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동들의 주머니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주머니는 전리품으로 가득했다. 지름이 5센티미터나 되는 왕구슬, 고무 뱀, 삼색 볼펜, 초콜릿, 향기 나는 지우개, 은빛 종이에 싸인 사탕, 팽이, 알파멧이 새겨진 고무도장..." 8명의 악동들은 백화점이나 시장을 돌며 물건을 훔치고 주머니를 채우는 아이들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뭐 이런 나쁜 녀석들이 다 있나??? 하며 자연스레 눈에 힘이 들어갈지 모른다.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8명 중 한명인 다보의 한마디, "(엄마가) 돈을 안주니까 그렇지" 여전히 나쁜 아이들이 틀림 없지 않은가? 돈이 없다고 해서 도둑질을 한다면, 이 땅의 도덕이 바로 서겠는가? 도둑질은 나쁘다. 그런데 도둑질을 일삼는 이 아이들 또한 나쁜가? 명확한 판단 준거를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악동들은 말도 잘 못하고 매사에 어리숙한 아이를 진심으로 친구로 대해준다. 악동들은 누구나 천대하는 할머니에게 친구가 되어 준다. 악동들은 시시콜콜히 변명하지 않는다. 악동들은 의리를 소중히 지킨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모래밭 아이들="">에서 이해와 소통이 부재한 교실의 모습이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하이타니 겐지로. <악동들의 주머니="">에서는 학교에서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면서, 친구들의 우정이 도둑질로 표출되는 아이들의 심리가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하이타니 겐지로 특유의 짧고, 담담하면서도 직설적인 문체는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콕콕 쑤시는 듯한 느낌을 매번 경험하게 된다. 여전히 학교는 이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없는 공간이다. 학교가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던 아이들. "선생은 죄다 적이야"라고까지 말하는 아이들. 그러나 이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가바시마 선생님을 아이들은 조금씩 좋아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어벙이가 자신의 언어로 선생님에게 사실을 고백하였을 때. 이 책에서 아이들을 유일하게 감싸는 가바시마 선생님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그렸던 것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전작과 비교하면 조금 의외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삶은 책이 끝날 때까지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학교(교사)와의 소통 가능성은, 작가 만의 방식으로 열어두었다고 생각한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절대 인위적으로 던져주려 하지 않는 것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이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것임을, 이 책은 목에 힘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악동들의>모래밭>나는> |
|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조, 술만 취하면 노래 부르는 아빠를 둔 뚜비루바, 술만 마시면 우는 아빠가 있는 애고애고, 오타양, 몸도 마음도 성장이 느린 어벙이,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수깡, 버려진 강아지를 돌보는 도메코, 다보, 이렇게 여덟 명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패거리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슬쩍 훔친 전리품들로 주머니가 꽉 찹니다. 지름이 5센티미터나 되는 왕구슬, 고무 뱀, 삼색 볼펜, 초콜릿, 향기 나는 지우개, 은빛 종이에 싸인 사탕, 팽이, 알파벳이 새겨진 고무도장 같은 것들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으면 훔치지도 않을 텐데 악동들은 한결같이 돈이 없습니다. 악동들은 훔친 것이 탄로나 학교에서 벌을 서더라도 변명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굼뜬 어벙이를 떼 놓고 가지도 않습니다. 어벙이에게는 경비원한테 붙잡혀서 얻어터지는 것보다 친구들한테 따돌림 받는 게 더 나쁠 것 같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악동들에게 의리는 소중합니다. 악동들에게 선생은 적입니다. 학급간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생한테 알랑방귀나 뀌고 시험 점수를 잘 받으려고 만날 낑낑대기나 하지, 자기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자식’입니다. 그러나 이들 여덟 명의 담임 선생님은 ‘선생은 적’이라는 생각에 균열을 가게 합니다. 담임인 가바시마 선생님은 전근 온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선생님인데 이들 악동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선생님들에게 악동들은 학교 체면이나 깎는 사고뭉치들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여선생님의 생각과 행동이 옳음을 악동들은 보여줍니다. ‘자투리 천으로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다니며, 무 이파리나 양배추 껍데기, 생선뼈 따위를 시장 사람들한테 거저 얻어가는’ 외톨이 할머니에게 악동들은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악동들의 재미있는 사건들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감동으로 이끄는 것도 바로 악동들과 외톨이 할머니의 관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