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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통째로 옮겨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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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표시, 어쩐지 이 리본은 산길에서 나를 인도해준 것처럼 일상에서까지 쭉 인연을 맺어가고 싶은가 보다. 내가 이 책의 제목에 단번에 끌린 것은 아직도 길목마다 나뭇가지에 리본을 묶어놓고 갔을 앞선 사람들의 노고와 배려를 잊지 않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연처럼 만난 소설가 전경린의 산문집 '붉은 리본'은 그녀가 밝힌 머리말에 글귀처럼 '이 글들은 마치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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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올레길 표시, 어쩐지 이 리본은 산길에서 나를 인도해준 것처럼 일상에서까지 쭉 인연을 맺어가고 싶은가 보다. 내가 이 책의 제목에 단번에 끌린 것은 아직도 길목마다 나뭇가지에 리본을 묶어놓고 갔을 앞선 사람들의 노고와 배려를 잊지 않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연처럼 만난 소설가 전경린의 산문집 '붉은 리본'은 그녀가 밝힌 머리말에 글귀처럼 '이 글들은 마치 십 년이라는 숲의 미로를 지나오는 동안 굽어지는 길과 갈라지는 길마다 나뭇가지에 하나씩 묶었던 붉은 리본들 같습니다. 더러는 오래되어 자줏빛으로, 보랏빛으로 바래기도 했겠지요. 그 길을 내가 되돌아갈 리야 없겠지만, 누군가 해질 무렵 그 숲을 헤맬 때 나뭇가지에 묶인 붉은 길 표식 리본을 발견하고 어떤 모험가가 지나간 길인 것에 안도하고 공감하고 용기를 내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체득한 것처럼 홀연히 만났지만 꼭 필요한 과정 같다.

 

 

  소설가 전경린, 그녀의 소설을 읽고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었던 언어들의 향연을 넋 놓고 감탄하며 끝도 없이 우울한 음악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이 기억이 어렴풋한 이유는 걷잡을 수 없이 엄습해온 우울모드가 제자리를 찾은 후엔 그녀의 작품에 손을 뗐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은 나를 무중력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뿌연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그런 슬픔이 주위를 감싸고 점차 선명해지는 세상은 너무나 몽환적으로 아름다워 눈물이 갑자기 주르륵 떨어지게 만드는, 그러다 다시 나의 현실로 뚝! 떨어졌을 때 이 평범함의 괴리감! 아~ 정말이지 이런 느낌은 싫다.

 

  이 산문집은 소설보다도 더 그러했다. 소설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면 된다지만 산문집은 온전한 그녀의 세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알 수 없어 더 혼란스럽다. 때로는 알 듯 모를 듯 한 과거를 언뜻 내비치기도 했다가 한없이 나른한 일상의 일기가 춤을 추기도 했다가 영화나 책에 관한 나를 자극하는 감상들이 나오기도 했다가 독립적인 가치관을 피력하기도 했다가 그리고 꿈같은 단편 소설들이 엉뚱하게 나오기도 하는 그런 글들로 가득하다.

 

 

'여름 빗줄기 속에서 발자국 냄새가 올라온다. 생몰 미상으로 유령처럼 차례로 사라져간 봄꽃들의 냄새와 달팽이들이 기는 어두운 숲의 냄새와 흰색 장미 향기, 그리고 아무도 몰래 구두를 들고 침실로 숨어드던 내 사랑의 무릎 냄새가 난다.'(p.24)

 

'산에는 요즘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 아카시아 향과 찔레 향을 앞세운 산 향이 왈칵왈칵 넘쳐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민가를 덮친다. 창을 열면 금세 내장 속까지 푸른 멍 빛이 들어버린다. 오랜만에 앞산의 안부를 알자고 늘 입고 뒹구는 목면 원피스 아래 발목까지 오는 면양말을 신고 운동화 차림으로 나섰다.'(p.28)

 

'바람이 펄렁펄렁 분 날, 세제 거품 같은 눈이 온 날, 비가 내리는 날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길로 무수한 내가 지나갔다. 먼 여행지에서 트렁크를 끌고 돌아온 내가, 밤과 낮 사이의 열정 때문에 눈 속의 모세혈관이 파열된 내가, 주렁주렁 일상의 무거운 보따리를 든 내가, 혹은 누군가를 마중 나가 밤거리를 초조하게 서성이던 내가...'(p.34)

 

'하지만 몸이 아플 때,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고 한낮에 약을 먹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하루 저녁과 밤을 다 보내고 다음 날 아침 햇볕 속에서 눈을 떴을 때, 외로움의 양이 내 키를 넘쳐 범람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물이 든 방 안에서 발을 다 적시고 선 것처럼 철벅철벅 서성이게 되는 것이다. 그때 거울을 보면 내 두 눈은 문자를 모르는 짐승의 눈같이 아득하다. 외로움을 인식적으로 내면에 수납하지 못하는 문맹의 눈...... 이런 때 나는 책을 덮고 아직 육체에 습득하지 못한 어떤 춤을 추고 싶다.(p.71)'

'위험한 사견이지만, 꽃을 꺾어본 사람이야말로 꽃나무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 그 순간에 꽃이 자기 생애로 들어오는 것이다.'(p.125)

 

 

  언어와 연애를 하듯 그렇게 펜 끝에서 나온 단어 단어들이 줄줄줄 무심한 듯 체념한 듯 힘 없는 듯 지리멸렬한 듯 처연한 듯 그렇게 마구 쏟아지면, 나도 졸린 듯 지친 듯 나른한 듯 그렇게 빠져든다. 그리고 우울모드다. 사랑의 불같은 단계를 지나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단계에 왔을 때, 그것을 초연하게 쳐다보는 듯 그런 느낌이다. 그 초연함 속에서 묻어나오는 언어는 그래도 아직 연애중인 거다. 그래서 이 산문집에서 밑줄 친 부분들을 여기에 올리라 하면, 아마도 책 한 권을 통째로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무중력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날 우울모드로 전환시켜 버리는 그녀의 힘은 여전하다. 다만, 그런 모습들이 이젠 나에게 안 어울린다. 용감하게 여기까지 왔지만 만나자마자 또 다시 이별이다.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t****o 2012.01.12. 신고 공감 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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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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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황진이’,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열정의 순간’ 등 많은 소설을 집필하며 문학계에 등단한지 1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자신의 노트에 써온 수많은 수필, 에세이들을 추리고 모아서 이 책을 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이 모이기만 하면 책 한권 내고, 억지로 채워낸 듯한 산문집들이 넘치는 요즘. 10년간이나 모아온 자신의 보물들을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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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황진이’,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열정의 순간’ 등 많은 소설을 집필하며 문학계에 등단한지 1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자신의 노트에 써온 수많은 수필, 에세이들을 추리고 모아서 이 책을 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이 모이기만 하면 책 한권 내고, 억지로 채워낸 듯한 산문집들이 넘치는 요즘. 10년간이나 모아온 자신의 보물들을 묶어서 냈다는 소식에 나는 은근한 기대를 품고 책을 넘겨갔다. “무(無)는 얼마나 기습적이고 또 집요한가. …… 집요했던 욕망의 밑바닥이 기우뚱 스러지고 의미와 불가능한 목적들도 재처럼 날려 가버린다. 내가 나이고 너는 너였는가? 내가 사랑한 것은 너인가? 우리에게, 이 삶에 정말 실체가 있는가? 흡사 밤새워 들판에 나가 춤을 춘 빗자루가 창백한 새벽에 직선으로 넘어지듯 나는 사라져버린다. 세계가 쥐 죽은 듯 고요하다.”(35쪽) 책 중에 있는 글귀 중 하나이다. 이 책의 분위기가 느껴지는가? 학창시절 산문은 쉽다고만 배웠던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다. 작가의 느낌을 형상화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글들이기도 했고 작가의 글 솜씨, 테크닉들이 유감없이 발휘되었기에 한 페이지를 읽는 데에도 10분가량이 걸리기도 하였다. 이 글의 의미하는 것, 작가가 글을 쓰는 동안의 느낌과 감정.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감성이 풍부해지는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녘이 되었다. 작가 자신도 ‘내가 느낀 많은 느낌들,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을 다른 사람과는 변별되는 가장 나다운 고유한 언어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문학을 시작했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언어에 대한 욕구에 빠져서 언어와 일종의 연애를 하듯이 썼다.’고도 이야기한다. 만일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 너무나 테크닉적인 문구들, 약간은 페미니즘적인 집착들. 나도 이 책을 잡고 나서 포기하고픈 마음이 수십 번 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감상과 작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열등감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음.... 책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하자면.... 역시 산문집은 쉬워야 재밌다.
a******l 2006.10.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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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도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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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는 천성적으로 고독한 사람인가 보다.그의 글 곳곳에서 생에 대한 외로움, 때로는 절망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어쩌면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고독한 상황을 감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글이든지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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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는 천성적으로 고독한 사람인가 보다.

그의 글 곳곳에서 생에 대한 외로움, 때로는 절망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고독한 상황을 감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글이든지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작가가 되는 것을 인생의 지향점으로 삼게 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기도 한다.


그도 이 책에서 분명히 말한다.

자신이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는 철저한 사적 생활에 대한 명분, 몽상과 환상에 질서를 부여한 형태와 안식의 완성, 현실을 벗어난 사색의 시간과 책 읽을 시간에 대한 직업적인 권리 확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타인과의 은밀한 교감, 성가신 의무를 대신하는 삶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 스스로 선택한 진실과 윤리와 가치로써의 작품 세계의 형성화 (210쪽)를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 했다고 말한다.


그가 스스로 밝힌 이런 이유만으로도 작가는 고독한 존재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며 고독한 존재가 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단지 그들의 고독이 알맹이없는 멋스러움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철저히 감내하여 일궈 낸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 되기를 바란다.


j*******s 2017.01.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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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리본을 따라 삶의 미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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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모는 여자』『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등 줄곧 화제작들을 발표해 온 전경린의 산문집이다. 등단 후 10여 년 동안 곳곳에 조각 글로 흩어져 있던 글들을 정성스럽게 끌어 모았다. 산문집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오래 망설였다는 작가는 서문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밝혔다.   “제게 이 글들은 마치 십 년이라는 숲의 미로를 지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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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모는 여자』『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등 줄곧 화제작들을 발표해 온 전경린의 산문집이다. 등단 후 10여 년 동안 곳곳에 조각 글로 흩어져 있던 글들을 정성스럽게 끌어 모았다. 산문집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오래 망설였다는 작가는 서문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밝혔다.

 

“제게 이 글들은 마치 십 년이라는 숲의 미로를 지나오는 동안 굽어지는 길과 갈라지는 길마다 나뭇가지에 하나씩 묶었던 붉은 리본들 같습니다.(…)누군가 해 질 무렵 그 숲을 헤맬 때 나뭇가지에 묶인 붉은 길 표식 리본을 발견하고 어떤 모험가가 지나간 길인 것에 안도하고 공감하고 용기를 내기를 바라봅니다.”

 

작가는 스스로 모험가라 칭한다. 문학이라는 수렁처럼 깊은 세계 속에서 진흙 투성이 몸으로 자기만의 길을 내고 있는 사람. 그래서 전경린의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은 더욱 매력적이다. 시골에서 폭염의 햇빛 속을 걸을 때 느꼈던 외로움과 공포를 이야기하다가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가 느끼는 상실과 부재의 공포 같은 삶의 원형적인 공포로 넘어오기도 하고, 삶의 운명성이나 일관성처럼 늘 고민하고 깨달아야 할 과제들을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유려한 문체로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작가는 소설에서도 꾸준히 여성의 내면적 역사에 관심을 보여 왔는데 산문에서도 소설의 단초가 되었을 만한 생각들이 드러난다. “최후의 식민지는 여자라는 말”을 “한참 지나간 시대의 표현”으로 단정하면서도 모성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극에 달한 모순을 해체하고 모든 것을 언제나 근본으로 돌려놓는” 것을 여성성의 표상으로 규정한다. 자연의 법칙과 여성성을 동일하게 여기는 작가의 시선은 “진정한 여성이 된다는 것이 바로 각자 신화가 된다는 뜻이다.”로 정리되기도 한다. 그러한 시선 속에 인간에 대한 조용하고도 깊은 관심이 깃들어 있다.

 

전경린의 초기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선병질적이고 창백하며 치마(주로 원피스)를 즐겨 입는 여자들을 선망하던 때가 있었다.『유리로 만든 배』를 읽으며 결혼이나 여행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는 스물 다섯이란 나이는 뭘까 심각하게 상상했고,『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을 읽을 때는 심란하게 흘러가버린 스무 살을 돌아보았으며, 전경린의 소설에서 가장 많이 마주쳤던 서른 살이 넘은 여자들은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일까, 왜 저렇게 다들 멀리 떠나버리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세월을 보내면서 깨달았다. 내 안의 “느리고 맑은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면 된다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55개의 붉은 리본 찾기를 마치고…저마다 나뭇가지 하나를 골라 리본 하나를 매어 두자. 그 길을 내가 되돌아갈지, 누군가를 위한 표식으로 남을지 그 또한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t****7 2007.01.27. 신고 공감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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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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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다가오면 존재를 놓칠까 작정이라도 했다는 듯,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주말.   연말다운 분위기에 취해, 살짝 감도는 숙취와 함께 들어선 일요일의 도서관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포근한 도서관의 기운, 뭉근하게 풍기는 책내음에 서고를 돌다 오랜만에 전경린의 산문집, 붉은 리본과 마주했다.   *   어른이 된 후에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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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다가오면 존재를 놓칠까 작정이라도 했다는 듯,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주말.

 

연말다운 분위기에 취해, 살짝 감도는 숙취와 함께 들어선

일요일의 도서관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포근한 도서관의 기운, 뭉근하게 풍기는 책내음에 서고를 돌다

오랜만에 전경린의 산문집, 붉은 리본과 마주했다.

 

*

 

어른이 된 후에 가장 심각한 공포는 무엇이었을까?

소유했다고 안힘했던 것이 허방 딛듯 천 길 나락으로 사라져버리는,

상실과 부재의 공포가 아닐까?

 

그것이 사람이든 물질이든

좁고 깊은 틈으로 영원히 하나의 희망이 빨려들어가는 삭제의 공포.

 

*         

 

타인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는 것이 자기애와 다른 것은

우회를 통한 놀라운 증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경린의 글은 온기가 가득한 바닷물같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몸을 맡기면 작게 춤을푸는 여린 파도처럼

마음을 다독다독 거려주는 힘이 있다.

 

그런 그녀의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독서일기로 채워진 "붉은 리본"

덕분에 올해의 첫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마음이 가만히 녹여졌다.

 

 

 

 

 

 

 

 

 

 

 



s*****e 2009.12.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