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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봐야할 게 참 많은 세상이다
"다르게 봐야할 게 참 많은 세상이다" 내용보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어느 블로그에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라는 작가의 글이 너무도 매력적이며,정말 읽고 담아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글을 읽었다.그리고 그의 대표작 한권과 이 책을 곧바로 주문하게 됐다.더군다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얘기가 아닌가.책을 받고 스르륵 책장을 넘겨보니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얘기가 담긴 것 같았다.서문과 옮긴이의 글
"다르게 봐야할 게 참 많은 세상이다" 내용보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어느 블로그에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라는 작가의 글이 너무도 매력적이며,
정말 읽고 담아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한권과 이 책을 곧바로 주문하게 됐다.
더군다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얘기가 아닌가.

책을 받고 스르륵 책장을 넘겨보니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얘기가 담긴 것 같았다.
서문과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제목에 나온 것처럼 내게 빛과 그림자가 비춰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책을 읽으가면서 그대로 적중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아주 짧은 칼럼형식의 글이 여러편 담긴 것이라
읽기에 무리가 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스피드를 내지 못했고,
자꾸만 작가가 말하는 축구에 대해 가재미 눈을 뜨고 바라보게 됐다.

정말 잘 알지 못하는 중남미축구, 게다가 더 알지못하는 콜롬비아 축구.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축구만 좀 쳐다보고
우루과이와 멕시코가 좀 한다고 생각한, 그런 중남미 축구였다.

게임할 때 쓸만한지만 가격이 좀 싼 선수들을 수급해오기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하는 곳 또한 중남미였다.
그냥 그렇게 넘치는 선수들과 값싼 몸값, 축구에 미쳐있는 관중들......
이런 것들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축구선수들과 그 역사, 배경, 과정들을 보면서 단편적 지식조차도 내게 남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눈이 점차로 커지는 걸 느꼈는데
그건 작가의 배경으로부터 나오는 날카로운 시선과 안목,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과 감성들 때문이었다.

작가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이다.
그 때문에 착취당하는 계급의 시선과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고,
축구 또한 그런 입장에서 해석하고 축구와 관련된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움직임에 대해 매우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옮긴이는 그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수탈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이 매우 날카롭고 통렬하다...그래서 이 책에서는 작가의 좌파 지식인다운 통찰력과 순수한 인간미가 함께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선수의 자살, 월드컵으로 인한 선수 저격사건, 나치독일에 의한 상대팀 선수들 몰살 사건 등과 같은 어두운 그림자들을 들쳐보고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을 차던 중 바지가 벗겨지는 사건과 같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나누기도 한다.
그 유명한 러시아의 야신 골키퍼가 경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줄담배와 독주를 마셨다는 이야기와 심판에 의해 프리킥골이 무효화되자 다시 똑같이 차서 골을 성공시킨 푸스카스 이야기 등 잘 모르던 이야기들도 담겨져있다.

하지만, 난 그것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로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마라도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마라도나는 월드컵에서 놀라운 개인기로 선수들을 전부 휘저어 제쳐버리고 골을 성공시켰고
더 놀라운 '신의 손' 사건으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던 한 시대를 장식한 선수이다.

그 이후에 마약과 약물중독에 의해 피폐해졌다가
다시 재기를 해서 월드컵에 등장했었는데,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나와서 결국에는 다시 망가진 모습으로 실망을 안겨준 선수였다.
최근에는 불어난 살과 계속된 약물 중독으로 인해 더이상 영웅이 아닌 모습으로 남아
이젠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나는 그가 정말로 인간이 안된 그런 선수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면에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고, 마라도나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됐다.
왜 그가 그냥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정말로 위대한 선수였는지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사용한 약물이 미국과 여러나라에서 흥분제로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 '알칼로이드'라는 것을 몰랐고,
(그 당시 마약을 복용한 줄 알았다. 언론에서는 완전히 정확하게 설명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그저 무조건 나쁜놈으로 묘사됐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시합 전에는 체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흥분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다.

코카인을 복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가 더이상 영웅이 아니라 쓸쓸한 한 인간일 때의 얘기였다.
그는 코카인 덕분에 잘 싸운 게 아니라 코카인에도 불구하고 잘 싸웠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기대감에 대한 중압감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부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늘 다리가 아파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그는 정말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었다.



그럼 왜 언론과 FIFA는 그가 몰락하는 것을 방치했을까? 아니면 오히려 즐기듯 부추겼을까?
그건 바로 그들에게 대항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축구의 주인은 선수나 관중이 아니었다.
바로 FIFA와 구단주들, 그리고 나이키, 아이다스와 같은 메머드 기업들의 것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뛰는 선수들과 관중보다는 자신들의 이익과 수익에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실제로 86년, 94년 월드컵 당시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날씨과 햇볕을 받으며
한낮에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단지, 유럽에 TV중계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야 중계권료를 제대로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보여진 축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체력과 버티는 수비로 이루어진 축구.
선수들의 개인기와 화려한 플레이와는 상관없는 그저 기계들처럼 뛰어다니며 골을 안 먹기위해 버티는 축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역대 최소골을 기록하며 더이상 축구가 즐거운 것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마라도나는 그런 흐름에 역행하며 정말로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즐기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줬다.
게다가 FIFA를 향해 직격탄을 날려버렸다.

왜 텔레비젼과 FIFA의 수입을 위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뛰어야하는 것인가
축구에는 왜 국제노동기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가
왜 축구선수는 축구로 부를 쌓은 다른 사람들의 비밀계좌를 알 수 없는 것인가

아벨란제 FIFA회장은 침묵했고,
공을 한번도 차 본적 없는 제프 블래터 사무총장은 마라도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말았다.


언론 또한 그를 비난하며 증오했는데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다.
그는 안하무인격인 오만불손함과 칭얼거림으로 가득하며 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라도나가 했던 얘기들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었다.
말대답 잘하고 칭얼거리길 좋아하는 이 땅딸막한 꼬마는 위를 향해 치받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그는 텔레비젼을 비난했고, 벌집을 잔뜩 쑤셔놓을 정도의 강도높은 발언을 천번도 넘게 했었다.


결국 마라도나가 94년 월드컵에서 축출되자,
축구장은 가장 불평 많았던 반역자를 잃게 되었다.
동시에 환상적인 선수 한 명 또한 잃게 된 것이다.


마라도나가 잘 했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언론과 축구를 돈으로만 보는 지배자들 때문에
우리는 환상적이며 창조적인 축구를 즐길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고,
그를 위해 뛰한 멋진 영웅들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이렇게 얘기를 마무리했다.
'승리만을 요구하고 즐거움을 금지하는 냉혹한 현대축구에서, 환상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마라도나다.'

d****x 2008.1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