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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시-딸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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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분명 이 글 쓴 사람은 여자일거라고 생각하며 표지에 실린 사진을 다시 봅니다. 분명 여자입니다. 글에서 너무나 짙게 베어나는 여자 냄새, 전 별로입니다. 너무나 뻔한 가정사, 너무나 뻔한 한 개인의 일대기, 특히 군데군데 읽히는 여성의 바람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합리화시켜 나가고 남성들을 통해 위안받아 가는 삶. 정말 별로인 소재들입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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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분명 이 글 쓴 사람은 여자일거라고 생각하며 표지에 실린 사진을 다시 봅니다. 분명 여자입니다. 글에서 너무나 짙게 베어나는 여자 냄새, 전 별로입니다. 너무나 뻔한 가정사, 너무나 뻔한 한 개인의 일대기, 특히 군데군데 읽히는 여성의 바람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합리화시켜 나가고 남성들을 통해 위안받아 가는 삶. 정말 별로인 소재들입니다.

 

  그러나 며칠에 걸쳐 꼬박꼬박 다 읽었던 것은 재미 있어서입니다. 너무나 뻔한 소재, 앞머리만 툭 봐도 결론이 예상되는 그런 것임에도 재미있어서 한 작품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읽었습니다.

 

  이 단편집 역시 2007년 동인문학상 후보작입니다. '딸꾹질이라는 작품으로요. 근데 나는 이상하게도 '딸국질'보다는 맨 마지막에 실린 '폐원(廢園)에 돋는 별'이라는 작품에 마음이 끌리더군요. 생겨먹기를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는지 나는 세상의 상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직 순진성은 남아 있어서 권위 있는 문학상 정도는 믿는 편입니다. 그러나 권위 있는 상의 후보작이라고 해서 내 마음에 딱 드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취향이 다르니까요.

 

  '딸꾹질'은 끊임없이 아이를 쏟아버리는 한 재혼녀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악다구니 퍼부으며 내버리고 온 전남편의 아이와의 재회가 마지막에 그려지는데 재회장면이 그려지는건 아닙니다. 이 글이 뛰어난 것은 심리묘사를 기가 막히게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너무나 뻔한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여자 이야기지만 그녀를 동정하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입니다. 거창하게 삶의 본질을 파고 든다든지, 시난고난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찌들지 않은 심리를 파헤쳤다는지 하는 것은 나 말고도 평론가들이 잘 짚어낼 것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나는 평론가들이 꿈보다 해몽을 썩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들만의 어려운 언어로 이 작품을 분석해 낼것이므로 그것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그보다 나는 이 작품집에 쓰여진 문장에 매혹당합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폐원에 돋는 별'의 장점은,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아련한 그리움이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밭에서 음독을 한 남녀를 구해 병원에 입원시켜 놓은 뒤 그들의 부모가 나타날때까지 병구완을 하는 적도댁은 남편에게

 

  '저것들 치료비는 누가 내야나 싶어 안 그러요. 우리 밭에서, 내가 줏은 목숨들인디.'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남편은 '자네가 줏은건 맞는디 자네 거는 아닝게 오지랖 넓게 굴지 말고 애들 부모 올때까지 눈이나 좀 붙이소' 라고 하지요.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 같다고요? 예전의 우리 부모들이 그러했지요,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 나타나는 갯가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터인 갯가에 와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그러면서도 남의 일인듯 무심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 역시 그들의 죽음에 이런저런 형식으로 얽여 있다는, 어찌 보면 가당치도 않은 양심 때문이지요. 가령. '콩밭을 다 메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있는데 고개를 되넘어 온 총각이 갯가에 물이 없더라며 통을 내밀기에 펌프질을 해 주었다고 했다. 물 한 통 가지러 재를 넘어온 게 안돼 보여서 갯가 어느 어름에 물이 나오는 샘들이 있다고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한 아낙은 함께 죽은 애들이 나왔던 고등학생 떼거리한테 밭에서 강냉이를 한 보따리 끊어 주었다. 몇 바구니 삶아 먹고 나면 소나 돼지나 닭을 먹이면서 말리게 될 강냉이을 욕심 내주는 게 고맙고 예뻐서였다. 어떤 아낙은 갯가로 넘어가다 자두를 쳐다보며 감탄하던 처녀들한테 먹고 싶은 만큼 따 가라고 선심을 썼다. 입 벌려 다 내놓지 않아서 그렇지 모두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주검들과 상관해 왔던 것이다.'

 

  이 사고의 전환, 놀랍지 않나요. 그렇게 선심을 쓰고 나면 죽은 이들에게 그렇게나마 선심을 쓴 것이 위로가 될 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주검과 상관을 해 온 것을 탓하는 동네 사람들이 나옵니다. 갯가에 놀러 와서 죽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행한 선심이 혹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안 죽는 사람은 없는데 우리 역시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알게모르게 상관해 온 것은 아닐까요.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니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른 문장과 소재 때문이겠지요. 한 작가가 쓴 글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은 이 책에 실린 다른 아홉편의 작품과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송은일이라는 작가 역시 내게는 낯섭니다. 그가 썼다는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역시도 낯선 작품입니다. 그것은 내가 2000년대 들어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문예잡지 역시 별로 읽지도 않았고 그 기간동안 읽었던 것은 문학작품보다는 사회과학 서적이 더 많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읽어야 했던 몇편의 소설로 한 시대를 이야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을 이 여름, 소설을 읽어 가면서 절실히 느낍니다.



h******0 2014.01.15. 신고 공감 0 댓글 0