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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 누리기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 누리기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내용보기
찾아 읽는 사진책 133   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 누리기―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알베르토 코르다 사진·글,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펴냄,2006.5.17./13000원     알베르토 코르다 님 사진과 삶을 들려주는 사진책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현대문학,2006)를 읽습니다. 쿠바사람 알베르토 코르다 님은 처음에 패션사진만 찍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쿠바혁명을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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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33

 


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 누리기
―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알베르토 코르다 사진·글,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펴냄,2006.5.17./13000원

 


  알베르토 코르다 님 사진과 삶을 들려주는 사진책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현대문학,2006)를 읽습니다. 쿠바사람 알베르토 코르다 님은 처음에 패션사진만 찍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쿠바혁명을 맞이했고, 쿠바혁명 뒤로는 패션사진 아닌 ‘혁명’사진을 찍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진책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에 담은 사진과 글을 읽다 보면, 코르다 님과 쿠바가 이루는 혁명은 ‘갑작스럽지 않구나’ 싶어요. 삶에서 천천히 녹이는 혁명이고, 삶을 차근차근 즐기며 빛내는 혁명이며, 삶을 사랑하는 하루하루 모아서 어깨동무하는 혁명이로구나 싶어요.


  코르다 님은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자연광만 좋아한다. 인공광은 현실을 왜곡한다(18쪽).” 하고 말합니다. 혁명쿠바에서 사진을 찍기 앞서, 패션사진을 찍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햇빛을 좋아했다고 해요.


  그렇지요. 빛은 자연이지요. 햇빛은 자연이에요.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에 따라 달라지는 빛은 자연이에요. 달빛과 별빛은 자연이에요. 구름빛과 무지개빛은 모두 자연이에요. 풀빛도 물빛도 모두 자연입니다. 사진으로 이루는 빛인 사진빛 또한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가꿀 수 있어요. 누군가는 따로 불을 펑펑 터뜨리며 찍을 수 있고, 누군가는 코르다 님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빛깔과 빛결을 살리는 사진길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쿠바라는 나라에 혁명이 없었으면 코르다라고 하는 사진쟁이는 어떠한 길을 걸어갔을까요. 패션사진만 서른 해 쉰 해 찍으면서 패션사진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 되었을 코르다 님일까요. 패션사진을 오래오래 찍다가 그만 이쪽 길에 질려서 다른 사진길을 걸었을 코르다 님일까요. 아니, 쿠바에 혁명이 없이 미국 식민지인 채 있었으면, 코르다 님은 쿠바사람 삶과 사랑과 꿈을 어느 만큼 짚거나 헤아리는 하루를 누렸을까요.

 


  사회를 살핀다고 해서 눈이 밝은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정치나 경제나 문화를 돌아본대서 눈이 맑은 사진을 찍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사회에 어두운 사람이 눈 밝은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어요. 정치나 경제나 문화에 어두운 사람이 눈 맑은 사진을 찍을까 궁금해요.


  코르다 님은 “가벼운 삶만을 영위하던 중 서른 살에 운명을 바꾸는 예외적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혁명이었다. 인형이 없어서 그 대신 나무토막을 끌어안고 있는 어린아이를 찍은 것이 그무렵이었다. 이러한 불평등의 해소를 주장했던 혁명을 위해 이 작품을 헌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28쪽).” 하고 말합니다. 이녁 스스로 뜻하지 않았으나, 서른 살부터 이녁 사진삶이 아주 달라졌다고 말해요. 사진을 새로 찍으면서 삶을 새로 바라보고, 사진을 새로 느끼면서 이웃을 새로 느꼈겠지요.


  사진을 새로 생각하며 삶을 새로 생각합니다. 새 사진으로 거듭나면서 새 마음으로 거듭납니다. 이제까지 찍던 사진에서 사뭇 다른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 새 눈길을 틔웁니다. 여태껏 걸어온 사진길하고는 아주 다른 사진길 걸어가면서, 스스로 새로 배웁니다.


  그러고 보면, 어떠한 갈래로 사진을 찍든, 스스로 배울 때에 스스로 새로 찍습니다. 새로 배우는 넋이나 매무새 아니라면, 스스로 새로운 사진을 못 찍습니다.


  서른이 되건 쉰이 되건 일흔이 되건 언제나 새로 배웁니다. 새로 배우면서 새로 태어나는 삶이고, 삶이 새로 태어날 때에 사진이 새로 태어납니다.

 

 


  코르다 님은 체 게바라 님을 만난 이야기를 여러 가지로 적바림합니다. 먼저, “‘이 친구야,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는 꼴이 영락없이 양키군!’ 골프를 치는 체를 찍으려고 했더니 그가 내게 던진 말이다. ‘자네 호주머니에 가득 든 그 필름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싼 값을 치룬 것인지 알기나 하나?’ 나는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무슨 문제야? 내가 내 돈 주고 산 건데!’ 나는 나중에 해안봉쇄가 시작된 후에야 그 말의 뜻을 깨달았다(96쪽).”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패션사진에서 혁명 찍는 사진으로 삶이 바뀌었다지만, 겉모습이나 속모암은 아직 혁명답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혁명가와 이 시민을 좇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저 혁명가와 저 백성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지만, 아직 사람들 마음속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그렇지만, 다 좋아요. 누구는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고, 누구는 나중에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언제가 되든 스스로 깨달으면 돼요. 내 삶이 어떠한 빛깔인지 스스로 살피며 깨닫습니다. 내 사진빛이 어떠한 결인지 스스로 돌아보며 깨닫습니다.


  하늘빛은 나 스스로 어떤 하늘빛인가 하고 읽을 때에 하늘빛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결대로 바라볼 수 없어요. 풀빛은 나 스스로 어떤 풀빛인가 하고 읽으며 비로소 풀빛이에요. 똑같은 풀이 없고, 똑같은 빛이 없어요. 똑같은 숨결이 없으며, 똑같은 빛무늬가 없습니다.


  “체는 프랑스 기술자와 함께 개발한 신형 사탕수수 수확기인 알자도라를 시험운전하고 있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시 복용하고 있던 코디손 때문에 조금 부은 얼굴은 기름때와 흙먼지로 새까맸다. 그는 냉소 섞인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더니 ‘아, 코르다, 자네 왔군.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시골인가, 도시인가?’ ‘나요? 아바나에서 오는 길입니다, 대장.’ ‘사탕수수를 추수해 본 적 있나?’ ‘아뇨.’ 그러나 그는 곁에 있는 군인에게 말했다. ‘알프레도, 이 기자 동무에게 추수용 칼을 구해 주게.’ 그러고 다시 나를 돌아보며 ‘사진촬영은 다음주에나 합시다.’라고 했다(156쪽).” 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빙긋 웃습니다. 코르다 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줍니다. 사탕수수를 많이 심고 거두는 쿠바에서 아직 사탕수수를 베어 본 적 없는 ‘인털레 사진기자 동무’한테, ‘쿠바 인민 누구나 온몸 바쳐 하는 일’이라 할 ‘사탕수수 베기 체험’을 시키는 체 게바라 님이에요. 손가락질로만 찍는 사진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가슴으로 느낄 때에 찍는 사진이라고 가르쳐 주는 셈이에요. 바깥에서 구경만 하는 사진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고 온마음으로 어깨동무할 때에 찍는 사진이라고 일러 주는 셈이에요.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분 가운데 낫으로 나락 베어 본 적 있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국 사진기자 가운데 텃밭을 일구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국 사진작가 가운데 아이들 낳아서 온 하루 바치며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함께 놀고 글 가르치고 그림책 읽히고 하면서 살아가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은 어떠한 삶결을 스스로 누리면서 사진을 찍을까요. 한국에서 사진을 읽는(비평하는) 분들은 어떠한 삶결을 스스로 사랑하면서 사진을 말할(비평할)까요.


  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을 새삼스레 누리며 사진을 찍은 코르다 님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진이 가르치는 즐거움을 듬뿍 누리며 카스트로 님을 찍고 체 게바라 님을 찍으며 쿠바 여느 사람들을 찍은 코르다 님이네 하고 느낍니다.


  누구나 내 삶을 사랑할 때에 사진을 사랑합니다. 누구나 내 삶을 아낄 때에 사진을 아껴요. 사진솜씨나 사진재주를 키우기 앞서, 내 삶이 어떠한가부터 헤아리기를 빌어요. 스스럼없이 사랑하는 삶으로 스스럼없이 사랑하는 사진입니다. 티없이 맑고 밝게 살찌우는 삶으로 티없이 맑고 밝게 살찌우는 사진입니다. 4346.3.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h*******e 2013.03.0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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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직도 언론이 공평정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보도하는 것으로 믿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요?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언론 역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서 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의견에 비해서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긴 하지만요. 어떤 사실을 어떤 시각으로 소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심지어 어떤 사실을 보도할지 말지를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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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직도 언론이 공평정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보도하는 것으로 믿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요?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언론 역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서 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의견에 비해서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긴 하지만요. 어떤 사실을 어떤 시각으로 소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심지어 어떤 사실을 보도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누군가의 가치관에 입각해서 '선택'되는 것입니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지, 포브스지, 월스트리트저널지 등등을 외신의 전부라고 믿고 계실 수도 있지만 그건 서방자본주의사회의 이익과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랍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알 자지라 위성방송이 나타난 이유도 서방중심의 언로독점을 막아보려는 여러 시도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은 알베르토 코르다의 사진으로 본 쿠바혁명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인데 아마도 체 게바라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음을 고려한 다분히 상업적인 선택입니다. 실제 본문은 체보다는 피델 카스트로를 중심으로 되어있거든요. 본문에서 쿠바혁명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책에 나오지 않은 앞이야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냉전시대 미국은 반미만 표방하지 않는다면 그가 누구라도 지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가 독재로 국민들을 학살하든, 부정부패를 하든 말이죠.(지금은? 글쎄요..) 쿠바의 경우 미국이 지명한 정치지도자는 바티스타입니다.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꼭두각시 대통령들을 좌지우지 했고, 본인이 직접 대통령으로 통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1952년 그가 쿠데타를 통해 재집권을 하면서 미국으로의 경제적 종속은 극에 달하고 국민들은 고통으로 신음을 하게 되죠. 1959년 당시 미국은 쿠바의 상거래 중 75%를 관장했고, 광업과 통신 분야의 90%를 소유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 군사독재와 미국의 식민지화로부터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젊은 변호사인 피델 카스트로는 젊은 의학도였던 에르네스토 게바라(우리에게 체 게바라로 알려진) 등을 설득하여 반군을 조직하게 됩니다. 이후의 흐름은 이 책에 나와있는 대로입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모두 알베르토 디아즈(후에 코르다로 불리는)의 사진입니다. 쿠바에서 패션사진과 광고사진의 선구자로 유명세를 떨치던 그는 쿠바에서 혁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고는 운명이 바뀌어버립니다. 반란군의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사진에서 보이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순수한 열정으로 국민들을 사랑했던 정치지도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표지에도 나와있고 코르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체 게바라의 사진은 1960년 3월 초에 일어난 '라 쿠브르' 테러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체 게바라를 찍은 것입니다. 혁명군이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뒤 일년이 지난 상황인데 CIA의 공작으로 추정되는 두 차례의 테러로 인해 항구 노동자 여든한 명이 사망하고 이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그의 복잡한 심정을 잘 포착한 이 사진은 이후 밀라노의 대학생들이 데모를 할 때 사용되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체는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게릴라전을 하다 1967년 10월 8일 정부군에 체포되어 미 CIA의 동의하에 9일 총살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매력적인 사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쿠바인의 시각으로 본 쿠바혁명, 쿠바위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나치게 미국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시각을 조금 교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균형잡힌 시각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같네요. (2006.6.5. 북코치 권윤구)   인상깊은 구절 : 시대를 앞선 "국경 없는 의사"였던 게바라는 과테말라에서 미국에서 훈련된 용병대가 당시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평가되었던 아르벤즈 대통령의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목격했다. 1955년 그는 장차 그의 운명을 바꿀 사람을 만난다. 그는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에 "쿠바의 젊은 지도자가 나에게 자기 나라 무장 해방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당연히 수락했지요. 이 순간부터는 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마세요. 미처 끝까지 부르지 못한 노래에 대한 아쉬움만 무덤까지 가져갈 뿐입니다."라고 썼다.
g*******7 2006.06.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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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젊은 그들, 쿠바 혁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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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안정기에 접어든 듯하다. 지난 20세기를 수놓았던 격동을 찬양하는 것은 마치 무모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고착화된 자본의 흐름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엔 흐름이 있듯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역시 일정한 흐름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몇몇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획일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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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안정기에 접어든 듯하다. 지난 20세기를 수놓았던 격동을 찬양하는 것은 마치 무모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고착화된 자본의 흐름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엔 흐름이 있듯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역시 일정한 흐름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몇몇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획일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그 질서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 젊은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열광했던 것은 다름 아닌 체 게바라였다. 오늘날 북한과 더불어 (부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악의 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쿠바 역시 이러한 흐름 덕인지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다소 촌스러운 듯한, 하지만 여전히 그 근엄함 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체의 모습에 경외를 표현하는 것은 지배 질서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리라. 하나의 사진집을 접했다. 검은 양장 표지에는 CUBA par CORDA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CORDA 라는 이름은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오늘날 유일하게 남아있는 체의 사진을 찍은 작가라고 했다. 하지만 책의 첫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그의 사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1950년대 초반, 그가 찍은 사진들은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간이 흘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제는 희미해진 인화지에 남아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 알몸이었다. 넘치는 에로티즘은 그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동시에 타인의 몸을 탐하는 인류의 보편적 시선에 충실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를 요하고 있었고, 그 움직임을 주도한 것은 쿠바였다. 쿠바 혁명은 그의 삶에 있어서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여성들로 가득 채워지던 그의 사진이 변화했다. 혁명의 지도부를 향해 망원렌즈를 들이대는 그 순간 그는 이미 총 아닌 카메라를 멘 혁명군이었다. 쿠바가 존재치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는 재능 있는 패션전문 사진 작가로서만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사진 역시 세월을 모르는 듯했다. 얼마나 긴 시간을 버티어 왔는지를 보여주려 작정이라도 한 것마냥 사진은 거칠었다. 그 거침 속에는 젊은 피델과 체가 갇혀 있었다. 군복 차림의 그들에겐 두려운 것이 없어 보였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에게 무엇이 장애가 될 수 있을지… 사진은 그들에게 끝없는 젊음을 선사했다. 그 어떤 사진에서도 혁명을 잊은 카스트로나 영원히 잠든 체 게바라의 모습은 엿보이지 않았다. 책의 페이지 곳곳은 혁명을 말하고 있었다. 혁명은 과거 어느 한 시점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만은 말이다. 90mm 망원렌즈에 잡힌 체의 시선에 그는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 시선은 사진으로 남아 오늘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잊혀질 듯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꿈꾸지만 결코 실천하지는 못하는 그 무언가로…
q*****2 2006.09.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