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책은 엄정식(서강대) 교수가 최근 몇 년간에 걸쳐 발표한 논문 10여 편을 한데 묶은 것이다. 여러 학술지에 발표했기 때문에 논문 하나하나가 모두 독자적인 주제를 다룬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자아와 자유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아와 자유의 문제는 이 책의 저자가 수년간에 걸쳐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주제이다. 그는 이 주제를 신합리주의라는 틀 속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신합리주의란 무엇인가? 신합리주의란 온건한 진보적 관점을 취하는 입장인데, 신칸트학파적 비판철학자들이 이런 노선을 견지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포퍼, 아펠, 하버마스, 롤즈, 데이비슨, 퍼트남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현대철학에 어느 정도 정체성의 문제가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며 그것은 칸트적 합리성의 회복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한데 묶어서 우리는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학파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29쪽) 저자의 의도는 신합리주의가 신칸트학파에 귀속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를 시대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신칸트학파의 태도를 계승하는 입장이 바로 신합리주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신합리주의의 특성을 포퍼, 롤즈, 하버마스, 퍼트남 등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가 규정한 신합리주의란 이성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서 인식과 실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이성을 무제약적 절대적 이성이 아니라 일정한 한계를 지닌 오류가능한 이성으로, 그러면서도 보편성을 지향하는 이성으로 보는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아의 선험성을 확립하려는 저자의 태도로 보아 그가 현상세계에는 인과율의 지배를 허용하면서도 선험적 자아의 세계는 자유라는 양립론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철학의 가장 어려운 주제인 자아와 자유의 문제를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한 역작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