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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문을 열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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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찾아서 듣다 보면, 이게 도대체 한 사람이 쓴 음악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그의 발레 음악 중에서 [풀치넬라]와 [봄의 제전]을 들어보라. 바로크 시대의 고전적인 미가 넘치는 풀치넬라와 그로데스크하고 정념이 가득찬 봄의 제전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카멜레온 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만큼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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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찾아서 듣다 보면, 이게 도대체 한 사람이 쓴 음악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그의 발레 음악 중에서 [풀치넬라]와 [봄의 제전]을 들어보라. 바로크 시대의 고전적인 미가 넘치는 풀치넬라와 그로데스크하고 정념이 가득찬 봄의 제전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카멜레온 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만큼 그는 다양한 이론과 형식에 통달하고, 자신의 틀을 매번 깰 정도로 엄청난 상상력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음... 개인적으로 내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호감도가 조금 더 높을 수 있음을 미리 이야기해야겠다.)


 이 책은 그가 1939년에 하버드대에서 했던 강의를 강의록 형태로 옮겨 놓은 것이다. 전문적인 음악과 강의가 아니고, 그의 음악철학과 미학을 많이 다루고 있는 강의라는 것이 [시학] 강의의 특징이다. 왜 하필 Poetics, 시학일까? 음악을 언어에 비유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라는 책을 보면 말의 리듬, 음악의 자음과 모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음악의 흐름을 시의 운율에 빗대어 한 이 표현들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언뜻 보면 스트라빈스키는 형식이라는 걸 모두 파괴하고 무시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 몇 장만 이 책을 읽어보아도 그가 얼마나 형식과 이론을 존중하고 철저히 배웠는지 알 수 있다. 무용도 형식이 전혀 없는 춤보다 엄격한 규범이 있는 춤 안에서 오히려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말도 있는데,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핵심 중에 하나가 바로 이와 일맥상통한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라고 만해 한용운이 [복종]이라는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그는 형식의 틀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돌아봅시다. 그러면 진보가 있을 것입니다!" 라는 베르디의 말을 인용하여 그는 음악의 대통합을 논한다. 창조냐 모방이냐. 전통이냐 현대냐, 형식이냐 자유로움이냐, 감정이냐 이성이냐, 해석이냐 기교냐.. 의 논쟁을 이렇게 싱겁게 끝내버릴 줄이야. 관찰이 있어야 창조가 가능하고,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이며, 완벽한 테크닉이 있어야 해석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지극히 당연하지만 많이 깨달음을 주는 말이다. 내가 요즘 고민했던 화두와도 맞닿아있는 말이라 더욱 공감이 많이 됐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형식과 상상력, 전통과 현대,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으로 이분된 세계를 통합한 그의 음악관에 내심 많이 동조하게 되었다. 

  그는 강의 내내 시종일관 변증법과 같은 자신의 음악관을 펼치면서, 동시에 러시아 현대음악의 흐름과 음악비평에 대한 견해 등을 내비친다. 이 중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러시아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였다. 혁명의 깃발 아래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짓밟혔던가.. 


  표현이 아주 쉽고 명쾌하진 않았지만, 그의 음악철학과 미학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동시에 내가 가진 음악철학은 무엇이었던가.. 더 고민을 하게 된다. 

a***s 2017.02.19.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