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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평가가 뽑은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해마다 이런 책들이 나오는데 많은 것을 기대해보지만 어떤 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실망이 큰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기대를 접어두고 이 책을 읽었는데 상상외였다.
이 책에는 많은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배수아의 소설과 김영하의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소설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것을 잘 극복함을 보여주는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배수아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점원의 이야기는 조금은 신선한 시도처럼 보인다. 평론에도 나와있듯이 실험 정신이 가미된 작품인 듯하다.
김영하의 소설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흡혈귀'라는 그의 소설이 실감나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양 생각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학의 세계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자신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고 믿었습니다. 흡혈귀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흡혈귀로서의 모든 속성을 버리고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다고 말이죠. 그는 갑오 농민 운동을 기억해내고 3.1운동을 기억해내고 8.15해방을 기억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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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모음집에 비해서 정말 괜찮은 글들로 모아 놓은 책인 듯하다. 책 속의 소재들도 무척 다양했고 글들도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 김영하의 '흡혈귀'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나올만한 소재는 아니기에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세대를 걸쳐서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내용이 책속에 책을 소개해 놓은 것으로 많이 보지 않은 형식의 글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읽어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박완서의 글... '너무도 쓸쓸한 당신' 정말 일상생활의 잔잔한 이야기를 엮어 놓았고 소시민들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었다. 좋아 하는 작가의 글들이 많아서 좋았고 내용도 좋았던 책이었다. [인상깊은구절] 김인숙 / 그 여자의 자전거 - 나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어요.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고 내 음악에 그 행복이 담기기를 원했을 뿐이에요. 나는 열두번도 넘게 테이프 정리를 하던 손길을 놓고 화면에 시선을 박았다. 에이즈에 걸려 곧 죽게 될 비운의 가수 프레디 머큐리가 웃고 있었고 그의 말이 자막으로 오래 남아 있었다. - 나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어요. 나 역시 세상을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세상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그러나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아무것도 바꿀 생각이 없었을 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을 의해서도 바뀔 생각이 없었던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
| 그들은 얼마나 가련한 존재인가! 현실의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그 무시무시한 생각. 이 더럽고 추악하고 지루한 일상성이 무한히 반복되는 이 현실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 그것은 삶의 끝을 예감하는 것보다 더 큰 공포다. 그들은 거부한다. 아이를 낳고, 헐리우드 영화를 보러 가고, 주말에는 놀이공원에 가는 그런 일상적인 삶을. 그들에게 이런 일상은, 이런 일상을 모사하는 그 모든 것들은 지루하고 끔찍한 것일 돌 수밖에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피의 의식, 현실에서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은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박해받고, 핍박받으면, 끊임없이 쫓겨다닌다. 일상은, 현실은 그들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오도록 끊임없이 '협박한다.'! 그리하여 많은 흡혈귀들은 그들의 신비와 초자연적인 힘을 거세당하고 평범한 인간들 속에 묻혀 소리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평범한 인간'들은 모두 흡혈귀다. 실존을 잃고 흡혈 본능만 남은 죽음 흡혈귀들. 이들은 마지막 남은 생존 본능으로 일상의 삶을 악착같이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서의 흡혈귀는 '작가'자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자신의 창조력과 존재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현실과 싸워야 하는 작가들..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나 또한 거세당한 흡혈귀가 아닌가. 그러나 내 속에는 아직도 일상적인 삶에 대한 공포가, 또 이것이 영원히 개속될지도 모른다는 더 큰 공포가 스멀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삶은, 그저 생활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 공포스러운, 난 아마도 아직 죽지 않은 흡혈귀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