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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학생 지도에 지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휴직이나 퇴직을 선택하는 학교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이계 모드에 있는 학생들의 공격을 받고, 이제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학생 지도라는 정석이 파괴되어 교직자로서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열성적이고 실력이 있는 교사일수록 그러한 정석이 무너지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p.96」
도서관에 갔다가 많이 들어본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양을 둘러싼 모험"은 최근에 다시 읽은 하루키 소설 "양을 쫓는 모험"과 같은 책이다. 출판사를 보니 문학사상사, 책을 꺼내보니 하루키 장편소설들과 심리상담을 연관시켜 쓴 책이다. 하루키 소설에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나오곤 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상담 전문가가 사춘기를 다룬 책을 썼다니 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실 책 내용은 상당히 직관적이고 추상적이다. 하루키는 이야기를 구상하지 않고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때문에 본인도 소설에 등장한 비유, 은유에 내포된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소설을 가지고 정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쓴 책이라 그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는 교사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추천의 글에서 정신과 의사 김정일도 짚어냈듯 저자가 이계, '저쪽', '보이지 않는 신체'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존재를 잘 이해할 수 없을 때 서양의학의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마음, 영혼, 정신, 무의식, 이계, 보이지 않는 신체, 저쪽 처럼 근대 이후에 보이는 것만 믿게 되었던 문화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영역 또한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것임을 저자와 하루키 소설은 말하고 있다. 그것들은 몸, 보이는 신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며 무게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졌을 때 다른 한 부분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프게 될 것이다.
그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일상에서 진실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든, 종교에 의지하는 것이든,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신체의 존재를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내가 보이는 신체를 통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 신체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 요즘 '수유+너머' 고미숙의 글에 푹 빠져 있는데 그가 "호모 에로스"에서 책 내내 하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니 신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