 군기 잡는 건데 부모들은 아기의 손버릇 나쁜 탓이라고만 착각하니 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단편들도 제각각 개성이 강해 무척 인상적으로 읽었다. 일본 작가 작품도 있고. 말미에 요즘 핫한 장강명 작가의 해설도 실려 있는데 너무 관념적이라 첫 단편과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떡 실신 시킨다. 따라서 단편만 읽고 해설편은 무리해서 해석을 시도할 필요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