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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아마도 누님이 산 책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 서문의 첫 글이 1990년으로 되어 있는데 그 이전에 보았었는지 그 이후였었는지 불명확합니다. 아무튼 오래 되었습니다.
그 때에는 조금 아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더 먹으니 더 심해지는군요.
리뷰를 쓸 때 내용을 인용하지 않는 것을 근래엔 원칙으로 삼았지만 아래에 쓴 대목은 어쩔 수 없이 인용해야겠습니다.
"장님 놀이하게? 그럼 오빠, 내가 귀를 잡아당기는 대로 가야 해." 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길을 가는 양 조용조용히 물었다. "어디만큼 왔냐?" "당당 멀었다." "무엇이 보이냐?" "초승달이 보인다." "어디만큼 왔냐?" "당당 멀었다." "무엇이 보이냐?" "밤배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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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국어 교과서(비상교육, 2010년 초판)에 시나리오로 실린 <초승달과 밤배> 의 원작소설 2권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정채봉 선생님이 이리 사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소개를 보니 '자전적 성장소설'이라 써있네요. 장길수 감독이 밤새 눈물 흘리며 읽고 영화화했지만 2001년, 쉰 다섯의 나이로 돌아가신 정채봉 선생님은 2005년 개봉한 영화를 못보셨다고 하네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쳐가는 주인공 녀석도 가슴 아리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을 키우고 이 녀석을 위해 목숨을 내 놓는 할머니의 삶에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존경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숭고함에 대한 가슴시린 존경을요. 어쩌다 엄마라는 허울을 쓰고 살고 있지만, 참으로 버거운 그 허울, 숭고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유기체 둘, 세상에 남겨놓는다는 명분이라도 생기길, 이 책의 말숙 할머니, 남편의 무덤 앞에서 그 흰 치마를 펄럭이던 그 할머니께 빌어봅니다. 2012. 7. 25. 완연한 여름, 다른 나라를 거쳐, 반쪽이 다른 나라 땅이 된, 우리 민족의 산을 갈 날을 하루 앞 둔 이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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