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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홍등가로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곽재구 시인이 쓴 ‘대인동에서’ 연작시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대인동은 광주에 있는 홍등가가 있는 동네인데 시인은 홍등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고통, 그리고 그이들과 나눈 마음을 잘 그렸다. 워낙 곽재구 시인을 좋아하던 때라 나도 직접 홍동가에서 살아가며 창녀들과 일상을 나누고 싶었다. 아직 여성의 성을 잘 모르던 때라 여성의 성을 겪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사할 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막상 이사를 결행하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체스터 브라운은 홍등가로 이사하지는 않지만 성매매 여성들을 집중 다룬다. 자신이 직접 매매하여 성관계를 한 여성들을, 그리고 성매매의 의미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책은 1996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자 친구인 숙인과 성관계 없이 단지 동거인으로만 살던 체스터 브라운은 그녀가 옆방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걸 듣게 된다. 질투는커녕 아무 감정조차 느끼지 못한 체스터는 여자 친구와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걸 느낀다. 그 얼마 뒤, 체스터는 어느 만화 행사에서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과 부둥켜안은 사진 한 컷에 50달러를 낸 뒤 성매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고작 사진 한 컷에 50달러를 쓰느니 여자를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실제 성매매는 3년 뒤에 이룬다. 호기심에 시작한 매춘은 의외로 쉽고 단순하며 무엇보다 짜릿하고 쾌락적이었다. 그렇게 체스터 브라운은 한 명 한 명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게 되고 그 수는 23명에 달한다. 만화는 몇 명의 성매매 여성을 다룬다. 만화가 곁들여져 있고 노골적인 장면이 이어지기도 한다. 가벼운 포르노라고 볼 수도 있다.
포르노와 분명히 결을 달리한다. 포르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과장과 확대일 텐데 만화는 그렇지 않다. 가능하면 실상 그대로를 자세하게 표현한다. “지난번처럼 또 너무 빨리 사정하면 곤란해. 이번에는 집에서 미리 딸딸이를 치고 가야겠어.” 글과 함께 딸딸이를 치는 그림은 얼마나 솔직한지! 그리고 보통의 포르노가 여성의 성기를 확대하여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반해 만화는 외려 남성의 성기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남성 시각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매매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찬찬히 따져보고, 친구와 토론을 하며, 나아가 부록에 매춘에 대한 역사와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성의 도구화” “인신매매와 섹스 노예” 같은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 성과 섹스, 그리고 매춘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다.
체스터 브라운은 성매매 여성들을 다루며 특이한 관점들은 모두 뺐다고 한다. 매우 보편적인 것들만 드러냈다고 한다. 실제로 만화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개인 얘기를 거의 밝히지 않는다. 일반적인 것만 드러낸다. 다만 우리가 갖고 있는 완고한 선입관에 대해서는 기꺼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하여 작가가 데니즈라는 성매매 여성과 연인으로 발전전하는 것은 또 다른 생각거리를 준다. 이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상대방하고만 섹스를 하지만 성매매를 한다. 체스터 브라운은 데니즈와 성관계를 하고 꼭 돈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연인인가 아니면 성매매 관계일 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