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표지에 나온 미녀의 모습이 의아스럽지만 내지를 읽어보면 엉뚱한 발상이나 착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진의 여성은 지휘자 번스타인이 녹음 당시 사별한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이다. 내지에는 이 연주는 번스타인이 그의 아내 기일을 맞아 헌정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레퀴엠이란 곡이 본디 망자를 위한 미사곡인만큼 번스타인 자신으로서는 뜻깊지 않았나 싶다. 혹자 상술이 아니냔 의혹도 따르겠지만‥ 참고로 번스타인의 아내는 코스타리카 출신 미녀로서 ''배우''였으며 남편의 예술활동에 도움을 많이 주었지만 애정 면에선 많이 문제가 따랐다 한다. 아들도 속을 많이 썩였으며, 무엇보다 남편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말년에 다시 화해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한 상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이 음반은 모짜르트 레퀴엠에서 최고 반열에 들며, 아울러 번스타인의 음반 중에서도 열손가락안에 손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러 전집은 예외로 치자) 크리스티나 헤레베게, 기타 정격연주를 따지거나 좋아하는 분들은 번스타인이 ''감정과잉''이라고 비판을 하면서 오히려 카라얀이 낫다고도 하지만 글쎄다. 번스타인 말년의 이 연주는 질질 끄는 감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낭만적인 레퀴엠"으로서 슬픔의 극한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다. 동지휘자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4악장, 아울러 말러 교향곡 9번의 4악장에서 타 연주에 비해 정말 지독할 정도로 템포를 늦춰서 듣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버리면서 도달해버린 그 ''무한한 선율''은 이 레퀴엠에서 간절히 바란 바가 아니었을까 ? 특히 Lacrimosa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지금도 이 부분만 들으면 숨을 죽이고 침묵할 수 밖에 없다. 레퀴엠 판본은 ''바이어'' 판본인데 그 선택은 탁월한 것 같다. 쥬스마이어 판본은 비록 모짜르트 제자의 손을 거쳤다하지만 모짜르트답지 않은 부적절한 면이 흠집처럼 보였는데‥ 번스타인의 지휘봉을 거친 바이어 판본은 자연스럽다. 도이치 그라모폰의 녹음도 좋다. 몇 부분에서 합창 소리가 너무 커서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죽기도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다. (참고로 번스타인 말년의 녹음 수준은 좋다. 공통적으로 Hanno Rinke라는 프로듀서가 담당하고 있다는‥) 번스타인의 낭만적인 연주가 과연 진정 ''모짜르트''냐는 논쟁이 있을 법 하다. 하기야 정격연주 앞에서 번스타인의 ''정통성''은 한발 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레퀴엠이 주는 감동을 극대화시켰다는 면에서 번스타인반은 꼭 들어보아야하지 않을까 한다. 진정 모짜르트가 무얼 원했는가는 무덤조차 확인되지 않은 고인만이 아는 일. 이 번스타인 연주는 자주는 못 듣는다. 한번 듣고나면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들으면 마음까지 확 동하는 그런 연주를 빈번히 듣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이보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그래서 초심자에겐 권하기 어려우나, 모짜르트 레퀴엠의 세계로 들어섰다면 최종적으로 듣게될 마지막 관문이라고 감히 단언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