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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이 매력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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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토리라인 상으로는.. 참으로 심난한 작품이다. 어떤 이의 인생을 '꼬였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기준이 통계에서 이야기하는 95%나 98%의 유의수준 바깥 쪽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 강여진은 그 유의수준 바깥에서도 또 한 참을 떨어져 위치하는 존재다. 이를테면 일종의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이 참으로 매력적인 화법이나 분위기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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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토리라인 상으로는.. 참으로 심난한 작품이다. 어떤 이의 인생을 '꼬였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기준이 통계에서 이야기하는 95%나 98%의 유의수준 바깥 쪽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 강여진은 그 유의수준 바깥에서도 또 한 참을 떨어져 위치하는 존재다. 이를테면 일종의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이 참으로 매력적인 화법이나 분위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싶다. 만일 이 작품에서 굵은 줄기로 잡아가는 설정 중 한 두개만 빠진다면, 그 높아진 개연성으로 인해 작품에 대해 훨씬 더 깊은 몰입과 감동이 동반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 말이 딱 어울린다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정도를 지나친 다소 무리한 설정이 엿보인다. 그런 생각의 이유들을 일일히 나열하다보면 어쩐지 이 작품에 대한 스포일링이 될까 싶어 더는 이야기 못하겠다. 예전에 박민규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리뷰를 쓸 때도 느꼈지만, 반전이 있는 소설의 리뷰는 어딘지 조금은 더 조심스럽다.

 

나는 조경란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기한에 접해본 적이 없다. 책장에 「코끼리를 찾아서」 라는 그녀의 단편소설집이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아 열어본 적은 없다. 이 책도 작가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1회 문학동네신익작가상 공동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이 작품과 함께 공동수상한 작품이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두 가지 사실이 이유가 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비교적 특정한 선입견 없이 이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제목으로 쓰인 '식빵'은 하고 많은 빵 중에서 가장 심플하고 여타 재료와 가장 잘 어울려, 마치 투명한 물이 바닥의 모양을 그대로 투영해내듯, 다른 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려주는 빵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빵이다. '식빵 굽는 시간' 이라는 뜻에는 주인공 강여진의 복잡하고 흐트러져 추스를 수 없는 현실을 처음 도화지를 펼쳤을 때와 같은 순백의 원점으로 돌리려는 순수로의 소망이 담겨있다. 이 책의 차례도 그래서 식빵에서 시작해, 브리오슈, 크루아상, 소보로, 사과파이, 크레프를 거쳐 다시 식빵으로 돌아간다. 각 차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빵의 종류와 매칭해서 읽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편의 작품이 책 한권에 온전히 담겨 있지만, 글자를 빼곡히 써 나갔다면 장편이라기보다 오히려 중편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가 간결하고 전개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의미이다. 대개 많은 작가들의 경우 초기 작품을 읽어보면 될 수 있음 많은 미사여구와 과도할 정도의 설명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생각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들이 엿보이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당시 서른도 안된 그녀가 등단한 해인 1996년에 발표된 초기 작품임에도 서사에 상당한 절제와 비약이 엿보인다. '이해하든 말든..'이나 '행여 오해하더라도 난 몰라..' 식의 다소 차갑고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돋보이는 매력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코끼리를 찾아서」 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어쩐지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비슷한 연배의 작가가 쓴 글들은 특별한 감흥이 있다. 아무래도 같은 나이때 같은 세상을 살았다는 친숙함이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묘한 연대감을 만들어내는 듯 하다. 작품 속에서 소품처럼 등장하는 배경이나, 장소에 대한 묘사를 읽어나가노라면 머릿속에 나 자신의 추억과 뒤엉킨 구체적인 장면이나 상황 등이 상당히 색체감있게 떠오른다. 어쩌면 그런 내 반응이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고, 그녀의 다른 책을 별 고민없이 다시 집어든 이유일게다.


 

 
p***i 2011.03.07. 신고 공감 8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당신. 이제 당신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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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란, 그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근친상간,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건 그냥 부차적인 이야기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핍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불신과 무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자연스럽게. 결핍과 중독은 세트메뉴 같은 거잖아. 엄마에게 거부당한 여진은 한익주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역시 떠나가잖아. 그러니까 그런 모든 게 빵으로 옮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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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란, 그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근친상간,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건 그냥 부차적인 이야기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핍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불신과 무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자연스럽게. 결핍과 중독은 세트메뉴 같은 거잖아. 엄마에게 거부당한 여진은 한익주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역시 떠나가잖아. 그러니까 그런 모든 게 빵으로 옮겨간 건 아닐까, 생각했어. 택시에 합승한 아저씨가 알고 보니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 사랑받지 못한 여진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잖아. 그치만 여진은 빵으로 마음을 표현하잖아, 계속 거부당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빵을 맛있게 먹어주지 않았어. 슬프게도.      


2. 강여진에게 빵은, 빵 이상


창을 열어놓으면 반죽의 온도와 발효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빵이 그 어느 음식들보다 예민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그녀에게 빵은 (예민했던)그들 대신이기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어. 그야말로 빵 이상의 빵이었던 거야. 그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녀가 난데없이 빵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는 걸 봐도 느낄 수 있었어. 내게 식빵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했어, 그녀는. 후에, 그녀에게 식빵 같은 존재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슬퍼하지 않아. 슬퍼하는 대신 식빵을 만들어. 그녀에게 식빵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죽었을지도. 그녀에게 빵이 있어 참, 다행이야.   


3. 인간, 강여진


어째서 그녀는 그토록 놀라운 일에도 나른한 태도로 일관하는 걸까.


원래부터 혼자였기 때문에?

관계?…… 관계라고 했니, 너 지금.

여진아,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네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모든 관계는 만질 수 없는 거란다. 너는 자꾸만 만지고 확인하고 싶겠지만 글쎄…… 부질없는 거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별 미련이 없구나. 나는 유언을 하듯 깊고 분명한 음성을 내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완전한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식빵을 굽는 시간은 어쩌면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을지도?

윤회해서 똑같은 인생을 다시한번 사는 사람처럼 나는 이제 무슨 일에고 쉽게 놀라지 않는다. 단순히 감정감각이 말을 듣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쩌면 내 심장 속에는 백 년 묵은 구렁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 의식의 심층은 이미 선캄브리아시대 때부터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도 현재형으로 쓸 수 있는,현재형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추억은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편, 불란서 안경원 중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갈 것을 권유해.

“그래도 아주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살아 있으면서 잃어버리는 게 낫잖아요. 잃어버리게 된 건 그대로 잊는 거예요.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아요. 그리고 그걸 알아야 해요. 당신 인생엔 아직 시작도 못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거 말예요……” -본문 중에서


....... 있잖아. 들려? 쿵쿵쿵. 가슴이 뛰는 소리. 끝으로 갈수록 나는 점점 심장이 조여왔어. 죽지마요. 죽지마요. 그러면서 읽었어. 그녀가 죽을까봐. 원래 죽을 결심을 하고서는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잖아. 그래서 혹시, 마지막에 죽으면 어쩌나하고.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담담히. 침대에서 엎드려서 책을 양손에 붙잡고서 읽는데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심장에서,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했어. 전율을 느꼈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내가 그녀였다면 난, 아마 주저앉았을 거야.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 있지,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어. 모두에게 거부당하고, 모두가 떠나가고... 그녀는 홀로 남아 빵을 구워대고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면서.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토닥토닥. 그러네. 정말 그러네, 여진아.


s*******r 2008.08.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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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문체로 녹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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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은 미묘한 인간 관계의 내면을 그만의 탁월한 문체미학으로 '부재에 대한 매혹'을 그리고 있다.  그 부재는 그러나 추상으로 그치지 않고  풍요롭게 부풀어오르는 빵 이미지의 도움을 받아  풍만한 문학적 육체성을 갖추고 있다.  문체가 안정되고 세련돼 있는 점도 이 작품의 탁월한 성과이다.        심사평 내지 작품 소개는 대체 왜케 어려운 말 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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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은 미묘한 인간 관계의 내면을 그만의 탁월한 문체미학으로 '부재에 대한 매혹'을 그리고 있다.

 그 부재는 그러나 추상으로 그치지 않고

 풍요롭게 부풀어오르는 빵 이미지의 도움을 받아

 풍만한 문학적 육체성을 갖추고 있다.

 문체가 안정되고 세련돼 있는 점도 이 작품의 탁월한 성과이다.

 

 

 

 심사평 내지 작품 소개는 대체 왜케 어려운 말 투성으로 써댈까

 풍만한 문학적 육체성은 뭐고

 부재에 대한 매혹은 또 뭐란 말인가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 소설.

 기대안하고 선뜻 책장을 넘겼는데, 이게 웬일.

 

 

 재밌었다.

 왁자지껄 재밌는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요소들이 풍부한 소설이라 재밌었다.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에서 꺼내들고 읽어댈 만큼 좋았다. 적어도 나한테는.

 

 

 다른건 다 제쳐두고,

 문체가 신선하댈까 심오하댈까

암튼 와닿으면서 무언가를 생각케하며 진부하지 않아 좋았는데, 원래 詩를 썼었단다. 詩가 그를 버렸기 때문에 소설 쪽으로 선회했다지만, 여전히 책읽기의 대부분은 시집읽기로 채운단다.

 

 

 음울한 캐릭터와 유난히 문체(표현)에 집착하는 소설 애독자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b******2 2009.08.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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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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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보았던 책이다. 사실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자는 2명인데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공동수상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주문해서 읽었던 책이다. 거의 10년전에 한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이 책은 우선 읽어내려가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해야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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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보았던 책이다.

사실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자는 2명인데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공동수상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주문해서 읽었던 책이다. 거의 10년전에

한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이 책은 우선 읽어내려가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해야 되는지

문학상이 작가를 기다렸다고 해야 하는지 모를 느낌!



f********e 2009.07.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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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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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주 오래간만에 대단히 매혹적인 소설을 한 편 만났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느낌을 가진 작품.         대체로 6000cc급 이상의 수퍼카에 시동을 걸면, 후두둥! 하고 마치 고함을 토해내는 듯한 엔진음 울린다. 이어 묵직한 저음으로 부드등, 부드등하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야생마의 심장소리처럼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이런 차들은 또한 보통 6단 기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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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아주 오래간만에 대단히 매혹적인 소설을 한 편 만났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느낌을 가진 작품.

 

      대체로 6000cc급 이상의 수퍼카에 시동을 걸면, 후두둥! 하고 마치 고함을 토해내는 듯한 엔진음 울린다. 이어 묵직한 저음으로 부드등, 부드등하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야생마의 심장소리처럼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이런 차들은 또한 보통 6단 기어로 이루어져있는데 클러치를 밟아 기어를 빼내야야 할 rpm타이밍이 일반 자동차보다 예민하다. 즉, 보통 자동차 몰듯이 기아를  변속시키면 시동이 꺼져버리거나 도로 위에서 말타듯이 푸득 푸득 거리며 주체를 못한다. 가끔 압구정 대로에서 페라리라든가, 람보기니 같은 수퍼카를 발견하는데 정지선에 서있다가 출발하는 모양새만 보고 있으면 운전자가 차주인지 아닌지 대번에 알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슷한 급의 대형 세단들이 있다. 이런 차들은 시동을 걸어도 시동을 걸었는지 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함은 물론이요, 지나치게 출렁이는 자체 때문에 불안한 감이 들기도 한다. 악셀을 밟으면 스르륵하고 출발하는데 출렁이는 승차감만 배제한다면 달리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그런 다소 불안한 감정으로 속도를 올리면 그제서야 서서히 대형 세단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특히, 코너링을 할 때는 마치 바퀴가 도로를 움켜쥐고 도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어서 그 희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조경란의 이 작품은 후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문체가 안정되고 세련되었다는 평을 접하고 작품의 서두를 대할 때 나는 그 정반대의 생각을 했다. 문체가 불안하고 아마추어 같은 묘사가 눈에 거슬렸으며, 인터넷 소설에나 보일 법한 "......!" 이런 식의 표현들이 다소 어이 없기도 했다. 특히, 어색할 정도로 문어체인 담화는 "저런, 여진아. 얘, 저 아이에게 물이 튀고 있잖니." 라는 식의 표현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짜증마저 나는 것이었다.

      아, 이거 또 어설픈 수상작에 낚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제9장 [편지]라는 소제목에 다달했다. 아니, 이게 왠! 좀전까지의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하게 몰입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굉장한 분위기로 사람을 매혹시켰다. 마치 프랑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야릇하고 모호한 느낌의 분위기는 끝나는 때까지 계속되었다. 엔딩마저도 아쉬울만큼 적절한 곳에서 마무리되어 있어서 초기 서두부분에서 내가 뭘 잘못 읽고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문장이 좋다? 그건 정말 잘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문장이 좀 어설프다는 생각은 여전하며, 특히 담화부분은 죄다 빠졌으면 싶은 생각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 독특한 묘사와 뭔가 모를 기이한 분위기가 그런 모든 것들을 뒤집어 엎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이런 분위기의 작품은 문장력 좋은 누군가가 아무리 흉내내어도 따라잡지 못할 뭔가 범접하기 힘든 독특한 매혹을 지니고 있었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박완서, 은희경, 전경린, 공지영, 등등의 여류 작가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고, 오히려 굳이 비슷한 느낌을 비교하자면 오정희 작가와 비슷했다는 느낌인데, 오정희 만큼의 문장 내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히려 오정희의 작품보다 더 기묘한 매력을 품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기분이 묘할 뿐더러 참 특이하다. 수작, 수작 그러던데 이런 작품이 수작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의 작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말로 표현해내지 못할 뿐 그 분위기가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는 이를 아는데 그가 가진 분위기가 이 작품의 느낌과 참 비슷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종종 생각의 끈이 그곳으로 향하기도 해서 다소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가 그의 느낌으로 글을 쓴다면 이 작품 만큼이나 독특한 글을 쓸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밤시간대에 마무리 된 소설이다. 그래서 놓치고 갈 수 있는 부분도 짚어보려고 한다. 낮 시간에 읽어도 지금과 같은 감성이 살아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있기는 하다. 조경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비교해봐야겠다.

      이야기라든가, 기타 다른 점은 하나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작품이 가진 매혹의 느낌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작가들이 우리나라에 수두룩하다면 개나 소나 작가하겠다고 감히 달려들지 못할 것 같다. 좋은 문장이나, 기가막힌 구성들이야 열심히 하면 누구나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작품들이나, 이 작품처럼 기묘한 분위기가 서린 작품은 글쎄, 흉내낼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참 야릇하고, 매혹적인 감성을 지닌 소설이었다. 

b******k 2008.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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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소제목, 내용과의 부드러운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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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맘에 들었는데, 소제목은 더 맘에 들었다. "아마 이 책에서는 빵에 대한 내용은 거의 안나올거야..." 했는데, 제목과 소제목, 내용과의 연결에 난 좋았다. 뭐 모든 문학 소설이 그렇겠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관점을 옮겨가며 더 중요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빵 얘기를 이렇게 풀어놓은 문체도 좋았다. 사람들, 그리고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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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맘에 들었는데, 소제목은 더 맘에 들었다. "아마 이 책에서는 빵에 대한 내용은 거의 안나올거야..." 했는데, 제목과 소제목, 내용과의 연결에 난 좋았다. 뭐 모든 문학 소설이 그렇겠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관점을 옮겨가며 더 중요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빵 얘기를 이렇게 풀어놓은 문체도 좋았다. 사람들, 그리고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과의 관계, 그 가운데에 있는 내 위치와 자세를 돌아보게 되었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심리 묘사를 빵이라는 소제에 집어넣은 점이 새로왔다. 난 문학동네 출판사와 어떠한 관계도 없지만, 조경란 작가님과도 아무런 관계가 아니지만, 둘 다 좋아한다. 거기에 제목도 맘에 들어 이제서야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데, 역시 좋은 책이라 생각든다.
n******e 2002.07.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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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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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작가상 1회 수상작.식빵 굽는 시간.제목도 표지도 참 독특하다.일단 작가의 이력을 읽고, 목차를 읽어 보았다.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빵의 이름들.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제목 그대로 빵을 굽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일까.. 하는 조급한 상상도 조금 하면서.그러나,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물론, 이 책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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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작가상 1회 수상작.
식빵 굽는 시간.
제목도 표지도 참 독특하다.
일단 작가의 이력을 읽고, 목차를 읽어 보았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빵의 이름들.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제목 그대로 빵을 굽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일까.. 하는 조급한 상상도 조금 하면서.

그러나,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책의 장르는 괴담도 아니고, 미스터리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 여자의 성장 소설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과의 관계, 사랑, 그리고 한 여자의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성숙을 그려 놓은...

이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은 강여진.
제빵자격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현실과 과거를 교차하면서 묘사된다.

어머니의 암투병과 죽음, 그후 아버지와 이모와의 삶.
세를 준 방에 들어온 남자와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 한영원.

이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강여진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켜있다.
아이를 낳지 못했던 어머니, 이모와 아버지 즉, 형부와 처제 사이라는 관계에서 태어난 강여진.
그리고 강여진이 사랑하는 남자 한익주는 한영원의 이복 오빠이다.
비슷한 무게로 다가오는 근친상간이라는 관계 속에 얽혀든 강여진은 의외로 담담하게 모든 것을 받아 들인다.

가족간의 관계도, 사랑도.
그녀는 아버지의 자살후 이모가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결국 이모를 붙잡지 않는다.
그녀앞에 나타났던 한익주는 그녀의 마음속에 파문을 만들어 놓고 사라졌다가 결국 다시 연락을 해오지만, 그녀는 그 역시 기억의 저편으로 치워 놓는다.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대고 얻던 것을 버리고,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이상적이지 못한 가족 관계와 사랑에 대한 묘사와 그것에 대한 강여진의 반응은 등줄기가 서늘해지게 만드는 묘한 조합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음습하고 기분나쁜 서늘함이 아니라, 비로소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 여자에 대한 기분 좋은 서늘함이었다고나 할까.

주위의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그녀가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면 난 강여진이란 인물에 대해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몇 년동안 마음의 성장을 이루어 왔고,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켰다.
조금 안타까운 면도 있긴 했지만, 그녀에겐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로부터는 독립을 해야하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y*****5 2009.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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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냄새가 먹고싶어지는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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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어떤 수상작품을 접할때면, 너무 가슴떨리는 첫사랑을 만나는 듯 하다. 느낌이 뭐랄까. 첫사랑의 느낌처럼 풋풋하다고 해야하나?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아님 그게 사랑인줄도 모르는 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뭏튼 처음 사랑의 설레임이 다가온다. 벌써 십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던가. 아주 오래전 모 신문 인터뷰에서 조경란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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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어떤 수상작품을 접할때면, 너무 가슴떨리는 첫사랑을 만나는 듯 하다. 느낌이 뭐랄까. 첫사랑의 느낌처럼 풋풋하다고 해야하나?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아님 그게 사랑인줄도 모르는 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뭏튼 처음 사랑의 설레임이 다가온다. 벌써 십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던가. 아주 오래전 모 신문 인터뷰에서 조경란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정말 이런 작가가 있을까 하며, 읽고 싶어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도 벌써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세월의 힘인가? 아님 나자신의 무력함인가? [식빵굽는 시간] 역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다 읽고 난 후 난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듯 숨이 차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가슴이 설레어 내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서 멈추질 않는다. 늘 그렇듯 심사후기가 나를 더욱더 숨가쁘게 만든다. 밝혀지지 않았던 가정의 소리없는 고독은 아스피린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쉽게 다가서고 싶었던 그 남자의 소리없는 만남은 대장간의 당목낫으로, 한번도 어머니의 젖가슴을 본적도 만져본적도 없었던 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근친상간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자신으로, 모든것이 경이롭다. 모든것이 숨가쁘다. 어떻게 책장을 넘기고 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그러한 결과물들이 빵들과 연결되어 질때의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브리오슈, 소보로빵, 감자빵으로 태어났으나, 그들은 한번도 어느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버려질 수 밖에... 그녀가 서른살에 홀로서기를 한 것 처럼. 수상소감에서 조경란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빵냄새가 난다고... 나는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졌다. 빵이 구워지는 냄새가 먹고 싶어졌다. 이 소설은 그런 느낌을 받는 책이다. 다음은 공동수상작이었던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어야겠지? 오래된 과거속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j******4 2006.0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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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되씹어 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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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몇 녀의 시간이 지나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이 점을 생각할 때 분명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 번 읽고 다시 이 책을 찾고, 또다시 찾으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빵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게 진행되는,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강렬한 삶의 흐름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다. 인생과 빵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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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몇 녀의 시간이 지나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이 점을 생각할 때 분명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 번 읽고 다시 이 책을 찾고, 또다시 찾으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빵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게 진행되는,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강렬한 삶의 흐름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다. 인생과 빵의 묘한 조화가 기억에 남는다. 빵에 얽혀 흐르는 시간과,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면 과장일까? 삶을 사람으로만 그리려 하지 않고 그 소재를 끌어들여 표현한 점이 참 좋았다. 책이 많아 정리를 하면서도 굳이 자리를 마련해 이 책을 꽂아둔다. 이제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될지 모르지만 역시 그 때에도 나는 똑같은 감탄을 하고 있을 것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2***s 2005.0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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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So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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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요리책 아냐?'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라 소설책이다. 물론 소설책 치고는 빵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등장인물의 수보다도, 등장하는 빵의 종류가 더 많게 느껴지는 소설. 바로 '식빵 굽는 시간'이다. 문체는 건조체,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 분명 주인공은 '나'이고 이야기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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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요리책 아냐?'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라 소설책이다. 물론 소설책 치고는 빵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등장인물의 수보다도, 등장하는 빵의 종류가 더 많게 느껴지는 소설. 바로 '식빵 굽는 시간'이다. 문체는 건조체,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 분명 주인공은 '나'이고 이야기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굳이 '관찰자'라고 하는 건, 이 글의 주인공인 '나' 즉 '강여진'은 자신의 삶 자체를 타인의 삶을 보는 양, 아주 담담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관해 욕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열정적일 수 있다고 하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 말에 비추어보면 강여진은... 글쎄, 삶에 관하여 어떤 욕심도 어떤 열정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한심해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So Cool'인 셈이다. 강여진은 빵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모든 빵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 말할 수 있는 식빵에 담고 있는듯 하다. 그녀가 사랑했던, 아름다운이름을 가진 공허한 그 사람은 화이트 케이크, 강여진이 사랑한 그를 사랑한 다른 여자는 브리오슈, 강여진의 어머니는 크로와상, 이모는 크레페, 아버지는 사과파이, 그리고 소보로빵... 그녀는 빵을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아무말도 없이 내밀지만, 사람들은 빵을 거부하고 그녀를 거부한다. 존재의 부정, 그리고 부재의 미학... 사실 '식빵 굽는 시간'의 내용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건조하면서도 담담하게 말하는 문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빵'과 사람을 연결하여 풀어나가는 방식도 참신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소설의 끝은, 강여진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떠나고, 강여진의 곁에 남는 건 그녀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빵'뿐이지만, '강여진 베이커리'를 열고, 방치해두었던 삶을 다시 손아귀로 끌어 당긴다는 내용이지만, 강여진은 어쨌든 지난 30년이 그러했듯 앞으로도 고독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방치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열정은 없으니까. 앞서 말했지만, 나에게 이 '식빵 굽는 시간'은 문체가 정말 매혹적이다. 이렇게 사각거리면서 적당히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를 구사하는 사람은 문장을 무기로 하여 싸움이 벌어진다면, 단연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듯 하다.

[인상깊은구절]
기본이라고 해서 간단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지 몰라. - page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