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은 있고, 이야기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책이 '글 없는 그림책'이란 의미는 아니다. 분명 글이 있지만, 그 글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그림이 이야기를 전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아예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전할 것이 없는 것이다... 며칠 전, 사이트에서 그림책을 고르다 신간 소개 부분에서 '노랑나비 내 친구'라는 그림책을 보고는 우리나라 그림책에서는 드물게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한 사람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느껴 구입을 해보았다. 아..., 후회막급이다. 우선, 이 작가의 그림은 썩 괜찮다. 그림책 그림은 예뻐야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예쁜 그림도 있어야 하고, 색다른 그림도 있어야 하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 아무튼 '노랑나비 내 친구'의 그림은 독특하고 새롭다. 그런데, 문제는 참으로 어설픈 이야기에 있다. 노랑나비가 노란 리본을 단 아이, 노란 신호등, 노란 껌종이, 노란 양말을 보고 친구인 줄 알고 날아가보지만 아니다(이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불어온 회오리 바람에 '정신을 잃은(!)' 나비..., 눈을 떠보니 꽃밭이고 노랑 나비 친구들이 저말고도 많이 있더란다..., 이게 끝이다. 리듬도, 긴장도, 자연스러움도 없다... 또다른 문제는 글이 그림과 나란히 있지 않고 다음 장에 따로 있다는 것이다. 즉, 좌측 페이지의 글은 우측 페이지 그림에 해당되는 글이 아니라 그 앞 장 그림에 해당되는 글이다. 책을 그렇게 만든 이유는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참으로, 생각없는 기획자의 발상이 아닐까? 이 그림책은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적어도 만 5세 이상의 유아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이 절대 아니다. 그들이 읽기엔 이야기 구조가 너무 단순하다. 이 그림책은 굳이 그 대상을 따지자면 만 2, 3세 유아들에게 더 적합할 성 싶다. 그런데, 그 시기 유아들은 그림책을 혼자 읽지 않고, 그림을 보며 부모가 읽어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어차피 글자가 다음 페이지든, 그 다음 페이지든, 어디 있든 전혀 상관없다. 따라서, 이 '노랑나비 내 친구'같은 구성은 그림책을 읽어주고자 하는 부모만을 상당히 혼동스럽고 귀찮게 만들 뿐이다. 일단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 페이지를 곁눈질한 다음, 읽어주어야 할 판이다. 아니, 그림 옆에 글이 있다고 자라나던 창의성이 꺾어지나? 그림 옆에 글이 있으면 부모가 아이에게 '마음껏 상상할 기회'를 안 주나? 차라리 책이 좀 두꺼워지더라도(지금도 가로로 너무 길어서 불편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첫표지부터는 글 없이 그림만 죽 넣어 편집하고, 책을 뒤집어 놓고 뒷표지를 처음 장으로 하여 그림과 글을 같이 편집하는 방식을 함께 썼으면 어떨까? 우리 그림책에선 그 동안 보기 드물었던,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그림책이건만, 너무나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성을 기울인 그림책이라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이 그림책은 '생각이 넓어지는 그림책' 시리즈에 속해 있던데, 다음 권들에서 기획자가 좀 더 '넓게' 생각하고 만들면 훨씬 더 훌륭한 그림책이 나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