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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갠지 아니? 두개.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그럼 달이 다리는? 세 개. 에구,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깨비구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아니야, 달이는 그냥 달이야.
강아지가 말을 하는 걸 나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비나리에 살고 있는 강아지 달이는 말을 한다는군요. 대체 달이는 어떤 강아지인지, 그리고 아빠라는 신부님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 모두 비나리로 가 보도록 해요.
비나리 달이네 집 이야기가 어떤지 궁금해진 건 그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나 역시 강아지가 말을 하는 걸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신부님이 가끔 거짓말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앗, 쉿! 이건 비밀이예요. 공식적으로 신부님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알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자기가 한 나쁜 일을 숨기거나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니까 신부님을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는 않을꺼예요. 아무튼 요즘 재미있다고 어른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 중에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서 사람의 말은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눈을 통해 마음을 느끼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다는거예요. 그래서 어쩌면 신부님도 강아지 달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 달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리가 세개인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깨비, 괴물이야기일까 생각했었어요. 다리가 세개이긴 하지만 달이는 달이인 것처럼 그냥 이쁘고 착한 강아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요. 비나리 통나무집 아저씨 신부님은 달이가 어느 절집 스님 같기도 하고, 옛날 옛날 훌륭한 도사님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예수님 같기도 하다며 달이 자랑을 마구 한답니다. 다리가 세개뿐인데도 잘 뛰어다니고 잘 놀고 그래서일지도 모른다구요? 에이, 아니예요. 가만 생각해보세요. "강아지나 토끼나 산에 사는 노루나 늑대나 호랑이나 모든 짐승들은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잖아요.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승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고요. 그러니까 달이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짐승들은 스님 같기도 하고 도사님 같기도 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통나무집 아저씨 신부님과 달이는 사이좋게 살았어요. 농사꾼이 된 신부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이른 아침 풀밭길의 이슬에 젖은 바짓가랑이 냄새도, 등 뒤에서 나는 땀내도 다 좋다고 쫄랑쫄랑 뛰어다녔어요. 이렇게 신부님과 달이는 행복했지만 슬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예요. "어느날 밤 달이는 아저씨 혼자서 개울 둑길에 앉아 하늘의 달님을 쳐다보고 있는 걸 봤어요. '아빠는 달님을 좋아하는 거지?'... '그래서 내 이름이 달이가 된 거지?'...'아빠가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전쟁이 있었지.'...'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안 나왔어요"
통나무집 아저씨 신부님과 달이의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예요. 김동성 아저씨가 달님이 뜬 비나리의 달이네 집을 그리느라 까맣고 어두운 색으로만 칠을 했는데 달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 한가득 아름다운 꽃밭을 그려줬거든요. 그러고보니 달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달이의 아빠 신부님뿐만이 아니었네요? 마지막에 달이가 들려 준 그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 다시 달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 꽃밭 그림을 보고 있어요. 행복이 한가득이예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그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싸우지도 않고 평화롭게. 모두가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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