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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야, 자니?] 동시집
"[먼지야, 자니?] 동시집" 내용보기
매일 학교에 가는 아이들,매일 학원에 가는 아이들,매일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들,매일 땅만 보고 다니는 아이들,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매일 엄마 잔소리에 얼굴 찌푸리는 아이들,매일 잠이 부족한 아이들,매일 먹을 것은 넘쳐나는데, 밥은 싫다고 하는 아이들,하늘도 한 번 보고, 산도 한 번 보고, 나무도 한 번 보고, 꽃도 한 번 보고, 풀도 한 번 보고,비도 맞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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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학교에 가는 아이들,

매일 학원에 가는 아이들,

매일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들,

매일 땅만 보고 다니는 아이들,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매일 엄마 잔소리에 얼굴 찌푸리는 아이들,

매일 잠이 부족한 아이들,

매일 먹을 것은 넘쳐나는데, 밥은 싫다고 하는 아이들,

하늘도 한 번 보고, 산도 한 번 보고, 나무도 한 번 보고, 꽃도 한 번 보고, 풀도 한 번 보고,

비도 맞아 보고, 눈도 맞아 보고, 옷에 얼룩도 묻혀 보고, 풀벌레랑 대화도 나눠 보고,

햇살 보고 웃어보고,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그늘에서 속닥속닥해보며, 

친구랑 손잡고 얘기해 보고, 친구에게 토라져서 고개 돌리고 가보고,

다시 친구랑 손내밀어 쑥스러운 미소 지으며 화해도 해보는...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자라가기를 꿈꿔보는 아침이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는 작가의 변이 재밌다.

학교에 가면 집이 잘 있을까 궁금하고, 집에 오면 학교가 잘 있을까 궁금하고...

아이들다운 궁금증과 왕성한 요 커다란 호기심을 잘 키워줘야 하는데,

숙제와 공부, 선행학습 등이 자꾸만 아이들의 생각의 성장을 막는다.

아이들 때 가질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생각들이 쑥쑥 자라서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고 조금은 더 재밌어졌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복잡한 세상은 나몰라라하며 밝고 맑고 건강하게 쑥쑥 컸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요상하게 꼬이고 있는 어른들의 이상하고 어이없는 세상이 얼른 올바르게 정리되기를,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는 아침이다.

 

 

책이 된 꽃

 

꽃이 책이다.

나비가 읽고 가는

책.

꽃내 스민 갈피 갈피를

더듬이로 읽고 간다.

 

꽃이 책이다.

바람이 읽고 가는

책.

새로 돋은 침을 묻혀

소슬랑소슬랑 넘겨 읽는다.

 

꽃이 책이다.

해님이 읽고 가는

책.

포시시 눈맞춤으로

총총총 읽어 내린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담장에 줄줄이 핀

새빨간 덩굴장미.

 

나비가 읽고 지난다.

바람이 읽고 지난다.

해님이 읽고 지난다.

내가 줄줄 읽으며 지난다.

 

 

내 인생

 

<원조 떡볶이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떡볶이, 참 맛있겠다!'

 

<맛있는 빵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팥빵, 참 맛있겠다!'

 

<영주네 만두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통만두, 참 맛있겠다!'

 

학원 갔다 돌아오는 늦은 저녁 길

침이나 꿀꺽꿀꺽.

이러다 내 인생,

다 끝나겠다!

 

 

먼지

 

책장 앞턱에

보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할머니 허리

 

우리 할머니 허리는

초승달처럼

굽었다.

 

오늘 저녁 초승달은

곱기도 하다.

 

초승달처럼 굽은 허리의

할머니가

나는 정말이지 좋았다.

 

이른 저녁 할머니가

하늘에 떠서

밤 마실 간다.

지팡이도 짚지 않고

밤 마실 간다.

 

 

꽃씨

 

김씨

이씨

박씨

정씨

윤씨

 

많은 성씨 가운데

꽃씨.

 

내 이름 '김윤희' 대신

꽃윤희

동생 이름 '김윤섭' 대신

꽃윤섭

 

친구들이 부러워하겠다.

다른 성씨 다 놔두고

꽃씨.

 

 

나팔꽃 싹

 

갸우숙,

토끼 두 귀를 닮은

나팔꽃 떡잎 두 장.

 

비 내린 이튿날 아침,

꽃밭 흙에

토끼 귀가 여럿 나왔다.

 

흙 속에는

귀 잃어버린

풀빛 어린 토끼

여럿 살겠다.

 

 

싸움

 

번쩍 - 버언쩍!

꽈르릉 꽈르릉 - 우르릉 꿍꽝!

먹구름, 비구름

싸움이 붙었다.

 

진 편은 쓰러져

운다.

좍좍좍 소리 내며

막 운다.

 

 

바람 발자국

 

단풍 나무 밑에서

보았다.

 

바람 발자국

 

바람은 그만

단풍나무 아래에

발자국을 떨어뜨리고

갔다.

 

다박다박

걸어간

바람 발자국

바알갛게 익은 바람 발자국.

 

 

알 리 없지

 

쪼르르쪼르르

바시락바시락

갈금갈금

 

커다란 산은

알 리 없지.

쬐그만

다람쥐 한 마리.

 

쪼르르쪼르르

바시락바시락

갈금갈금

 

다람쥐 한 마리는

알 리 없지.

그 산 얼마나

큰 산인지.

 

 

 

 

 

 

 

c*****p 2016.10.27. 신고 공감 4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작은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도록 도와 줄 동시집이네요.
"작은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도록 도와 줄 동시집이네요." 내용보기
평소에 이상교 선생님의 동시집을 즐겨 읽었어요. 이상교 선생님은 그림도 참 잘 그리시는데요, 그동안 전시회 외에는 선생님의 일러스트를 볼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죠. 맨 처음 낸 동시집 이후에 참으로 오랜만에 손수 일러스트를 그린 동시집이 나와서 반가워요. 게다가 이번 동시집은 컬러 그림이어서 더욱 그림이 살아나네요! 선생님의 동시도 참으로 아름답네요. 조카에게 주고
"작은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도록 도와 줄 동시집이네요." 내용보기
평소에 이상교 선생님의 동시집을 즐겨 읽었어요. 이상교 선생님은 그림도 참 잘 그리시는데요, 그동안 전시회 외에는 선생님의 일러스트를 볼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죠. 맨 처음 낸 동시집 <나를 꼭="" 닮은="" 아이=""> 이후에 참으로 오랜만에 손수 일러스트를 그린 동시집이 나와서 반가워요. 게다가 이번 동시집은 컬러 그림이어서 더욱 그림이 살아나네요! 선생님의 동시도 참으로 아름답네요. 조카에게 주고싶은 책이에요. 특히 비오는 날 함께 읽으면 더욱 즐거울 거에요. 또닥 또도닥 졸졸졸!! 참 어느 갤러리에서 5월에 선생님 그림 전시회가 있다고 하네요. 이 책에 실린 그림들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봄나들이 겸 다녀와야겠어요.

[인상깊은구절]
비 내리는 날 비 내리는 날 교실 안은 맑게 갠 날보다 시끄럽다. 자, 조용! 선생님 말씀에 우리는 입을 꼭 다무는데 창 밖에 내리는 비는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는다. 천 개 만 개도 넘는 빗방울들이 시끌시끌, 와글와글 잘도 떠든다. 투다닥 투닥투닥 따닥따닥 좌르륵 좍좍, 쏴아아! 유리창, 나뭇잎들, 창틀이 따닥따닥, 투두둑, 탁탁탁, 덩달아 떠들어 훨씬 더 시끄럽다. 좌르륵 좍좍, 출출출 따닥, 딱, 딱, 딱, 따다닥. 봄비 소리 홈통 속으로 봄비 소리가 지나간다. 또닥 또도닥 졸졸졸 우리집은 아파트 10층 또닥 또도닥 졸졸졸 10층 유리창 밖으로 이른 봄이 지나간다. 아스라이 지나간다.
a****o 2006.05.22.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마음을 주면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마음을 주면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내용보기
속으로 말한다     작고 귀여운 걸 보기만 하면 우리집 고양이 생각이 난다.   ‘우리 쪼꼬미만큼 예쁘네!’ 속으로 말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물으면 웃음이 난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난다.   ‘야, 우리 고양이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친구가 속상할까 봐 속으로 말한다.   우리 쪼꼬미,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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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말한다

 

 

작고 귀여운 걸 보기만 하면

우리집 고양이 생각이 난다.

 

‘우리 쪼꼬미만큼 예쁘네!’

속으로 말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물으면

웃음이 난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난다.

 

‘야, 우리 고양이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친구가 속상할까 봐

속으로 말한다.

 

우리 쪼꼬미, 정말 예쁘다.

 

 

화자가 고양이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그로 인해 친구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어린이 마음도 잘 나타나 있다. 실상 여러 번 만나본 이상교 시인은 다른 사람을 따스하게 배려하면서도 고양이를 엄청 예뻐하는 시인이다. 시인도 처음에는 뾰족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 앙칼진 울음소리 때문에 고양이를 싫어했단다. 그러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쓰다듬고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 하는 동안 정이 듬뿍 들었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제 고양이를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의 / 예쁜 것보다 / 훨씬 더 예쁘다’(「우리집 고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고양이 사랑은 시인이 그린 그림에도 나타나 있는데, 그림 속 고양이는 검은 털에 노란 눈동자, 녹색 목걸이를 하고 멋진 스카프까지 쓰고 있다. 마치 시인의 예쁜 딸 같다.

 

 

시인이 또 아주 사랑하는 것은 비다. ‘비야, 내 머리에 내리지 마. / 나는 나무가 아니야. / 내 팔에서는 잎이 나지 않아. / 내 종아리에서는 가지가 벋어 나오지 않아.’(「비 오는 날」)라고 말하고 있지만 비를 맞는 그림 속 아이 머리에는 노란 꽃이 피고 발바닥에는 뿌리가 자란다. 비 오는 날 아이는 나무가 된다. 분명 시인도 그럴 것이다. 그런가 하면 ‘비 내리는 날 교실 안은 / 맑게 갠 날보다 / 시끄럽다’(「비 내리는 날」)고 하는데 그때의 소란스러움은 생명이 깨어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좌르륵 좍좍, 출출출 / 따닥, 딱, 딱, 딱, 따다닥.’

 

 

눈치 챘겠지만 시인은 천상 시인이라고 할 만하다. 환갑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맑은 눈과 마음을 갖고 세상을 사랑하는 동심의 시인이다. 그리하여 시인이 보고 마음을 주는 것 그 어느 것이라도 글로 옮기면 동시가 된다. 그러나 시인의 재능은 때로 족쇄가 되기도 한다. ‘노랑 꽃 / 노랑 꽃 / 키 작은 노랑 꽃’(「키 작은 꽃」), ‘먹구름, 비구름 / 싸움이 붙었다 // 진 편은 쓰러져 / 운다. / 좍좍좍 소리 내며 / 막 운다.’(「싸움」), ‘초저녁 하늘 / 이르게 / 뜬 / 별 하나.’(「초저녁 별」) 같은 시는 너무 쉽게 썼거니와 작품으로 승화되기 직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동심천사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너무 쉽게 사랑을 주고 노래한 탓이다. 동시집에 아이들이 와글대지 않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그렇더라도 다음과 같은 시는 바람직한 생활시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먼지야, 자니?

 

 

책상 앞턱에

뽀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YES마니아 : 로얄 g*******g 2009.12.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