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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중매체에서 소개된 바대로 이 책은 미국에 대한 비판이다. 신문기사에서 쓰여진 대로 언뜻 <국화와 칼="">이나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 류가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책들과 다르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A 나라 사람이 B 나라에 관해 쓴 것이 아니라, 미국인이 미국에 관한 비판을 쓴 것이다.
객관적이지도 않고 깊이가 있지도 않다. 외국인(즉, 한국인인 우리)가 보기에 미국의 참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다. 저자 빌 오릴리가 늘어놓는 말장난과 자기 자랑은 짜증나기까지 한다.
이와 같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책 속의 인물들을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다 알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빙긋빙긋 웃을 수도 있다. 통쾌하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 갔을 때 거리에 붙여진 영화 포스터 속 주인공 얼굴에 누군가가 펜으로 수염을 그려놓은 것을 보았다. 입가에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이와 같은 장난이 반갑게 느껴진 것은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
그러나 이 책이 가진 힘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누구나 느끼고 있던 것, 그러나 쉽사리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문제들을 꺼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원칙적으로 미국은 계급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도나 영국, 스페인만큼 그 구조적 장벽이 견고하지는 않지만, 계급은 분명히 우리들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힌다. 이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계급'이라, 귀족 평민도 없었던 미국에서 무슨 계급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는 아이비 리그 출신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다. 부모님이 아이비 리그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을 뿐더러 집안에 아이비 리그 졸업생이 많아서 입학에 유리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없었다. 고급 브랜드로 빼 입지도 않고 개인 요트에 관해 잡담을 나누는 일도 없었다.]
[미국의 사회 구조는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돈과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짜여져 있다. 그런 부자와 권력자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돈과 권력을 상속받은 사람들보다도 훨씬 적다. 심지어 대통령 자리마저도 '유산'처럼 상속된다. 부시와 고어는 모두 정치인 집안 출신이라는 기득권을 가진 권력의 상속자들이 아닌가.]
[나의 아버지는 그러한 삶을 누리는 특권층 사람들을 본 적도 없고 또 그들의 생활에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원칙으로,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휴가, 양복점에서 맞춘 신사복 세 벌, 침실 세 개짜리 집에 만족하였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형편이 비슷했으며 그분들 역시 자신들의 삶에 만족했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고개가 끄덕끄덕거려졌다. 내가 느끼던 바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들어본 적은 없는 말이었다. 복잡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분석하고 집어주는 전문가들도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쉽게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배경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 그야 말로 시사 토크쇼의 축소판 같은 책이다.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와 같은 분석들이 머나먼 한국에서 뼈저리게 느껴진다.
요즘은 비판을 하거나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두들겨 맞기 십상이다. 가깝게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글을 썼다가 시끄워진 이문열씨가 있다. 그럴 수록 세상이 더욱 근지러워지고 답답해짐을 느낀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이처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그런 책이 나올 때까지 머나먼 미국 이야기만 잔뜩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갈증을 달래야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힘이 하나 더 있다. 저자의 당당함이다. 잘난 척 많이 하고, 아전인수격이며, 자기가 어떻게 지냈는가 만 잔뜩 늘어놓는 빌 오릴리가 아니꼬우면서도 부럽다.
이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권력의 횡포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진정한 언론의 수호자'로 정의내린다. 그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의 프로그램 한번 본 적 없는 나는 모른다. 아니라도 상관 없다.
그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을 털어놓고 우리와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일을 씹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기자는 많이 봤지만, 일반인의 편이 되어주는 기자는 상부의 메카니즘 덕분인지 별로 보지 못하였다.
역시 그런 인물이 나올 때까지 자기 잘난 척만 잔뜩하는 이 사람을 보면서 갈증을 달래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뉴욕 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릴 때 원서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이다. 그리고 부제는 이다.
오릴리스 팩터라는 이름이 부르기 까다로와서 부제를 제목으로 달은 것이 아닌가 싶다.맞아죽을>국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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