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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비록 그 시절 힘들고 어렵게 살던 시간들이 있었더라도, 과거의 기억들은 아련하고 애틋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듯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을 일컬어 추억이라고 하겠는데, 추억은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의 에세이에서 가장 많은 소재로 다뤄지는 것이 바로 과거의 기억이라고 하겠는데, 때로는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 이들에게 낯설지만 신기한 누군가의 추억으로 여겨질 것이다.
시인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오래 활동했던 저자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과거에 마주쳤던 ‘그리운 것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글을 모아 엮은 이 책의 성격을 ‘산문집’이라고 규정하면서, 고향의 추억과 그속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소환하고 있다. 기억 속의 고향 모습은 지금과 너무 달라져 다시 돌아갈 수조차 없지만, 저자의 추억 속에선 함께 했던 이들의 세세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이 옛날이 좋았다고는 생각지 않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그립디 그리운’ 옛날을 추억하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은 교사 생활을 끝마치고 시인으로 고향에서 머물고 있지만,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여전히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고향의 다양한 인물들과 더불어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그의 글속에 간간이 소환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을 도시에서 보냈던 나에게는 저자의 기억이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아직은 공동체가 어느 정도 유지되던 시절의 풍경만큼은 공감할 수 있었다. 앞뒷집에서 살던 이들의 형편까지 짐작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동네 모습은 옛날을 살았던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내가 겪었던 ‘옛날’의 모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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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은 그런 사람이었다. '용태가!!!"라고 불렀을 때 씨익 웃으며 뒤돌아볼것 같은 정겨움이 그의 책에는 묻어있다.
진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어릴적 추억에 잠기게 하였다. 김용택 시인은 나와 20여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가 있음에도 그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 시골동네의 모습을 떠올리기엔 충분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떠나가 전까지 우리마을의 풍경은 그대로 '진메마을'과 같았다. 동네에서 돼지 잡는 날의 풍경도 분명히 우리마을에 있었고, 진메마을의 '그분'처럼 한방에 돼지를 보내지 못하여 논뚝으로 떨어져 울부짓던 돼지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고, '인간 박한수'처럼 입이 걸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어른과 '문계선씨'처럼 뒷짐지고 참견하며 왁자지껄한 동네분위기를 만드는 이도 또한 분명히 있었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처럼 허를 찌르는 먹을 것 감추기에 나와 형, 동생은 그 숨겨진 달콤함을 찾기위해 숨바꼭질했던 기억들!
어느 땐가 형과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집안일에 열중하고 있는 틈을 타 우리들 손이 닿지 않는 선반위에 놓인 '활명수'한병을 발견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때만 해도 활명수가 약이라기 보다는 달콤한 음료수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할머니가 우리를 발견하고 활명수 병에 담긴 '파리약'을 이놈들이 먹었다며 걱정하면서도 혼이 나고, 우리는 울면서 토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 헛구역질을 해내던 기억도 새롭다.
아이스께끼 장사를 졸졸 딸아 다니며 녹아 흐르는 물을 손으로 받아 먹던 달콤함, 겨울에 꽁꽁 언 좁은 둠벙안에 빽빽히 모여 얼음을 지치던 일, 여름철 소금쟁이 잡다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형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던 기억, 학교갔다 오가다 형이 물빠진 저수지에서 '잉어'를 잡아(줏어다가) 고무신에 담아 할머니께 가져다 드린 일 등 그 어릴적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
김용택의 책에는 그 어떤 풍경화보다 더욱 생생한 시골모습과 숨가쁘게 움직이는 동네사람들이 등장한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진 것에 불만없이 주어진 삶을 즐기고 있기에 그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글빨이 생겼으리라...
진메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말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며 나를 웃음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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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즘 김용택 선생의 글을 많이 읽고 있다. 뒷북치는 성격이 또 나온 셈이다. 남들 다 읽을 때 한눈팔다 이제서야 읽다니. 일종의 의심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어떤 작가가 갑자기 인기를 얻거나 비슷비슷한 책을 한꺼번에 여러권이상 내면 의심을 한다. 출판사가 한번 띄어보겠다고 작정을 한 것 같아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김용택 선생의 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술술술술 그야말로 글이 천역덥스럽게 잘도 나온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겪은 각고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김용택 선생이 사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야말로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마치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아 이번 여름에는 섬진강에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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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질문명과 첨단 산업에 밀려 농촌의 모습은 황폐화 되어 가고 어쩌다 시골에 들르면 어릴적 동구밖,냇가에서 뛰놀던 친구들은 온데 간데 없고 정겨웠던 마을의 모습은 현대화에 밀려 네모난 슬라브 집으로 바뀌고,집 모퉁이엣 피어 나던 굴뚝 연기의 내음도 이제는 맡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은 김용택시인이 어릴적 추억을 되새기며 아련한 옛 기억을 그린 이야기로써 산골에서 자란 제게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어릴 적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 느낌이었다.짚으로 엮은 초가집들 사이로 난 좁다란 골목길에 올망 졸망 바쁘게 다니시던 어른신들,훼손되지 않은 청결한 재래의 자연 환경,늘 사람들 곁에서 자라나고 친근감을 듬뿍 안겨 주었던 동.식물들의 나고 지는 모습 속에서 티없이 맑게 자라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돼지 잡기,박과 바가지의 탄생,나뭇짐과 겨울나기,정월을 전후한 새해맞이 및 쥐불놀이,아이스케키의 추억,남몰래 알밤서리 하다 가시에 찔린 일,욕쟁이 어르신의 건강한 입담등이 어릴적 시절을 한층 회고해 보게 했다. 1970년대 모두들 잘 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신작로가 생기고,초가집이 스레트나 울긋불긋한 양철집으로 바뀌면서 촌구석은 마치 해묵은 때를 벗기고 새단장으로 일신 면모하지만 사랑방의 훈훈한 정담이 새마을 회관이라는 담소 공간이 바뀌면서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획일담으로 이웃간의 정도 메마르게 되면서 너도 나도 자식 잘 키워 보자며 논 팔고 소 팔아 도회지로 내보내지만 남는 것은 빚 뿐이고 시름만 더해 간다.자식들은 장성해 결혼하고 어쩌다 명절때 잠깐 얼굴 보이고 올라가지만 고향의 모습은 잡초와 나간 집으로 가득 차고 삭막하고 적요함마저 든다는 것이다. 산업화를 이루고 어느 정도 소득은 이루었지만 현실은 빈익빈 부익부의 삶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의 질이 몇 십년전의 훈훈하고 정겨워던 삶만도 못함을 느끼고 그만큼 지금의 삶 자체에서 노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온다는 것이다.설,추석 명절에 잠깐 내려갔다 올라오지만 시골의 옛 모습은 머리 속에만 맴돌뿐 젊은 층은 모두 도회지로 가고 흰 머리만 휘날리는 힘없는 노인 어르신들만 옛 마을을 지키고 있는듯 하다. 잊혀져 가는 무구한 시절이 그립고 애틋하게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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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흔 몇해 걸어다닌 길들을 생각하며 서러워 울었다. 나는 무엇인가 뚝 끊어지는 절망감에 몸서리쳤다. 마을과 나를 잇는 그 길들이 뚝 끊어지는 아득함을 맛보았던 것이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정답던 그 길에서 나는 보았다. 농부와 소, 새와 나비와 온갖 꽃과 토끼와 노루들, 동무들과 맑은 강물과 호수 위를 나는 한쌍의 흰나비 그림자. 강물에 어리던 진달래꽃과 붉은 단풍나무잎, 깊은 물 속에서 솟아나 핀 , 호숫가 뽕나무 밑에서 툼벙 물로 빠지는 가물치와 자라들.....강변에 매운 바람 불던 2월 어느날 바람에 쓰러지고 일어서던 강변의 마른 풀잎들 사이로 어머니는 나를 부르며 달려 오셔서 솔풀같이 마른 손으로 내 손에 꼭 쥐어주던 2천원의 지폐, 그리고 돌아서서 바람 속을 뛰다가 뒤돌아보면 마른 풀잎 같이 서 계시던 어머니, 그리고 춥디춥던 외로움.
나는 그 길에서 자랐다.」--- 이제는 사라진 길들에 대한 추억 중에서
김용택님의 글은 특히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사전 없이도 읽어도 되는 책들이 많다. 물론 타도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전이 필요하리라 본다. 사전보다는 차라리 전라도 사람을 친구로 두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나을 듯 싶다. 그렇게 사투리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전라도인 죄송함다 지역적 발언을 해서)가 흔히 글로 옮겨쓰지 않은 단어들을 지면에 씀으로 인해 생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감히 이해 하는 이글의 마지막 부분의 '춥디추운' 과 '외로움'이라는 어울림은 되회지에서만 자라 온 아이들이라해도 느끼는 어머님의 홀로 서있는 외로움과도 비슷하리라 생각되네요.
제가 올리는 책속으로를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라.( 내 소원은 멸치 볶음이요 중에서) [인상깊은구절] 세월이 흘렀다. 나는 책을 어느정도 맘놓고 사보게 되었다. 담배는 90년엔가 끊었다. 어느 토요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담배를 찾으니 담배가 없었다. 어머니께 물어보았더니 어머니 역시 떨어지셨단다.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 가보니 거기도 떨어졌단다. 에이 이 더러운 담배, 내가 담배를 피우는가 봐라. 나는 침을 길바닥에 퉤퉤 뱉고 밥 먹고 학교길을 나섰다. 이층 교실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나이든 주사님이 담배를 멋지게 피워물고 지나가고 계셨다. 그때 "주사님, 주사님" 하고 부르며 아래층으로 내려가 담배 한 가치를 얻어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빠는데 아침부터 여지껏 참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변소에 가서 똥통 속에 담배를 던져버렸다. 그 뒤로 나는 다시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다. 흡연은 습관이었다. 그건 멋도 심심풀이도 아니었으며 화를 삭이는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그냥 습관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담배를 끊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나는 하루에 한갑 반에서 두갑 정도를 피웠다. 아침에 일어나 피우고, 밥 먹고 피우고, 학교길에서 피우고, 징검다리 건너며 피우고, 한시간 끝나면 피우고, 시작하기 전에 피우고 이런 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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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진실함을 가진 농촌 사람들,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움과 풍요함을 간직한 자연, 그리고 그 자연을 닮은 아이들. 이것들을 제외하고 김용택 님의 시와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김용택 님이 태어나고 자라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진메마을에서의 삶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돼지를 잡는, 어쩌면 살벌한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날도 진메마을의 사람들은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킨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제각기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한다. 그밖에도 가난했지만 어머니가 쪄 주신 고구마와 감자에 행복했던 일, 박으로 만든 바가지도 몇 번이고 꿰매 썼던 어머니의 알뜰함, 6.25때 피란을 갖다 온 후 아버지를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이 도와 완성했던-새와 별과 달과 해와 온갖 벌레들이, 구렁이와 소와 토끼가 함께 살았던- 옛집에 대한 그리움. 손이 터서 쓰릴 때 발랐던 어머니의 젖 이야기, 나무가 연료이던 시절 산으로 찾아다녔던 각종 땔감 이야기 등이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다.
작가는 이런 옛 이야기들을 담담히 풀어놓으면서도 옛것이 사라진 오늘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징검다리 대신 시멘트 다리, 아궁이 대신 가스렌지, 젊은 시절의 추억이 녹아 있지만, 이젠 아무도 찾지 않는 월파정,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정을 쌓았던, 그러나 이젠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랑방 등 쓸쓸해진 농촌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나같이 현대 도시에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사람과 자연의 본연에 대한 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지금 이토록 포근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은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많이 알고 많이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활과 생각과 행동을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침묵 속에서만 진실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 내가 정지해야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저 자연 속에 내가 하나의 점처럼 있다. 침묵하는 법, 정지하는 법을 터득해가며. |
|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는 ‘섬진강’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산문집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으며 살아온 농경 이웃들의 소박한 모듬살이와 결 고운 마음, 저자의 기억 저편에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섬세하게 반추하고 있다. 한 마을에서 50여 년을 줄곧 살아온 저자는 동네에서 돼지를 잡아 나누어 먹던 일들과 정겨운 사랑방,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징검다리, 저녁밥 짓는 연기 등 가난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행복을 가꾸며 살았던 진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정 넘치는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그의 시심은 이 수필들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깨끗한 마음에서 깨끗한 글이 나온다고 할 때, 김 시인의 시심에서 나온 이 글들은 그의 다른 글들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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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저자 : 김용택 출판 : 창작과 비평사(1997.4.30 초판1쇄/ 2000.7.15 초판11쇄)
이 책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고향인 진메마을을 중심으로 어릴적 꼬질꼬질 가난하고 때 국물나던 정겨운 이야기들을 소박하고 또는 질펀하게 펴낸 책이다.
서문에 의하면 김용택의 진메마을 이야기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라는 제목으로 진메마을 의 형식에 대해 쓴 글 중심의 산문집을 냈었는데 의외의 독자격려를 받고, 이번에는 진메마을에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라는 두번째 수필집을 낸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보통 수필집의 제목은 그 책의 작은 제목 중의 하나이곤 했던 기억으로 목차를 찾아봐도 그런 제목의 글이 없었다. 왜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고 말했을까?
한마을에서 태어나 죽을 때가지 그 마을을 살았던 옛 농부들은 행복했으며, 그들의 삶이 비록 가난하고 누추하더라도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삶을 느리고 더디게 가꾸며 살았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행복이 없는 무서운 시대가 된 것은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사라ㅕ가는 때문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한다.
책을 열면 만나는 첫번째 글의 제목은 <돼지잡는 날>이다. 그는 딱히 취미도 없고 친구라 해 봐야 강진면, 덕치면 동갑내기들 모두 합쳐 15명이 전부라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를 즐기는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어릴 적 동네에서 돼지잡아 나눠먹던 얘기들을 질펀하게 늘어놓는다.
동네사람들이 모여 돼지 귀를 잡고 넘어뜨리면, 앞뒤 다리를 묶고 들어올려 근수를 재고, 모로 뉘여 죽이는 일, 가마솥에 물을 끓여 털을 벗기면서 온 동네 목소리 큰 남자들이 벌이는 한바탕 어수선한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가마솥에 밥을 하면서 철에 따라 감자나 고구마를 같이 쪄서 밥이 오기전에 미리 먹고 그 다음 밥을 먹어 배를 채우던 일이나, 무밥을 먹고 숭늉을 먹으면 그 비릿한 냄새가 나서 우물가에 가서 냉수를 먹었던 일, 전라도 사투리 지죽이라 해서 김치 절임 싱건지를 넣고 죽을 끓여 먹던 일 들을 회상한다.
작가의 어머님은 밥을 잘 지어서 동네 큰 일에 밥선수로 뽑혀 다니셨다 말하면서 어머니의 환한 얼굴과 소복하게 구멍이 송송 뚫린 봉곳한 밥그릇을 이야기한다.
글로 적은 <그 때를 아시나요?>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구체적이고 소상하며 재미있게 적어 문학적 가치를 떠나 기록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우리의 어릴 적 고향 옛 이야기들이고, 평생동안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섬진강 시인 김용택 만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전에 지난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을지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섬진강변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삶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치 돼지 잡던 그 어수선한 동네 마을 사람들 중에 나도 같이 서 있는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요즘 살아가는 것이 너무 각박해 진 것이 사실이다. 너무 험난하게 자살 비율이 너무 높다느니 하는 사례를 떠나서도 변화와 혁신, 규격과 격식, 효율과 성과, 취업과 승진, 계획과 비젼 등 날마다 듣게 되는 이런 말 속에는 얼마나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우며 과격한 표현들인가?
과거 농민들은 특유의 느긋함과 기다림,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 무사태평한 생활태도가 전부였다. 콩하나라도 나눠먹은다는 말을 늘 입버릇처럼 하고 살았고, 동네 나즈막한 담 넘어로 지나가는 이웃이 다 드려다 보이고, 마침 들마루에 나 앉아 부친개를 부치거나 보리밥을 비벼 먹다가도 지나가는 이웃을 불러 같이 먹었다.
문이 닫힌 집에 신발이 옹기종이 모여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굼해 지나다 들러 같이 이웃이 되었고, 싱건지 동지미에 고구마 쪄서 나눠먹고, 수제비해서 같이 먹으면서, 비록 남루해도 마음은 편안했다.
전세 올려달라는 얘기도 없었고, 애들 과외비나 휴대폰 쓰는 일은 없었다. 텔레비젼이 없어도 사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동네 사랑에는 물에 불린 짚단을 들고 가면 삼태기 짚신 등 이런저런 생활도구를 만들어가면서 담배가 없어도 걱정이 안되고 부인과 좀 언짢은 일이 있었더라도 이런저런 얘기 속에 스스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적어도 시멘트 담벼락 한 가운데 텔레비젼을 놓고 꽁꽁 숨어서 텔레비젼 보며 외로와하는 오늘날 우리네와는 천량지차였다.
무슨 얘기를 해도 어떤 말을 해도 그 속에 그리움과 정이 같이 뭍어나는 것은 그 곳에는 인정이 항상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평생 두 개의 산을 바라보며 살았다. 하나는 그가 근무하는 물우리초등학교 앞산이고, 또 하나는 저자가 사는 진메마을 앞산이었다. 이 산과 허에져 살아본 적이 별로 없다.
산길에 머리덩굴 다래덩굴이 있고 봄이면 개복숭아꽃이 유화물감을 흘린 듯 피어나고, 앞산에 달이 불끈 솟으면 검은 산이 되고 달이 이만큼 다가오면 환산 산이 되고, 별이 무수히 떠 있는 캄캄한 밤이면 소쩍새가 징허기 운다. 오월이면 노란 꾀꼬리가 울며 날아다니고, 겨울이면 부엉이가 잠자리를 뒤척이게 하는 곳이다.
사람이 고향을 떠나거나 유학을 가서 큰 공부를 하지 않아도, 착하고 순한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고 살아도, 착하고 고운 마음으로 우리같이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신비스럽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안정감 속의 그리움 들, 정말 그리운 것 들은 그렇게 산 뒤에 있을지도 모른다.
소쩍새가 울고 밤꽃이 피면 그 밤꽃에 코피가 터질 것 같이 어지름증을 타며 강변을 배회할 것이다. 가마솥 밥을 지을 때 같이 쪄서 밥먹기 전 미리 내어주시던 감자나 고구마는 늘 밥알이 조금씩 묻어있곤 했었다. 쌀을 아끼기 위해 지은 무밥을 파간장에 맛있게 비벼먹고, 무가 둥둥 떠있는 비릿하고 조금 짠맛이 난 것 같았던 숭늉에 대한 거부감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나보다.
시인 김용택
1948.9.28~ (2011현재 63세) 전북 임실 출신 순창농림고등학교
초등학교 교사 섬진강 시인
2002년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2002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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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옛 마을이 떠오른다. 60~70년대를 시골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그 글들을 읽으며 30~40년 전의 그 때를 정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좁은 고샅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맞붙어 살며 함께 웃고 울고,싸우고, 화해하며 살았던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일과 놀이들. 어찌도 내가 놀던 것들이 이 나라 시골 어디에서나 다 같았을까. 참 신기하기도 하다.
가난하고 모두 힘든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립기도 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냄새가 푹 삭아들어 있는 글들을 읽다보면 어른들은 자신의 추억을, 아이들은 사람살이의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 글들을 읽으며 아버지 어머니의 어린 시절, 우리나라의 옛날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학 2학년 국어 필독도서. |
| 수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냄새가 풍겨나는 산문집이 나는 좋다. 얼마전 학교 도서실을 청소하다가 책장 한켠에 자리한 이 책을 발견 했을 때 첫느낌은 산뜻한 느낌의 제목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짧은 에피소드로 작가의 어린시절을 토막토막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그 흔적도 사라져 추억으로만 남은 그런 이야기들을- 그리고 현재의 작가의 생활상까지- 이책은 이렇다 정의내릴만한 줄거리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풍겨오는 분위기는 담그면 묻어날 그런 투명함이라고나 할까- 이 곳의 이야기는 모두 진메라는 동네에서 이뤄진다. 작가의 유년시절도, 현재의 생활도. 별것 아닌듯한 이야기까지도 너무나 아름답게 풀어놓아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나이를 먹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까지도 너무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나이가 들어 지금일을 회상하며 종이에 옮겼을 때 이런글이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