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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행위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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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많다. 게다가 요즘은 출시되는 카메라의 성능은 너무도 뛰어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은 누구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 여건과 시간, 그 외의 모든 것이 허락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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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많다. 게다가 요즘은 출시되는 카메라의 성능은 너무도 뛰어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은 누구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 여건과 시간, 그 외의 모든 것이 허락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날 수 있었던 사진의 화려함 때문이었다. 일상을 벗어난, 나에게는 낯선 공간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지만 당분간 여행은 힘들 것 같은 내 처지 탓에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여행이라도 엿보고픈 욕구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여행 칼럼니스트로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한 곳은 총 10곳이었다. 하지만 대개의 장소가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여행객들에게는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에도 수천 명이 유럽 대륙에 발을 디디겠지만, 그 중 크로아티아를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체 게바라를 통경하는 사람이야 넘쳐나지만 그의 혁명가로서의 삶이 완성되어가던 쿠바를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한 이에게 가능한 여유가 바로 이런 것일까 싶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파란 하늘을 사진을 통해 만났다. 어떤 수식어를 써도 완벽히 표현해내지 못할 바다의 푸르름 그리고 그 위에 신기하게도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산호초 하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매력 앞에서 나는 호주가 지닌 또 다른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독한 인종주의와 내전으로 얼룩진 크로아티아에도 파괴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었고, 독재자 피노체트의 인권 유린과 불안한 치안의 그림자가 크게만 느껴졌던 칠레에는 하늘의 축복이라 할 법한 아름다운 날씨가 있었다. 사진에서부터도 매서운 바람이 느껴지는 러시아와 북유럽 국가들 역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물씬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나 보다.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떤 곳도 여행지로서는 훌륭할 수밖에 없나 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여행 안내서일까 아니면 사진집일까? 여행을 본격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실질적으로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진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다수의 여행서가 담고 있는 지도나 유명한 관광장소 따위에 대한 소개 면에서 이 책은 인색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사진집이라 하기에도 다소 애매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카메라만 잡으면 여행을 생각한다는 저자의 여행 과정은 사진을 통해 그리고 글을 통해 소상해 살펴볼 수 있다. 가벼이 읽고 넘길 수 있는 한 편의 에세이라고 한다면 저자에게 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그럼 어떤가? 낯선 세상 곳곳을 이토록 짧은 시간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을 텐데 말이다.
이달의 사락 q*****2 2006.1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