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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시험 끝나기를 기다리며 딸래미 동화책을 봄햇살 받으며 읽었습니다.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글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고 감동적이었어요. 동화책 읽으면서 오랜만에 눈물도 찔끔거렸다지요.
잔잔하면서도 또 감동 적이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2007/04/09 |
| 표지속의 아이가 염소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는 ‘송아지 내기’와 함께 15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잔뜩 미뤄 놓은 책인데 책을 들자마자 끝까지 읽고 말았네요. 그만큼 이금이 작가의 필력의 힘이 초기 작품인데도 대단합니다. 작품마다 재미보다는 가슴 가득 따뜻한 감동이 연이어 밀려옵니다. 농촌의 순박한 인심도 만나고 아이들의 해맑은 마음과 풋풋한 사랑이 예쁠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심리묘사도 얼마나 타월한 지 어쩜 이다지도 사람 속내를 다 알까 싶어 놀랐답니다.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기보다 어린시절 자신을 모습을 많이 떠 올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몇 십 년 전의 이야기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아이들보다 엄마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가 맞는 듯도 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나옵디다. 인물들의 안타깝고 애틋한 맘들이 전해졌기 때문이지요. ‘송아지 내기’는 몇 해 전 아이 공부를 봐주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교과서가 아닌 국어 참고서에서였지요. 그 때 아이가 간 크게도 송아지를 걸고 이웃 할머니와 윷놀이를 했다 지고난 뒤 식구들에게 말도 못하고 송아지를 잃게 될까봐 혼자 끙끙되던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지요. ‘영구랑 흑구랑’은 우연히 홍수 때 떠내려 온 염소를 목숨 걸고 건진 이유로 염소의 주인이 된 아이가 키우며 정든 염소를 차마 팔지 못하는 살뜰한 맘이 참으로 곱게 다가옵니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정을 나누고 살면 식구로 여겨지는 거겠지요. 또 ‘선생님의 볼우물’에서는 남들은 이순신 장군이나 이름난 사람을 존경한다고 하는데 겨우 동네 복동이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하는 아이의 말이 당찹니다. 비록 한쪽 눈이 찌그러 붙고, 앞니가 두 개나 없지만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임을 알아볼 줄 아는 아이의 맘이 기특하고 어른스럽게 느껴집니다. ‘제비꽃’에서는 소영이를 바라보는 종수의 마음이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잠시 피어나는 풋사랑에 놀라고 다른 아이가 우습게 여길까 물 속으로 소영이를 밀쳐 넣을 수밖에 없었던 종수의 행동이 비겁해 보이자만 도망치듯 뛰어가며 ‘미안해’를 연발하며 종수의 맘이 어떨지 알 수 있지요. ‘반디초롱’ ‘고향 가는 길’ ‘무지개길’은 잊혀져 가는 고향마을의 풋풋한 인정과 잊혀져 가는 모습들을, ‘살아있는 돌’ 과 ‘아침에 별이 뜬 집’ ‘흰나비나무’ ‘콩나물은 무얼 먹고 자라나’는 자연 그대로 사랑하고 인정하기를, ‘갈 수 없는 나라’ ‘산딸기’ ‘봉삼 아저씨’는 아픈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사랑과 위로가 담겨 있고 ‘아빠의 비밀’에서는 혼자 버림 받은 기분을 느끼는 딸아이에게 “너를 제일 사랑한다”고 하는 아빠의 비밀 고백이 아이의 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답니다. 이 가을 가슴 따뜻해지는 만남을 추천합니다. 여러분은 15년이 넘게 꾸준히 사랑 받아 온 동화집 “영구랑 흑구랑”을 읽으면서 금방 감동물결에 푹 빠지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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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란 나. 나에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고향이 따로 없다. 서울이 나의 고향이라면 고향이랄까? 어렸을 때도 이 책에서 나오는 시골집이라는 곳이 없었다. 시골집이라고 해서 갔던 곳은 기껏해야 대전이나 춘천 정도였다. 시골이라기보다는 도시에 더 가까운 곳이었기에 특별할 것이 없었다. 조금 커서는 명절이어도 모이는 언제나 모이는 곳은 서울이나 일산이었기 때문에 복잡한 귀성길도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이기만 했다.
그러다 딱 한 번 아주 먼 친척집이라며 갔던 곳이 있었다. 그 집은 책에 나오는 집처럼 초가집에 부엌 아궁이에 불을 떼서 방을 지피는 그런 곳이었다. 그날 오빠랑 나는 그 집 아이들과 함께 아궁이에서 한참동안 불을 떼며 고구마며 감자를 구워먹었다. 그리고 해질 무렵에는 밭에 나가 쥐불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았었다. 그런 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땅이 뜨거워서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쌀쌀한 가을이었음에도 방바닥이 따뜻하다 못해 너무 뜨거워서 우리의 잠을 방해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발견한 건 시꺼멓게 타버린 방바닥 장판이었다. 우리가 고구마랑 감자를 구워먹는다고 아궁이에 불을 너무 많이 떼서 생긴 결과이었던 것이다. 시골집이라는 곳은 나에게 시꺼멓게 탄 장판을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는 조금만 나가면 볼 수 있었던 소나 돼지, 염소들을 보기 위해 우리는 동물농장을 가고, 동물원에 간다. 시골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골 체험 학습을 간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시골의 느낌을 알 수 있을까. 나도 딱 한번 가졌던 추억을 우리 아이들은 가질 수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들이 그저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되 버리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이야기들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일부러 알려하지 않으면 모르는 풋풋한 시골의 생활, 그곳에서 배우는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이런 것들은 놓치며 산다는 것이 참 안타깝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현대 사회에서 느끼기 어려운 이런 정겨움을 우리는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아파트에 사는 우리. 이사 온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길가다가 아무리 나이 많으신 어른들을 만나도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인사를 하지 않는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는 끈을 메고 주인을 따라다니는 강아지나 뒤룩뒤룩 살찐 비둘기가 다다. 지하철 입구나 길에 걸인들이 있어도 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다니기 바쁘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서도 흙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아이들은 꽃이나 곤충보다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참 많이 변한 우리네 세상이다. 10년, 20년이 더 지난 다음에 우리는 우리의 현대 사회에서 정겨운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책이 주는 감동의 깊이만큼 우리의 현재가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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