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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색안경에 비친 우리의 옛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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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오페르트는 이젠 우리 자신에게도 생소한 우리의 구한말 모습을 전해 주는 서양인으로 그리 충분한 자격을 지닌 사람은 못된다. 그는 조선에 세 차례 방문했을 뿐이며, 그때마다 이 땅에 살면서 선교를 하거나 교육 사업을 벌인다거나 하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정부와의 교섭으로 자국과 자기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왔다. 특히 맨 마지막 방한 때는 '대원군 정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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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오페르트는 이젠 우리 자신에게도 생소한 우리의 구한말 모습을 전해 주는 서양인으로 그리 충분한 자격을 지닌 사람은 못된다. 그는 조선에 세 차례 방문했을 뿐이며, 그때마다 이 땅에 살면서 선교를 하거나 교육 사업을 벌인다거나 하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정부와의 교섭으로 자국과 자기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왔다. 특히 맨 마지막 방한 때는 '대원군 정권에 일격을 가하고 선교 자유 보장을 위한 담보를 얻고자' 남연군 묘 도굴 시도를 하기도 한 사람이다. 이런 그이기에, 당시 조선에 대한 그의 기록에는 잘못이 많으며 편견으로, 또 고의적인 왜곡으로 차 있다. 고의가 아닌 오류는 그가 실제로 조선을 접한 경험이 많지 않으며, 역사나 문화 기록을 주로 일본측에서 얻어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역사를 서술하며 단군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기자, 준왕, 위만 등을 모두 중국계 유민으로 서술하며, 16세기까지 삼국통일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기술 등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한 주장을 곳곳에서 되풀이한다. 그가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듯한 내용도 있다. 가령 유명한 남연군 묘 도굴 사건에 대하여, 오페르트는 그것이 묘가 아니라 유품 보관소이며, 대원군 정권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의 의미로 시도했으나 큰 돌이 가로막고 있는 바람에(우리측 사료에서는 무쇠로 막고 있어서 도굴이 실패했다고 한다) 실패했다, 당시 조선의 일반 백성은 물론 관헌들도 겉으로는 몰라도 속내는 도굴이 실패한 것을 아쉬워했다, 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오페르트는 조선정부에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묘를 도굴하려 했음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다. 그리고 당시 백성들이 아무리 대원군을 미워했더라도 아버지의 묘를 파헤치는 일을 지지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그보다 흥미로운 점은 오페르트의 서술을 정리하면, 당시 서구인들이 비서구권을 대할 때 갖는 시각, 말하자면 문명인이 야만인을 보는 시각의 요점이 이 책에서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비서구권 국가의 정치는 폭압적이며 야만적인 것이다. 둘째, 비서구권 국가의 문화는 치졸하고 조잡하며, 미신에 얽매인 것이다. 셋째, 그러나 비서구권에는 자연 그대로 남겨져 있는 자원이 무진장 존재한다. 넷째, 비서구권 국가의 일반인들은 무지몽매하지만 자질은 총명하다. 또한 그들은 기독교를 비롯한 서구 문화를 몹시 흠모하며 자신들의 지배자들을 저주한다. 그러므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들을 개화시켜 문명인으로 만들 여지는 충분하다. 다섯째, 비서구권 국가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화전 양면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유리구슬이나 포도주 등 별 가치 없는 선물을 주어 그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친한 척 하다가 업신여김을 당해서는 안 된다. 기회만 있으면 이쪽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하여 그들이 두려워하고 함부로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상대국 나름의 문화와 맥락, 관습의 가치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타자'로만 보는 독선적 시각. 약 백여년 전 우리 조상들도 이런 편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또한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에 대해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제3자의 시각에서 편견만을 보려고 하면 안될 것이다.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는 사실을 찾아낼 수도 있다. 가령 오페르트는 조선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조선은 불교국이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유교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사람들에 비해 이 나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예의가 없고 자유분방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상하민 모두가 그렇다'고 한다. 이는 다소 오해와 편견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더라도,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철저히 예의염치를 따지는 유교사회였다는 오늘날 조선에 대한 선입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바보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고 했다. 한 불순했던 서양인의, 오해와 편견에 찬 시각일지라도 당시의 우리를, 그리고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절도 있고 민활한 걸음걸이를 보면 조선 사람들은 중국인들처럼 동작이 유연하고 활달해 보이며 일본인들에 비해 체구가 크고 건장하다. 그들은 또한 일본인들에 비해 더욱 활기가 넘치며 도전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일본인에 비해 우월하지만 예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적인 관습면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하층 계급에 비해서도 품행이 떨어진다. 늘 엄숙한 행동과 품위를 보여야 할 상류층과 관리들 또한 공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할 때에는 체면을 차리지 않고 야만적인 기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례를 범한다.
b******b 2001.12.31.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금단의 나라 조선 - E 오페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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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 남연군의 묘를 파헤쳐 보물을 영득하려 한 행위로 우리에게 그 악명(?)이 잘 알려졌습니다. 우리가 학교 때 배운 교과서, 혹은 참고서에는 간신히 몸을 피해 귀국한 그 독일인이 어떤 회고록을 썼다고까지 사항 설명이 나오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 책 제목은 Forbidden land : voyages to the Corea라는 영어 문구로 보통은 소개됩니다만, 독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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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 남연군의 묘를 파헤쳐 보물을 영득하려 한 행위로 우리에게 그 악명(?)이 잘 알려졌습니다. 우리가 학교 때 배운 교과서, 혹은 참고서에는 간신히 몸을 피해 귀국한 그 독일인이 어떤 회고록을 썼다고까지 사항 설명이 나오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 책 제목은 Forbidden land : voyages to the Corea라는 영어 문구로 보통은 소개됩니다만, 독일인이므로 처음에는 독일어로 쓰여졌고, 제목이 Ein verschlossenes Land. Reisen nach Corea입니다. 독일어(혹은 영어)인데도 철자가 Corea인 점이 특이하고, 영제에는 앞에 the까지 붙은, 오늘날 관점으로는 비표준 표기입니다(관사 붙이기 좋아하는 독일어에서는 오히려 빠졌습니다).

형용사 verschlossen은 영어의 forbidden과는 조금 뜻이 다릅니다. 오히려 또다른 조선 관련 토픽인 W E 그리피스의 저서 <Corea the Hermitnation>과 뜻이 통한다고나 하겠습니다. 예전에 김정일을 일러 "은둔하는 지도자"라고 서방 언론에서 평했는데, 조선에다 "은둔"의 이미지를 결부하는 오랜 관행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죠. 여튼 영어에도 능통했던 에른스트 오페르트였기에, 영문 번역도 자신이 손수 했습니다. 저자 본인이 스스로 고른 어휘이니 존중하지 않을 수 없죠. 뭐 요즘이야 세계에서 가장 해외 진출이 활발하고 최신 유행을 앞장서서 받아들이려는 한국이니 180도 이미지 쇄신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적어도 남쪽만큼은.

책의 기원도 재미있습니다. 요즘도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출판사 중 한 곳으로 꼽히며, 한국인들에겐 백과사전 편찬으로 유명한 브록하우스 페어라크(Verlag가 "출판사"란 뜻입니다)에서 이 책의 초판을 내었다고 하는군요. 저희 집에 있는 백과사전을 힐끗 쳐다보며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그저 부장품을 훔치는 것 말고도 오페르트 무리는 남연군의 시신까지를 탈취하려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는 서양인들이 철저히 우리를 객체화하고, 미개인의 풍습에 대한 냉연하고 감정이 절연된 시선을 유지하며 지적 호기심과 물욕을 채울 수단으로 여겼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이와는 별개로, 당대에 유명했던 탐험가의 증언, 기록으로서 이 책은 한국사 일단과 서세동점기의 한 단명을 잘 포착한 유익한 문헌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그의 시야일 뿐이므로 후세인들의 냉철한 필터링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물과 현상, 나아가 우리 자신을 관찰하는 건 유익하고도 바람직합니다.

v*****7 2018.03.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외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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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각으로 조선을 보는 것과 제3자의 입장에서 조선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 점에서 다를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시각이 전부 맞거나 아니면 전부 틀릴 수 없듯이 비교적 객관적이라고하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도 꼭 맞는 것 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등등으로 앞선 입장에서 조선을 보게 되면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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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각으로 조선을 보는 것과 제3자의 입장에서 조선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 점에서 다를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시각이 전부 맞거나 아니면 전부 틀릴 수 없듯이 비교적 객관적이라고하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도 꼭 맞는 것 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등등으로 앞선 입장에서 조선을 보게 되면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점을 가려서 읽어본다면 이책은 조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v****h 2012.10.29.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